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때마다 다리 아파”…그게 혈관 때문?

다리 쪽 동맥이 막힌 하지동맥폐색증, 내버려 두면 궤양에다 변색, 괴사까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 평소 집 뒤편 구덕산 등산을 즐겼으나, 올해 환갑을 넘기며 포기했다. 2년 전부터 걸을 때마다 다리가 아팠기 때문. 100m쯤 걸으면 다리 뒤쪽이 찢어지듯 아프고, 좀 쉬면 괜찮고를 반복했다. 동네 병원에 가보니 “영락없는 디스크”라 했다. 허리 쪽 척추 디스크가 삐져나와 다리 쪽 신경을 건드린 탓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치료해도 낫지 않았다.

걸을 때 다리가 아픈 것은 원인이 여러 가지다. 가장 크게는 척추 디스크(추간판탈출증)나 척추관 협착증 문제.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것은 ‘하지동맥폐색증’(下肢脈閉塞症). 배에서 허벅지, 종아리, 발로 내려가는 다리 쪽 말초동맥(末梢動脈)이 막혔다(폐색)는 것이다.

둘은 걷거나 달릴 때 다리 통증이 있다는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쉬면 증상이 가라앉느냐, 그때도 아프냐로 구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하지동맥폐색증은 앉아있거나 누워있을 땐 괜찮다. 다시 걷기 시작해서 일정 거리가 되면 또 통증이 밀려온다.

매번 비슷한 거리를 걸어야 통증이 오는 특징이 있다. 반면, 걷거나 쉴 때, 또 몸의 자세와 상관없이 늘 통증과 당김 증상이 있다면 척추질환일 가능성이 더 크다.

사실 혈관 건강은 우리 몸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동맥혈관이 막힌 ‘동맥폐색증’은 우리 몸 어디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뇌에 생기면 뇌졸중, 심장에 생기면 심근경색, 콩팥 쪽에 생기면 신부전, 내장에 생기면 복통과 창자 괴사.

그게 다리 쪽에 생긴 게 바로 ‘하지동맥폐색증’(lower extremity arterial occlusive disease). 처음엔 다리가 살살 아프기만 하다가, 차츰 그 강도가 세진다. 그런데, 통증 강도가 만만찮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발에 상처가 났을 때도 잘 낫지 않는다. 심하게는 다리에 궤양이 생기고, 그러다 발부터 시커멓게 변하면서 괴사(壞死)가 일어난다. 이 정도가 되면 환자의 절반 정도는 1년 안에 다리를 잘라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2배 더 많다. 특히 30, 40대부터 시작해 남성 60대 이후부턴 20~30%가 넘게 생긴다.

남자가 여자보다 2배 더 많아...60대 이후엔 20~20%나

가장 큰 원인은 ‘동맥경화’. 동맥 내벽에 칼슘, 콜레스테롤, 섬유조직이 쌓이면 혈관 벽이 두껍고 딱딱해진다. 그러다 혈관이 차츰 좁아지다, 결국 막히게 되는 것.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그리고 흡연은 동맥경화를 더 빨리 오게 한다.

부산 봉생기념병원 혈관치료센터 박제형 과장(혈관외과)은 “걸을 때 다리가 아프면 척추 디스크 때문이라거나 ‘나이 들면 다 그래’하며 내버려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면서 “병원에 실려 올 때쯤이면 다리 쪽 동맥 혈관이 50% 이상, 심할 땐 75% 이상 막혀 있을 때도 있다”고 했다.

병원에선 기본적으로 ABI 검사부터 혈관 초음파, CT(컴퓨터단층촬영), 혈관조영술 등으로 진단한다. 여기서 ABI(Ankle-Brachial Index)검사는 왼쪽, 오른쪽 발목 혈압과 팔에서 잰 혈압을 비교해보는 것. 혈관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발목 혈압을 팔 혈압으로 나눈 값 ‘발목/팔 혈압지수’를 계산해 0.9 이하면 하지동맥폐색증으로 본다.

그 지수에다 초음파와 CT 검사, 혈관조영술 검사로 혈관의 막힌 정도를 더 자세히 파악한다.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를 정확히 측정한 후, 어떤 치료가 더 적합한지 계획을 세운다.

만일 혈관에 이상이 있긴 하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때는 약물이나 생활습관 개선 등 ‘보존적 치료’부터 시작한다. 혈관확장제나 항(抗)형소판제, 고지혈증제 등 필요한 약을 먹으면서 당뇨 및 혈압조절, 운동요법 등을 주치의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다.

특히 치료의 첫 단계는 금연이다. 흡연을 계속하는 한 어떠한 치료도 의미가 없다. 흡연량을 줄여봐도 소용 없다. 무조건 끊어야 한다.

보존적 치료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시술이나 수술 단계로 나아간다. 예를 들어 시술로는 부분 마취 후 ‘풍선확장술’(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혀줌)이나 ‘스텐트 삽입술’(그물망처럼 생긴 스텐트를 넣어 혈관이 좁아지지 않게 함)을 시행한다.

반면, 막힌 혈관이 길고 동맥경화 정도가 심하다면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 혈관의 가장 안쪽 혈관 벽에 들러붙은 콜레스테롤 덩어리를 긁어내야 한다면 ‘내막 절제술’(혈관 내벽을 드릴처럼 깎아 넓힘)을 하게 된다. 때에 따라 자가혈관 또는 인조혈관을 사용해 막히지 않은 혈관들을 서로 이어주는 ‘동맥 우회술’을 할 수도 있다.

치료 효과 더 높이려면 부위 따라 '시술'과 '수술' 하이브리드(hybrid)도

박 과장은 “병원에선 막힌 피흐름을 뚫어 다리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게 치료의 핵심”이라며 “최근 들어선 혈관 시술과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하이브리드’hybrid, 혼합형) 수술을 시도하기도 한다”고 했다.

두 치료의 장점을 함께 노리는 것이다. 예후도 더 좋다. 이런 하이브리드 수술을 이전엔 대학병원들에서 주로 해왔지만, 최근 들어 시스템 갖춰진 종합병원에서도 가능해졌다는 것은 환자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동맥이 막혀 생긴 '하지동맥폐색증'은 걸을 때 다리가 아프다는 차원을 넘어 자칫 다리에 궤양이나 괴사를 불러올 수도 있다. [사진=봉생기념병원]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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