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암 치료,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이유

기고/ 류성열 방사선종양학 전문의

지난 2022년부터 중입자선 치료를 시작한 서울 세브란스 연세암병원이 그동안 전립선암 위주로 치료하던 것에서 앞으로는 췌장암 등 치료 대상을 조금씩 늘인다는 발표를 하였다. 따라서 기존 치료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췌장암 환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중입자선 치료는 여러 방사선 치료법 중 하나다. 가장 큰 특징은 암세포와 주위 정상 세포 경계를 칼로 자르듯이 정확히 구분한다는 점이다.

만일 암이 없는 정상 세포인데도 방사선 치료 부위에 포함이 된다면, 이 세포는 암세포 취급을 받아서 함께 손상을 입거나 죽어 없어지게 된다. 이는 방사선 치료의 가장 큰 부작용이기도 하다.

집도의는 암을 포함한 주위 조직을 과감히 제거한다. 하지만 정상조직이 많이 제거될수록 환자는 치료 후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위암 수술은 암 크기가 2~3cm만 되어도 위 전체를 적출한다. 반면, 간은 50% 이상 정상조직이 제거되어도 간 기능이 유지되면서 다시 증식하니 부작용이 적다.

식도암이 있어 식도를 적출한 후 장(腸)을 대신 갖다 붙이는 ‘식도성형술’을 하는 경우, 직장암 수술 후 항문을 꿰매 버리고 장을 배꼽 옆에 장치하여 변이 나오게 하는 장루(腸瘻, 창자 샛길) 등은 환자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준다.

또 유방암 수술의 경우, 20년 전까지만 해도 암이 조금만 있어도 유방 전체를 적출했다. 지금은 중기(中期) 정도에도 유방 전(全)적출을 하면 고소를 당한다. 간단히 암 조직만 제거하고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병행해도 완치율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수술 후 미용적인 문제도 부작용에 속한다.

“부작용 제로(zero)” 암치료 가능하려면

방사선 치료는 빛의 일종인 방사선을 암 조직에 쪼여서 암세포를 말려 죽인다. 그러므로 방사선 빛은 쪼일 때 쪼이는 범위가 중요하다. 필요한 범위에만 빛이 가야 하고, 필요 없는 정상조직은 말려 죽이지 말아야 한다.

만일 방사선 치료 범위가 크다면 정상조직 손상이 많아지며 부작용도 커진다. 반대로 방사선 쪼이는 범위를 줄일수록 부작용은 작아진다. 암조직과 정상조직 경계가 근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암 조직의 모양은 큐브 같은 직각이거나 공 같은 원이 아니다. 기암괴석처럼 울퉁불퉁하다. 이 울퉁불퉁한 면에 잘 맞추어 방사선 쪼이는 범위를 만드는 기술이 중요하다. 그래서 방사선 치료 기술의 발전에 따라 똑같이 면을 맞추는 정밀성이 발전해 왔다.

울퉁불퉁한 암 모양과 방사선 치료범위가 서로 잘 맞게 정밀해질수록 부작용이 줄어든다. 부작용 걱정이 없으면 방사선 빛의 양을 더 많이 높여서 암세포를 더 많이 죽일 수 있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정밀하게 맞추는 이 기술의 첨단적 방법의 하나인 중입자선 치료 또는 이와 비슷한 양성자선 치료는 시설을 가동하기 위해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의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무 병원에나 설치할 수 없을뿐더러, 치료비도 비싸다.

하지만 일반 병원에서도 일반 방사선 치료 장비로 같은 효과에 근접하는 치료를 할 수 있다. 경계면이 똑같진 않지만, 전산화된 정밀 치료설계 기술로 입체적인 울퉁불퉁한 모양에 최대한 가까이 맞추면 부작용을 높이지 않고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부담이 커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은 이 방법으로도 만족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일반 치료임에도 정밀치료에 근접하는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치료 장비를 갖추어야 하며, 정밀 방사선 치료 설계를 할 수 있는 전문의사의 손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환자들은 이런 여러 상황을 자세히 비교 검토하여 치료를 결정할 수 있다. 서울만 가면 다 된다고, 돈만 많이 들이면 다 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부작용을 최소로 줄일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차선책(次善策)이 된다.

류성열 온종합병원 암병원장, ‘방사선, 신비한 힘의 광선’(북랩)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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