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 명문’ 부민병원, 또 다시 변신하는 이유는?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제5기(1차년도) 전문병원 명단을 발표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전문병원제도는 ‘특정 질환 또는 진료과목에 대하여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의료법 제3조의5)으로 3년마다 새로 지정한다. “대학병원 못지않은 전문성이 있어서 어려운 수술도 잘 하는” 병원이란 뜻이다.

거기 들어간 전국 94곳 병원들을 살펴보면 재밌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관절 분야는 전문병원이 모두 21곳인데, 부민병원이 3곳이나 들어있는 것. 부산 2곳(부산부민병원, 해운대부민병원)과 서울에 1곳(서울부민병원)이다.

왼쪽부터 부산부민병원, 서울부민병원, 해운대부민병원. [사진=인당의료재단]
1996년 개원한 부산부민병원은 제1기부터 지금까지 5회 연속으로 지정을 받았다. 2011년 개원한 서울부민병원은 제2기부터 4회 연속, 2015년 개원한 해운대부민병원은 제3기부터 3회 연속이다. 전문병원을 연속으로, 그것도 3개 병원이 나란히 지정받은 것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케이스다.

서울 부산 3개 부민병원 모두 ‘관절 전문병원’ 연속 인증

이들 병원은 모두 (의)인당의료재단 소속이다. 정흥태 이사장이 1985년 부산 금정구에서 시작한 ‘정흥태정형외과의원’이 모태다. 거의 40년에 이르는 역사를 기반 삼아 우리나라 ‘관절치료 명가(名家)’로 발돋움한 셈이다.

정 이사장도 올해 초 “의료의 질(質)을 담보할 수 있는 병원만이 미래의 우리나라 의료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3개 병원 동시 지정은 30년 넘게 한 우물을 파온 그동안의 노하우가 녹아든 것”이라고 했었다.

실제로 이들 3개 병원 관절센터들엔 정형외과 전문의만 보통 10명 정도씩 집중 배치돼 있다. 무릎부터 발과 발목, 엉덩이(고관절), 어깨와 팔꿈치, 손과 손목까지 신체 부위 별로 세세하게 전문 치료하는 의사들을 두고 있는 것.

여기에 로봇(인공관절)수술, 관절 내시경, 골절, 비침습 수술 등 진료 방식도 환자 맞춤형으로 세분되어 있다. 선천성 소아(小兒) 족부질환부터 노인성 골다공증, 운동하다 다친 스포츠 손상, 연골 재생술까지 가능한 것은 그래서다.

특히 스포츠 쪽으론 최근 대한스키협회,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후원 계약도 맺었다. 이들 종목 선수들에게 주로 생기는 정형외과 질환에 전문성을 더하겠다는 얘기다.

여성에 많은 무지외반증이나 족저근막염도 마찬가지. 자가골수 줄기세포치료술 등 새로운 시술도 일찍부터 도입했다.

무릎 치료 명의(名醫)로 널리 알려진 서승석 해운대부민병원 진료원장은 최근 “하루아침에 이런 시스템을 모두 갖추긴 정말 어렵다”면서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한 ‘부민병원 슬관절 심포지엄’을 지금까지 모두 9차례 주관하는 등 전문화에 계속 노력해온 결과”라고 했다.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게 해준 것은 2014년 미국 뉴욕주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와의 제휴였다. 미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 정형외과 전문병원으로 전문의들 사이에서 세계적 평판을 얻고 있는 HSS와 ‘글로벌 얼라이언스'(global alliance)를 맺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처음이었다.

세계 정상급 美HSS와 교류하며 글로벌 무대로

이후 부민병원은 매년 의사들을 HSS에 파견해 정형외과 분야의 첨단 의료기술을 익히게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현지 방문이 어려워지자 2021년부턴 원격 화상회의로 로봇수술 술기 발표 등 교류를 이어왔다. 그 사이에 질환별 표준진료지침(CP)도 만들었다.

지난해 개최한 미국 HSS병원과의 관절 의학 컨퍼런스. [사진=서울부민병원]
서울부민병원이 2022년부터 국내 내로라하는 의사들이 두루 참여하는 ‘로봇 인공관절수술 심포지엄’을 매년 열어온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최상의 의술로 인류의 건강한 삶과 행복에 기여한다”는 미션을 실천하려는 것.

그러는 사이 부민병원은 머리 쪽 뇌수술, 목~등~허리로 이어지는 척추 수술 분야에서도 급성장했다. 신경외과 의사들이 고난도 척추변형 수술, 원데이(1-DAY) 척추 내시경 수술까지 척척 해낸다.

‘부민 척추내시경 심포지엄’, ‘2020 K-UBE 미팅’ 등으로 척추외과 분야 전공의나 초기 전문의들 교육까지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전국 부민병원 3곳에서 연간 1만여 건 관절 수술과 3200여 건 척추 수술을 해내는 것도 그런 덕분. 서울부민병원 하용찬 병원장은 “2020년 기준 SCIE급 의학저널에 양방향 내시경 수술 관련 논문이 약 30편 실렸는데, 그중 8편이 부민병원 의료진이 발표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에 내과 분야까지 가세했다. 여러 복합질환이 있는 노령층 환자들에 초점을 맞춘 시도다. 뼈를 아무리 잘 고쳐 놓아도 몸 전반의 건강이 뒤따라 주지 않으면 그 효과가 반감되기 마련.

2022년 부산부민병원에 합류한 최창화 병원장(신경외과, 전 양산부산대병원장)은 “척추, 관절 전문병원으로 쌓아온 명성 위에 이젠 ERCP(내시경적담췌관조영술)센터, 소화기센터, 응급의료센터까지 더해 ‘지역거점 종합병원’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했다. 정흥태 이사장도 최근 내과 분야 투자를 대폭 늘렸다.

소화기내과 전공인 해운대부민병원 강대환 병원장(전 대통령 주치의)은 요즘 하루에 ERCP 시술만 20여 건 해낸다. 십이지장을 통해 간이나 쓸개, 췌장을 들여다보며 치료하는 고난도 내시경 기법인데, 웬만큼 큰 병원들도 한 달 정도 모아야 달성하는 시술 건수라고 한다.

ERCP 시술을 하고 있는 강대환 병원장. [사진=해운대부민병원]

첨단 IT기술 접목한 21세기 스마트병원으로 또 한차례 진화

그런 부민병원이 최근, 의료에 첨단 IT 기술을 대거 접목하려는 것도 이채롭다. 예방의학과 정밀의료,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맥이 닿아있다. 모든 병동에 안면인식 스크린도어를 설치한다든지, 진료카드를 모바일 앱(App)으로 만든다든지, 카카오톡 챗봇 상담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바로 그런 흐름의 일환이다.

서울부민병원 미래의학연구원(원장 정훈재),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주)비플러스헬스케어(대표 정훈재)가 그런 변화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휴대폰 하나로 병원비를 수납하고 처방전까지 받을 수 있다. 실손보험 청구도 바로 한다. AI 기반 문진 서비스 ‘어디 아파’ 앱을 시작한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부울경 의료계가 2027년 초 서부산권에 들어설 부산 명지부민병원을 주목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관절, 척추부터 내과, 거기에 각종 IT 기술까지 부민병원의 핵심 역량이 총집결한 21세기형 스마트병원이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부산 명지부민병원 조감도. [사진=인당의료재단]
닥터콘서트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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