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 성인 환자, 정신건강도 의료 사각지대
음주 오남용은 4배, 우울증 3배, 섭식장애 2.5배
1형 당뇨 성인 환자가 질환 치료뿐 아니라 정신건강에서도 의료 사각지대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형 당뇨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선천적으로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해 발병한다. 대부분 30대 이전 어린 나이에 발병해 소아 당뇨병이라 불리지만, 성인이 돼도 병증은 여전하기 때문에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실제 전체 국내 환자 중 성인의 비중이 90%에 달한다.
반면, 국내의 1형 당뇨 지원책은 소아·청소년기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1형 당뇨 환자는 성인이 된 후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특히,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등은 이들 환자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지적한다. 평생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의료비용과 함께 질환에 대한 편견과 낙인으로 사회·경제적 활동에도 큰 제약이 있다는 토로다.
국내의 1형 당뇨에 대한 인식은 낙인 점수(높을수록 사회적 낙인 수준이 높음)를 기준으로 59점인데, 이는 호주 53점, 터키 47점, 덴마크 43점보다 높다. 이러한 사회 인식은 당뇨 환자들의 치료와 관리를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환자들의 마음건강도 위협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김재현∙김규리 교수팀은 1형 당뇨 성인 환자의 정신건강질환 발생률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9년 1월~2020년 12월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성인이 된 후 1형 당뇨를 진단받은 환자 1만391명과 비환자군 5만1995명을 평균 7.94년 동안 추적 분석했다.
이 결과, 1형 당뇨 성인 환자의 정신건강질환 발생률은 1000명당 연 평균 66명(1000인년당 66명)으로 비환자군(29명)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구체적으론 △음주와 약물 오남용 4배 △우울증 3배 △성격·행동 장애 2.6배 △기분 장애와 섭식 장애 2.5배 △불안·스트레스 장애 1.9배나 발생 위험이 더 높았다. 해당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당뇨병과 신진대사(Diabetes & Metabolism)»에 게재됐다.
김재현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 1형 당뇨 성인 환자 76%는 정신건강 관련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보고됐다"면서 "사회적 인식 오류와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1형 성인 당뇨 환자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1형 당뇨 성인 환자들이 힘든 치료 과정 속에서 정신적으로도 건강을 잃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항상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면서 "하루 빨리 사회적 인식과 치료 시스템이 개선되어 1형 당뇨 성인 환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환우회와 학계에선 이와 같은 1형 당뇨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1형 당뇨나 소아당뇨라는 기존의 명칭을 최근 국제 학계에서도 도입한 '췌도부전 당뇨병'으로 변경하고 건강보험상 '중증 난치질환'으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