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사람들 다 모여라”…당당히 몸 드러내자, 뉴욕서 무슨 일?

비만인들 모여 해변에서 당당히 몸을 '과시'해도 되는 팻비치데이 행사...있는 그대로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공간과 시간 마련에 의의

뚱뚱한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다 모일 수 있는 곳! 뚱뚱해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비키니를 입은 채 마음껏 해변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시간! 미국 뉴욕에서 뚱뚱한 사람들의 해변 모임이 열려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뉴욕포스트]
뚱뚱한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다 모일 수 있는 곳! 뚱뚱해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비키니를 입은 채 마음껏 해변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시간! 미국 뉴욕에서 뚱뚱한 사람들의 해변 모임이 열려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 영국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오젬픽과 같은 체중 감량 약물이 인기가 치솟고 사람들이 살을 빼는데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토요일 파 록어웨이(Far Rockaway)에서 ‘팻 비치 데이(fat beach day)’ 행사가 열렸다.

날씬함이 이상적인 미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팻 비치 데이와 같은 행사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반발로 여겨지기도 했다. 반면, 해변에서 자신의 몸을 드러내기에 눈치를 봐야하는 뚱뚱한 사람들이 마음놓고 즐길 수있는 공간과 시간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많은 ‘플러스 사이즈’들의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행사 주최자인 조던 언더우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비만인들은 매일 개인적 혹은 조직적 차원에서 문화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없는 만큼 소외돼 왔기에 이번 행사를 통해 ‘남들처럼’ 즐기는 시간을 갖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더우드는 “2000년대에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것과 비슷한 강력한 반(反)지방, 강렬한 문화적 변화가 있었다”며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제시카 심슨 같은 유명인들이 사이즈 6이 되면서 ‘뚱뚱하다’는 낙인이 찍힌 것에서 보듯 지난 10년간 교묘한 ‘뚱뚱함’ 공포증이 일었다”고 말했다.

그 자신도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뚱뚱한 체형인 언더우드는 중학교 시절부터 체중 때문에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 이로 인해 12살에 블로그를 시작해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뚱뚱한 운동가’로서의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

언더우드는 뉴욕시 전역에서 행사를 주최하고 있으며, 브루클린에 위치한 ‘몸 굴곡(커브) 큐레이션’ 빈티지 매장인 베리즈와 협력하여 제이콥 리이스 공원에서 팻 비치 데이를 주최하기도 했다. 미국 전역에서 비슷한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7월 13일에는 시카고에서 팻 프렌즈 풀 파티가, 몇 주 후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벨리스 아웃 비치 데이가 열릴 예정이다.

오젬픽 등 살빼기 활발, 날씬한 체형이 각광 받는 사회에서 당당히 자신 드러낼 수 있는 공간 만들어 

5월에 실시된 KFF 설문조사에서 미국 성인 8명 중 1명이 오젬픽이나 무자로 같은 체중 감량 약물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전반적으로 날씬해지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날씬함을 원하는 사회 분위기는 패션 업계에서도 바로 드러난다. 보그 비즈니스에 따르면 2024년 가을겨울 시즌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0.8%, 미드 사이즈는 3.7%에 불과해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최근 뉴욕은 체중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3년,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이 고용과 주거에서 체중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한 데 이어 통과된 것이다.  체중 차별 금지 운동이 일고는 있지만 온라인에서의 혐오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잭은 “인터넷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뚱뚱하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며, 여러모로 폭력적인 일이라 여긴다”며 “뉴욕은 매우 개방적이고 원하는 대로 옷을 입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틱톡을 하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뚱뚱한 사람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비만인으로 살기 어려운 현실…한국에서도 비만 자조모임, 같이 건강해지는 모임있어 

비교적 비만율이 서구권보다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비만인에 대한 인식이 더 좋지 않다. 이러한 시선에 맞서 비만인들의 건강을 다수가 합세하여 지원하고 같이 활동하는 비만 자조모임이 있다.  2022년 출범한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이하 같이건강 조합)’으로 지나친 비만으로 고민이 많고, 체중관리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고민을 나누는 모임이다. 살 쪘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고, 소외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출범한 조합이다. 속성 살빼기 코스, 한 달 안에 기적을 보여주는 보조제같은 건 없다. 대신 ‘같이건강’을 위해 나아가고 싶은 사람들만 모였다.

같이건강 조합은 2013년부터 비만 자조모임을 이끌어온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유현 대표가 이끌고 있다. 조합은 비만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비만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없애기 위한 캠페인을 벌어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김 대표 본인도 소아비만부터 시작해 직접 비만치료를 받고 있는 다이어터다. 비만 관리를 위해 의학과 운동도 공부했다.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살’에 대한 전문성을 쌓기 위해 노력해왔다.

김유현 대표는 “우리 사회에서 비만인들은 약간 다른 종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정말 공격하기 쉬운 대상으로 본다. 콤플렉스가 마음이 아닌 외부로 나타나서 이런 경향이 더 강하다. 때문에 항상 주눅 들어 살고 있는 분들이 많을 거다. 그러나 비만인도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아셨으면 한다. 모임에 참가해 실제로 5km, 10km 마라톤을 함께 한 이들도 있었다. 다른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으니 함께, 오래,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닥터콘서트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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