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으로 뛰어 다녔는데”…23세男 ‘이 증상’ 방치해 사망, 무슨 일?

혈중 나트륨 수치가 정상보다 낮은 상태 '저나트륨혈증'으로 이상증세 보인 남성...만성신부전증 겪고 있어 환자 모니터링 중요했지만 의료진의 사실상 방치 과실로 사망 결론

사우샘프턴 소버턴에 사는 기한 엘 할와기(58세)는 24세 마일로 피트의 엄마다. 마일로가 죽기 전 36시간 동안 아들의 상태가 악화되고 행동이 점점 불규칙해지는 것을 공포 속에서 지켜보았다. 오른쪽 엄마 기한과 그의 아들 마일로.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캡처]
병원에 입원한 24세 아들이 알몸으로 병동을 뛰어 다니다 엄마의 얼굴을 때렸다. 분명 이상 행동이었고 적절한 치료를 위해 중환자실에 보내져야 했지만, 의료진은 이 청년의 치명적인 상태를 발견하지 못했다. 아들은 몇 시간 후 사망했다.

영국 일간 더선이 최근 보도한 이 이야기는 사우샘프턴 소버턴에 사는 기한 엘 할와기(58세)의 사연으로 기한은 24세 마일로 피트의 엄마다. 기한은 마일로가 죽기 전 36시간 동안 그의 상태가 악화되고 행동이 점점 불규칙해지는 것을 공포 속에서 지켜봐야 했다.

마일로는 2020년 7월 4일 혈중 나트륨 수치가 정상 이하로 떨어져 뇌가 부어오른 후 사망했다. 저나트륨혈증으로 알려진 질환이었다. 알몸으로 병원을 뛰어다닌 당시 응급처치가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이 증상을 중대한 사안으로 인지하지 못한 채 태만했다는 것이 기한의 주장이다.

해당 병원에서의 사망 사건을 조사한 검시관은 마일로의 조기 사망이 부분적으로 ‘방치’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치료의 실패” 때문이라고 판결했으며, 잠재적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만성신부전증으로 태어난 마일로…신장 이식 두번 받았지만 상태 악화로 ‘저나트륨혈증’ 나타나
기한이 마일로를 임신했을 때 초음파 검사 결과, 마일로의 방광이 막혀 있었고 소변이 역류해 신장으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만성 신부전증으로 태어난 마일로는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병원에서 2년 동안 치료를 받았다. 이후 신장이식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건강해졌다. 신장 이식을 받은 환자로는 마일로가 영국에서 역대 최연소 환자 중 한 명이었고 그만큼 빠르게 회복했다. 그 후 20년 동안 마일로는 학교에서 스포츠를 하고 첼시 예술대학을 졸업하는 등 건강하고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 2019년 신장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다시 기증자를 기다리는 동안 투석을 받던 마일로는 그해 11월 포츠머스의 퀸 알렉산드라 병원에서 두 번째 신장 이식을 받았다.

2020년 여름, 그의 건강은 갑자기 악화됐다. 7월 1일, 마일로는 오후에 두명의 형제들과 함께 정원을 가꾸고 축구를 한 후 가족 저녁 식사를 했다. 기한은 밤 9시에 잠자리에 들어 잠을 자고 있었고, 몇 시간 후 마일로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다. 그는 “마일로가 나를 깨우더니 ‘엄마, 코로나19 때문에 연을 날리러 가야 해요’라고 말했다. 뭔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아들은 땀을 흘리고 있었고 말에 일관성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기한은 마일로에게 누워 있으라고 설득했지만 불안해하며 땀을 많이 흘려 샤워를 하고 싶다고만 했다. 기한은 응급 전화를 걸었고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마일로는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

마일로는 7월 2일 퀸 알렉산드라 병원의 응급실에 입원했고, 의사들은 그가 뇌염이나 뇌수막염을 앓고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마일로의 혈중 나트륨 수치가 129로 예상보다 낮다는 사실은 뒤늦게 발견했다. 혈중 나트륨 수치의 정상 범위는 리터당 135~145밀리이퀄런트(mEq/L)이다.

새벽 5시경, 기한은 의료진으로부터 마일로의 상태가 안정되었으니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후, 병원에서 마일로가 화장실에서 완전히 정신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신장 전문의가 아들이 퇴원할 수 있다고 말한 지 두 시간이 지난 후였다.

