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효과 뒤흔드는…‘배고픈 유전자’ 가려내 치료?

특정 검사법 ‘마이페놈’, 약 먹고 살 많이 뺄 수 있을지 판단 가능

‘기적의 비만약’ 효과가 모두에게 똑같이 나타나지 않는다. 비만 치료용 주사를 맞으면 살을 얼마나 많이 뺄 수 있을지 가늠하는 검사법이 개발됐다.[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체중을 확 줄여준다는 비만약은 모든 사람에게 똑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한다. 이른바 ‘배고픈 유전자(배고픈 장 유전자)’ 때문이다. 배고픈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비만약을 먹어야 효과가 높다. 배고픈 유전자가 있고, 평소 음식 섭취량을 줄여도 살이 잘 빠지지 않던 사람이 ‘기적의 비만약’(위고비, 오젬픽)을 주사로 맞으면 체중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비만약의 효과가 높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려내는 유전자 검사법이 개발돼 높은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팀은 비만 치료제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 작용제'(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사로 투여할 경우 체중 감량에 성공할 사람과 실패할 사람을 가려낼 수 있는 특정 검사법(마이페놈, MyPhenome)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특정 검사법으로 GLP-1 호르몬의 신호전달 경로에 있는 유전자 22개의 약 6000가지 변화를 찾아냈다. 이를 통해 각 환자에게 점수를 부여하고, 환자를 ‘배고픈 유전자(배고픈 장 유전자)’ 양성 또는 음성으로 분류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배고픈 유전자가 양성인 사람, 즉 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뇌의 호르몬 신호에 잘 반응한다. 비만약으로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면 배고픈 유전자가 음성인 사람, 즉 이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뇌에 식사를 중단할 때임을 알려주는 위장의 호르몬 신호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비만약보다는 체중 감량 수술 등 다른 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마리아 다니엘라 후르타도 안드라데 박사는 “비만 환자는 각기 다른 강력한 유전적, 생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 새로운 블록버스터 비만치료제를 투여했는데도 체중계가 거의 움직이지 않아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런 환자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치료에 앞서 유전자 검사로 가려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메이요클리닉의 체중 감량 등록부에 오른 84명을 대상으로 한 1년 동안의 소규모 연구 결과를 보면 배고픈 유전자가 양성인 사람은 세마글루타이드 요법으로 체중의 평균 19%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배고픈 유전자가 음성인 사람의 약 2배에 해당한다. 일부 환자(7명 중 1명꼴)는 체중의 5%도 채 줄이지 못했다. 이 연구 결과는 《내분비학회 저널(Journal of the Endocrine Society)》 저널에 실렸다. 이는 동료 심사를 거치치 않은 예비 연구다.

미국 CNN 방송 등 보도에 따르면 이 특정 검사법(마이페놈)은 비만한 사람에게 유전적 위험 점수를 부여하며, 체중 감량 주사약을 투여할 경우 성공할 확률이 높거나 낮은 사람을 높은 정확도로 찾아낼 수 있다. 이 방송은 ‘페노믹스 사이언스’라는 회사가 지난해 라이선스를 취득한 이 특정 검사 비용은 미국의 경우 350달러(약 48만원)이며, 의료진이 이를 주문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특정 검사법 개발에 참여했고 페노믹스 사이언스 대표를 맡고 있는 안드레스 아코스타 박사(위장병 전문의)는 “이 검사로 누가 체중 감량이 가능한지 알고 설명할 수 있다. 특히 누가 5% 이상 감량할 수 있는지 95%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다.

닥터콘서트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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