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6000배”… 이거 정말이야?

[藥인가 食인가...線넘는 건기식] ①질병예방·효과 광고 '봇물'

사진: 건기식 제품 광고가 모바일 영상 및 신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비되고 있다. [편집=코메디닷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핵심입니다. 비타민C에 6000배가 들어있는 엄청난 성분 ‘아스타잔틴’이 눈을 집중적으로 케어하는 거죠. ‘000’가 여러분의 눈을 지켜드립니다…”

40대 직장인 김모 씨(가명)는 유튜브에서 마주친 광고 영상을 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 눈을 비롯한 육체 피로를 자주 느껴 영양제에 관심을 두었던 터라 영상을 유심히 살폈다. 광고 속 모델은 엄청난 효능을 지닌 것처럼 소개한다. 왠지 의심스러웠다. 그는 “뭔가 과장됐다는 느낌이 들어 구매를 포기했다”고 했다.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소비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의약품으로 혼동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건기식 광고가 성행하고 있다. 특정 증상 예방과 질병 개선 효과가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건기식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책임을 떠넘기듯 처신하고 있어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우리나라 건기식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급성장했다. 건강기능식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2019년 4조9000억원에서 2023년 6조2000억원을 돌파했다. 4년 사이 27% 몸집을 불렸다.

통상 건기식은 일상에서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나 인체에 유용한 기능을 지닌 원료를 사용해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도록 설계한 식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과학적 근거를 평가해 인정한 기능성 원료나 개별인정 원료를 사용한다.

의약품인 듯 아닌 듯…아리송한 광고 문구들

이를 바탕으로 건기식 제품의 표시 문구나 광고에는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고 기능성 정보를 표시하고, 정부가 인정한 건강기능식품 마크가 부착된다. 중요한 것은 기능성 원료가 들어가 있어 건강에 일부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지, 의약품처럼 치료·질병증상 개선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진: 주요 포털에도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건기식 제품의 영상 콘텐츠가 다수 업로드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건기식은 인정받은 기능성 원료에 대해서만 광고할 수 있으며, 질병 예방이나 치료 효과는 광고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온라인에서는 허가사항을 부풀린 듯한 광고가 넘쳐난다. 제품 판매 웹사이트의 게시물 뿐만 아니라 블로그, 영상 등을 통한 제품 바이럴 마케팅에서도 혼동을 주는 표현이 많아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A업체는 눈 건강 성분으로 유명한 루테인과 아스타잔틴을 함유한 건기식 제품을 판매 중이다. 아스타잔틴은 바닷속 해조류의 일종인 헤마토코쿠스에서 추출한 항산화 성분으로, 눈의 피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원료로 등록돼 있다.

이 회사의 제품 판매 소개 글은 눈 피로 개선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영양제라고 설명하지만, 유튜브 광고 영상과 포털의 홍보 알림창에서는 혼동을 주는 문구가 다수 등장한다. ‘눈 노화 방지’ ‘시력저하 방지’ 등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을 쓰고 있다.

‘00 방지’ ‘00 예방’ 문구 사용… 버젓이 ‘약’ 표현도

중년 남성을 길거리 인터뷰 형식으로 홍보한 광고 영상에서는 항산화 성분이 담긴 아스타잔틴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일부 연구를 인용해 아스타잔틴의 항산화 효과가 비타민C보다 최대 6000배나 강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항산화 효과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연구는 아스타잔틴의 항산화 효과를 비타민C의 10배 수준으로 평가한다. 이런데도 홍보를 위해 특정 연구 내용만 취사 선택함으로써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바이럴 영상에서는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로 “눈 노화방지 끝판왕 아스타잔틴 영양제” “눈영양제 시력저하 방지, 눈노화 예방에 추천” 등의 문구가 업로드돼 있다.

루테인과 아스타잔틴이 눈의 노화를 늦추는데 도움을 주거나 눈의 피로도 개선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예방(방지)하는 효능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이러한 효능을 과신해 일일 섭취량 범위(4~12 mg/g)를 넘겨 과다 섭취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피부가 황색으로 변하거나,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틴의 흡수를 저해할 수 있다는 문제도 보고된다.

심지어 ‘약’이란 단어를 버젓이 노출하는 사례도 있다. B업체는 네이버 쇼핑 코너에서 은행잎 추출물 성분의 건기식을 판매하면서 ‘인지력 집중력 개선 도움 영양제 약’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기 위해 클릭 하면 더 이상 ‘약’ 표현은 보이지 않는다. 표시 기준을 어겨가면서 낚시성 문구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건기식 주무 기관인 식약처의 관리·감독이 느슨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허위·과대광고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코메디닷컴이 취재를 진행하면서 식약처 담당 부서에 허위·과대광고 사례와 관련해 수차례 문의를 넣었지만 제때 답을 듣지 못했다. 사이버조사팀에서 건기식정책과로, 다시 식품표시광고과로 공이 넘어갔다.

“식약처, 판매자 편에서 관리·감독하나?”

이 과정에서 식약처 관계자는 “이미 노출된 광고의 위반 여부 확인을 위해서는 함께 심의를 담당하는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를 통한 사전심의 내용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단속 권한을 지니고 있는 식약처가 건기식 업계를 대변하는 협회와 상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능성 원료의 허가사항을 넘어선 광고 문구 표기 지적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건기식의 표시·광고는 자율심의기구의 사전심의를 거쳐 기능성 인정 내용을 명확히 표시 및 광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과대 광고 의심이 드는 사례에 대한 판단을 요청하자 “건기식의 기능성 범위 내에서 ‘00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00 개선’으로 표시·광고한 것만으로 부당 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한 표시·광고 여부는 ‘00 개선’ 등 문구 하나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표시문구, 도안, 이미지 등과 연계해 인정받은 기능성 범위를 벗어났는 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부연했다.

건기식 성분인 기능성원료와 개별인정원료는 ‘00 개선(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식으로 허가받는다. 그런데도 ‘00 개선’ 등의 표현을 써도 부당 표시로 보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식약처가 허가사항을 넘어선 표현에 대해 소비자는 뒤로 한 채 판매자 입장에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종혁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