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웃음 소리도 고통"...소리에 극도로 예민한 女, 어느 정도길래?
일상 소음에도 극심한 고통 호소하는 여성…심리적 문제 아니다 호소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자녀들의 가장 즐거운 웃음 소리가 엄마에게 고통이 되는 일도 있을까. 두 아들의 엄마인 한 여성이 자녀의 웃음소리마저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되어 혼자 지낼 수 밖에 없는 사연이 전해졌다. 자연의 작은 소리도 그에겐 고통을 준다. 무슨 사연일까.
영국 일간 더선의 보도에 따르면 머지사이드에 사는 캐런 쿡(49)은 청각과민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캐런은 일상에서의 소리도 견디지 못해 집안에서 헤드폰을 끼고 가족과 떨어진 채 혼자 앉아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집 앞을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만 들어도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 크리스마스에는 다른 방에 앉아 아이들이 신나게 선물 포장을 푸는 모습을 창문 너머로 지켜봐야 했다.
승무원으로 일했던 그는 종종 귀에 압박감이 가해지는 경험을 했지만 곧 나아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시간 비행 후 귀에 꽉 찬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고 그 느낌은 며칠이 지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 후로 귀에서 계속해서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작열감이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 음악, TV 소리 등 배경 소음이 있을 때마다 귀에서 울림이 발생했다. 그리고 소리가 커지면서 통증도 심해졌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통증을 “마치 누군가 끓는 용암을 귀에 쏟아붓는 것 같다”고 묘사했다.
상태는 급격히 악화되어 그는 1년 동안 집에만 있어야 했고, 일도 그만두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러 진통제도 먹어보고 치료도 받아봤지만 효과는 없는 듯 했다. 모든 의사소통은 속삭임과 메모로만 이루어졌다. 그러다 2022년 2월 마침내 청각과민증 진단을 받았다. 어릴 적 귀에 생겼던 감염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캐런은 “아이들의 아름다운 웃음이 나에게는 고문과 같다”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으니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것만 같다”고 호소했다. 그는 자신처럼 청각과민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이 모든 게 심리적 문제라고 치부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상적인 소리에도 참을 수 없는 고통 유발
청각과민증은 다른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인지하는 소리가 불편할 정도로, 종종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들리는 청각 장애다. DST(decreased sound tolerance)라고도 한다. 정상적인 청력을 가진 사람은 소리를 다양한 크기로 경험하지만, 청각과민증이 있는 사람은 전반적으로 거의 모든 소리를 매우 크게 느낀다. 이는 정신 건강에도 큰 해를 끼친다. 강렬하고 불쾌한 소리에 압도되는 느낌을 계속해서 경험하다 보면 불안, 우울증, 사회적 고립 및 회피와 같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소음이 있는 환경을 피하려다 보니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한 경우 증상이 심해질 수 있고, 이명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청각과민증의 증상으로는 △귀에서 울리는 소리 △귀 통증 △귀에 느껴지는 압박감 등이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청각과민증에 대해 표준화된 치료법은 없다. 대신 신체적 증상을 줄이고 청각 과민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등의 방법으로 치료를 시행한다.
소리 치료 점차적으로 커지는 소리에 노출시켜 익숙해지도록 하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편안하게 느끼는 정도의 수준의 소리를 들려주고 점진적으로 안전하게 소리를 높여간다.
인지행동치료 인지행동치료는 큰 소리를 들을 때 느끼는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 청각 과민과 관련된 두려움과 불안을 줄여준다. 인지행동치료가 청각과민증 환자의 소리에 대한 불쾌역치(loudness discomfort level)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명 재훈련 치료 이명 재훈련 치료는 이명 치료에 사용되는 치료법이지만 청각과민증 치료에도 사용될 수 있다. 특수 헤드폰을 통해 ‘핑크 노이즈’라는 차분한 주파수의 소리를 듣는다. 핑크 노이즈는 비 오는 소리나 바람 소리와 비슷하다. 차분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 거슬리는 듯한 소음이 그다지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게 된다.
수술 드물지만 안면 신경 마비와 관련된 청각과민증 치료를 위해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귀 뒤의 조직으로 소리 강도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내이의 뼈(소이골)을 지지하도록 해 불쾌역치를 개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