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딸 죽이려 했다"...40시간 못자고 살해 시도한 女, '이것' 때문?

출산 2주 후 나타난 산후정신증...누군가 가족을 뺏어가려 한다는 환각에 시달려 모두 죽자 생각에 남편과 딸 살해 시도한 35세 여성의 사연 공개

정신 건강에 아무 문제 없던 한 여성이 출산 2주 후 정신병을 겪고 가족을 죽이려한 사연이 전해졌다. 왼쪽 사진=로라와 그의 남편, 딸 올리비아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갈무리]
정신 건강에 아무 문제 없던 한 여성이 출산 2주 후 정신병을 겪고 가족을 죽이려한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선 최근 보도에 따르면 더비셔 체스터필드에 사는 35세 로라는 딸 올리비아를 출산한 지 2주만에 산후정신증을 진단받았다. 로라는 환각에 시달렸다. 누군가 자신의 가족을 데려가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 채널 4 다큐멘터리 '로싱 잇: 우리의 정신 건강 비상사태'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한 로라는 2019년 출산 후 며칠 동안 환각 증상을 겪은 일화를 공개했다. 로라는 남편 댄(33세)을 거의 죽일 뻔한 일이 있기 전, 평소보다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파트너를 원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로라가 처음 본 환각은 태어난 딸 올리비아가 성추행을 당하고 이리저리 던져지는 것이었다. 로라는 "이런 꿈을 세 번이나 꿨는데 잠자리에 들기 싫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나는 잠 자는 것이 너무 힘든 상태에서 쿨쿨 자고 있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면서 그에게 공격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온갖 잡생각과 망상에 갇혀 무려 40시간 동안 뜬눈으로 보낸 날, 로라는 친구 집으로 가던 중 심각한 환각을 겪었다. 당시 댄이 운전을 하고 있던 가운데, 로라의 머릿속에서는 그가 졸음 운전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평소보다 그가 눈을 더 자주 오랫동안 깜빡인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로라는 차를 세우고 자신이 운전하겠다고 했다. 운전대를 잡은 로라는 감정이 격해졌다. 갑자기 남편이 자신을 위로해주지 않는다 느껴 화가났다. 환각 상태는 지속됐다. 누군가 가족 중 한 명을 데려가려는 것 같은 망상도 심해졌다. 로라는 가족을 잃을 수 없다는 생각에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같이 죽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로라는 차를 거세게 몰기 시작했다. 빠르게 속도를 내 벽에 부딪혀 사고로 모두가 죽길 바랐다. 차 사고로 살해를 시도한 것이다. 로라의 운전에 기겁한 남편 댄은 옆에서 로라에게 "제발 멈춰! 멈추라고! 우리 딸에겐 미래가 필요해! 제발 멈춰!"라고 외쳐댔다. 벽에 부딪히기 전 댄은 옆에서 차의 시동 전원 버튼을 연속으로 눌러댔다. 자칫하다 박을 뻔한 차가 멈추자, 댄은  딸 올리비아와 아내를 내리게 했다.

다행히 큰 사고는 면했지만 제정신이 아닌 로라는 응급실로 이송됐다. 노팅엄셔 헬스케어 트러스트의 주산기 팀((perinatal team, 출산전후 케어팀)과 함께 6주 동안 치료를 받았다. 그는 항정신병 약물인 할로페리돌(haloperidol)을 투여 받았고 회복될 때까지 면밀한 관찰 대상이 됐다.

산후정신증 환각과 망상 등 겪어...스스로 목숨 끊거나 자녀 살해하는 위험성 커, 응급 상황으로 간주해 치료 받아야   

로라가 겪은 산후정신증(Postpartum psychosis)은 출산하는 산모 1000명 중 1명에게서 발생하는 심각한 정신 건강 질환이다. 출산 후 '산후 우울증(베이비 블루스)'를 경험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산후정신증은 이와 다르다. 가족과 자신을 해치는 위험에 놓일 수 있으므로 응급 상황으로 간주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전체 산모의 0.1%는 아기를 해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산후 정신병으로 인해 아기를 죽이게 한 사건이 종종 일어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대한소아과학회지에 발표된 2005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산후 정신증 환자의 4%가 본인의 자식을 숨지게 했고 5%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산후정신증은 산후우울증 증상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주요 증상이 망상, 환청과 같은 조현병이 동반되거나 양극성 장애 형태를 띈다. 가령 △혼란을 느끼고 매우 불안해 함 △신이나 외부의 힘이 자신을 조종한다는 느낌 △본인의 아이가 기형아라는 잘못된 믿음을 드러냄 △아이를 죽여야 한다는 망상과 환청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아직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양극성 장애, 조현병 또는 가족 중 정신 질환 병력이 있는 여성이 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과거 양극성 장애 발병 이력이 있는 여성은 산후정신증 발병 위험이 최대 35%까지 상승했고, 과거 산후우울증, 산후정신증 발병 이력이 있는 여성 역시 산후정신증 재발 확률이 50% 가까이 증가했다.

산후 정신병의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환각=존재하지 않는 것을 듣거나, 보거나, 냄새를 맡거나, 느끼는 상태 △망상= 사실이 아닐 것 같은 의심, 두려움, 생각 또는 믿음 △조증= 너무 많이 또는 너무 빨리 말하고 생각하거나 안절부절 못하거나 정상적인 억제력을 잃는 등 매우 '높은'느낌 또는 과잉 행동 △우울한 기분= 우울증의 징후를 보이거나, 위축되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식욕 부진, 불안, 동요 또는 수면 장애 등이 있다.

간혹 조증과 우울한 기분이 혼합돼 기분이 급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환각, 망상, 조증, 기분 저하 및 매우 혼란스러운 느낌과 같은 증상은 보통 출산 처음 2주 이내~3개월 이내에 발생한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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