퇴원할 수 있다 했지만…나트륨 수치 정상보다 떨어져 이상 행동 나타난 것을 의료진이 방치
마일로가 쓰러지기 전 그의 나트륨 수치는 125였다. 병원 프로토콜에 따르면 이 시점에서 환자를 즉시 중환자실로 옮겨야 했지만 병원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마일로는 일반 환자가 아니라 신장 환자음에도 이 과정을 완전히 놓친 것이었다. 기한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마일로는 팔에 꽂힌 정맥주사를 뽑은 채 방향 감각을 잃은 채 알몸으로 병동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보안 요원 3명이 마일로를 제지하고 침대로 데려간 후에야 진정제를 투여할 수 있었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을 때 발생하는 저나트륨혈증으로 인해 마일로의 뇌는 상당히 부어 있었다. 기한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마일로는 왼쪽, 오른쪽, 왼쪽, 오른쪽으로 몸을 뒤집고 있다가 엄마를 보더니 얼굴을 두 대 때리는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일단 진정제를 투여한 마일로는 나트륨 수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후 16시간 동안 제대로 모니터링되지 않았다. 의료진이 7월 3일 새벽에 마일로의 혈액 검사를 실시했지만 몇 시간 동안 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고, 마침내 확인됐을 때 마일로의 나트륨 수치는 120에 불과했다. 기한이 의료진으로부터 ‘저나트륨혈증’이라는 단어를 들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오전 10시경, 기한은 마일로를 두고 아래층으로 커피 한 잔을 마시러 내려갔고, 그는 그 시간을 지금도 깊이 후회하고 있다. 그 짧은 시간에 마일로는 심장마비를 일으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의료진이 혈중 나트륨 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너무 늦은 상태였던 것이다. 마일로는 2020년 7월 4일 오전에 그렇게 사망 선고를 받았다.

검시관 결론 “의료진 태만에 해당하는 심각한 진료 실패”…모니터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한은 아들이 병원에 입원해 알몸으로 병동을 뛰어다닐 당시 바로 중환자실로 보내졌다면 아마 아직 살아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고를 명백히 병원의 태만으로 인지한 기한은 조사를 요청했고, 2023년 6월 16일 윈체스터 검시소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의료진 태만에 해당하는 심각한 실패’와 ‘마일로의 저나트륨혈증을 진단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놓쳤다’며 병원에 과실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석 검시관인 크리스토퍼 윌킨슨은 증거를 바탕으로 처음 12시간 동안 마일로를 평가한 세 명의 주치의 중 누구도 완전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수많은 ‘기회’를 놓쳤다고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6시간 동안 정보 기록이 부족하고 부서 간에 해당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일로의 나트륨 수치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모니터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윌킨슨은 이 사건은 병원의 기본적인 치료 제공에 대한 총체적인 실패와 방치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마일로의 죽음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허망한 아들의 죽음에 기한은 현재 영국 전역의 병원에서 ‘예방 가능한 사망’을 막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change.org에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는 청원을 시작했다.

혈중 나트륨 수치 정상보다 낮을 때, 심각한 손상 올 수 있어….물 많이 마셔도 위험한 이유 
저나트륨혈증은 혈중 나트륨 수치가 정상보다 낮은 상태를 말한다. 나트륨은 체내 체액량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미네랄이다. 신경과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고 신장은 나트륨과 체액 수치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만성 신장질환이 더 진행된 단계에 있는 사람은 체액과 혈중 나트륨 수치의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혈액 내 나트륨 수치가 너무 낮으면 여분의 수분이 세포로 이동하여 세포가 부풀어 오르게 된다. 이는 특히 팽창할 공간이 많지 않은 뇌에서 위험할 수 있다.

경미한 저나트륨혈증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증상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혈중 나트륨 수치가 매우 낮거나 매우 빠르게 떨어졌을 때 △메스꺼움 및/또는 구토 △두통 △근육 약화, 경련(경련) 또는 경련 △저혈압 △일어설 때 어지러움 △에너지 부족 또는 피로감 △식욕 부진 △안절부절 못하거나 성질 등의 가벼운 나타날 수 있다. 혈중 나트륨 수치가 극도로 낮은 경우에는 △정신 상태 변화(심한 혼란) △환각 △의식 저하 △발작 △혼수 상태와 같은 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저나트륨혈증은 물을 너무 많이 마실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신부전(콩팥 기능 저하), 심부전(심장 수축 기능 저하), 간경화, 갑상선기능저하증, 부신기능저하증 등을 앓는 환자는 물을 함부로 많이 마시면 안 된다. 담당 의사의 지시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 한국영양학회는 성인 남성(19~49세)의 하루 수분 섭취량을 2500~2600㎖로 정해 놓았다. 이 양은 물뿐만 아니라 음식을 통해 몸 안으로 받아들이는 총수분량을 말한다. 실제 필요한 물의 양은 본인의 키, 체중, 나이, 활동, 건강 상태 및 날씨에 따라 다르다.

전문의들은 “신부전 등 특정 질환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 물을 많이 마시면 대부분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것으로 그치지만, 일부는 심각한 질병과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명 ‘물 중독’으로 일컫는 저나트륨혈증은 혈류의 나트륨 및 전해질 수치를 비정상적으로 떨어뜨려 발작, 혼수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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