“꼬부랑 할머니 될 뻔했는데”…한국인 괴롭히는 허리병
수술 후유증 적은 '내시경 척추수술'...창원제일종합병원, '단일공' 4000례 육박
#1-1. 김 여사(63,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는 요즘 거동하기가 영 불편하다. 시청 공무원 딸이 육아휴직 마치고 직장에 복귀하면서 손주 육아를 맡게 됐는데, 그게 화근이 됐다. 그러잖아도 늘 묵직하던 허리가 얼마 전 손주 녀석 들어 올리다 결국 탈이 난 것. 때때로 무학산 등산도 즐기고 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잘 걷지도 못하고, 화장실 가는 것조차 불편하다.
#2-1. 유 교수(66, 부산 해운대구)는 몇 달 전, 오랜 골칫거리 하나를 해결했다. 목에 디스크가 있었는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수년간 물리치료나 약으로 버텨왔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그러다 자꾸 탈이 나자 정년퇴직을 앞두고 마음을 정한 것. 자신도 대학병원 의사인지라 온갖 자료를 다 뒤지다 결국 해법 하나를 찾아냈다.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시점, 그때의 건강은 척추 문제와 바로 직결된다. 목부터 등, 허리로 내려오는 척추에도 여러 가지 노화 현상이 함께 찾아오기 때문.
한국인 괴롭히는 허리병...척추관 협착증과 추간판(디스크) 탈출증 환자만 400만명
가장 많게는 척추관 협착증과 추간판(디스크) 탈출증. 척추를 따라 신경 다발이 지나는 통로(척추관)가 좁아지면서 신경이 눌려서 아픈 게 ‘척추관 협착증’, 척추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삐져나와 신경을 누르면 ‘추간판 탈출증’이다.
척추뼈 붙잡아주는 (황색)인대가 두꺼워지는 것도 한 이유. 다른 원인도 없진 않지만, 대부분은 나이 드는 노화(老化), 평소의 잘못된 행동 습관 때문에 생긴다.
1년에 179만 명(2021년) 정도가 협착증 치료를 받는다. 50대 이상이 90%가 넘는데, 특히 60대, 70대 발병률이 높다. 디스크 환자는 더 많다. 매년 200만 명 정도. 게다가 최근엔 30, 40세대 환자도 부쩍 늘었다.
나이 상관없이 척추 문제로 두루 고통 받고 있는 셈이다. 특히 약이나 주사, 재활, 도수 등 여러 ‘보존(保存)치료’를 해봐도 나아지지 않을 땐 참 난감하다. 그렇다고 수술을 하자니, 1주일 넘게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데다 ‘경막 파열’(4%) 같은 합병증, ‘상처 감염’(3%) 같은 후유증까지 만만찮아 예후가 꼭 좋으리라 장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나온 게 '척추 내시경(內視鏡)'. 문제가 있는 부위에 작은 구멍을 내고 거기로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집어넣어 병변만 잘라낸다. 눌린 신경을 바로 펴주기도 한다. 1c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구멍을 내고 진행하는 것이어서 전신마취 어려운 노령층, 당뇨 등 기저질환자에도 적용할 수 있다.
피부를 길게 째고 하는 기존 수술과 달리 상처도 거의 없고, 척추뼈나 힘줄 등 다른 정상조직의 손상도 거의 없다. 보존요법과 수술, 그 둘의 장점을 절충한 ‘최소침습’(最小浸濕) 치료법인 셈이다.
창원제일종합병원 윤석환 이사장(신경외과)은 12일 “첨단 내시경으로 병변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탈출한 디스크를 제거하거나 좁아진 척추관을 넓힌다”면서 “피부 절개를 크게 할 필요가 없는 만큼 마취와 수혈의 위험, 거기다 통증까지 크게 줄일 수 있다” 했다. 시술 후 하루나 이틀, 길어야 사흘이면 퇴원한다. 재활 과정도 간단하다.
치료 대상도 다양하다. 고령, 만성질환으로 수술이 힘든 환자부터 중증 이상의 심한 디스크 환자까지. 신경성형술이나 나사못고정술 등 다른 치료를 받아봤지만 호전되지 않던 환자도 내시경 시술로 해결하는 예가 많아졌다. 의사들 사이에 "척추 수술의 최고 정점에 내시경 수술이 있다"란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크게 ‘단일공’ 내시경(PELD, PSLD)과 ‘양방향’ 내시경(UBE)으로 나뉜다. 구멍을 1개 뚫느냐, 2개 뚫느냐의 차이다. 2개 구멍에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따로 넣어 진행하는 게 양방향.
비슷한 듯 다른 '단일공' 내시경 vs. '양방향' 내시경 수술
반면, 단일공(單一孔, uni-port, 혹은 single-port)은 1개 구멍에 내시경과 치료 도구를 함께 넣어 치료한다. 디스크가 터진 환자라면 '디스크 제거술'(PELD)이, 척추관 협착이 심한 환자라면 '협착증 신경 감압술'(PSLD)이 적합하다. 최근엔 허리(요추, PSLD)뿐 아니라 목(경추, PSCD), 등(흉추, PSTD) 협착증 수술에도 적용한다.
환부를 더 정밀(精密)하게 표적 치료하는 장점이 있다. 척추 내시경은 기존 수술법에 써오던 현미경보다 해상도가 무려 30~40배나 더 높기 때문.
게다가 상처 부위는 더 적게 하면서도 치료 효과는 더 크게 하려는 게 최근의 의료 트렌드. 대형 병원들에서 많이 하는 다빈치 수술로봇의 경우, 가장 최신 모델이 구멍을 하나만 뚫는 SP(single port)인 것은 그래서다.
윤 이사장은 “단일공과 양방향은 비슷해 보이지만, 의외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 의사가 좀 더 고생하느냐, 그렇게 해서 환자가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느냐의 차이도 거기 들어 있다”고도 했다. ‘최소침습’ 개념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차이라는 것이다.
창원제일종합병원은 지난 2018년부터 단일공 수술을 시작해 줄곧 여기에 집중해왔다. 지난해 3월엔 단일공 수술로 3500례를 달성했다. 지금은 4000례에 육박한다.
손주 돌보다 허리 다친 김 여사, "두 번 다신 걸리고 싶지 않아"
#1-2(김 여사). “노화로 협착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어요. 의자에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우리하게('몹시 아리고 욱신욱신하다'는 경상도 방언) 아프고, 평소에 다리, 발까지 저리던 게 싹 사라졌어요. 지금은 손주도 다시 번쩍번쩍 들고, 유모차 끌고 동네 산책할 때도 괜찮아요. 그냥 놔뒀으면 꼬부랑 할머니가 됐을지도 모르는데…. 두 번 다신 걸리고 싶지 않아요.”
#2-2(유 교수). “디스크 수술의 합병증이 뭔지 알지요. 그런데, 엑스레이나 CT로 병변을 정확히 찾아내면 거기만 원포인트(one-point)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특별하더라고요. 그래서 경험 많은 의사의 숙련된 손길이 중요한 대목이기도 했고요. 탈이 난 목(경추) 수술을 받고는 그날 저녁 바로 퇴원했는데, 그다음 날부터 일상 생활하는 데 거의 지장이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