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CR 겨냥하는 K-항암제…기술이전 기대감

한미약품, 10개 연구 과제 발표..."국내 최다 건수"

[사진=AACR 홈페이지 캡처]
오는 5일 개막하는 미국암연구학회 연례 학술대회(2024 AACR)에 국내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항암제 연구결과를 뽐낸다. 이 자리를 통해 기업들은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이전 가능성도 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오는 5~10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AACR에 한미약품, 종근당, 유한양행, HK이노엔 등 국내 제약사들이 출동해 신규 항암 파이프라인과 연구과제 등을  공개한다.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유럽 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히는 AACR은 다른 학회들과 달리 전임상과 초기 임상에 대한 연구결과 발표를 허용해 미래 항암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행사로 여겨진다.

과거 국내 제약사들에게 AACR이 단순히 연구결과를 공개하는 자리였다면, 최근 항암제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기술이전 가능성을 엿보는 기회의 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와 리가켐 바이오의 ADC(항체약물접합제) 신약후보물질 ‘LCB84’,  HLB의 간암치료제 ‘리보세라닙’ 등도 AACR에서 연구성과를 알린 뒤 기술이전이 이뤄졌다.

이번 학회에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연구과제를 공개하는 제약사는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p53-mRNA 항암 신약’과 신규 파이프라인 2개를 포함해 총 10건의 연구과제 포스터를 발표한다. 이 중 p53-mRNA 항암 신약은 종양억제 유전자인 p53의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삼아 암세포가 분열하고 성장하는 것을 막는 항암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금까지 p53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이 많이 시도됐지만, 아직 상용화된 약물은 없어 시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ADC(항체약물접합제) 기반 치료제 ‘CKD-703’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CKD-703은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를 겨냥하는 항암제다. cMET은 정상세포에서는 항상성 조절에 관여하지만, 암세포에서 활성화되면 종양의 성장과 혈관 형성 등을 유발한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암세포를 정확하게 찾아가게 하는 차세대 기술로 종근당은 2019년부터 네덜란드 ADC 전문회사 시나픽스(Synaffix)와 공동연구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2월에는 시나픽스로부터 ADC 플랫폼 기술 권리를 약 1650억원에 도입해 CKD-703에 적용했다. CKD-703의 초록은 행사가 시작하는 5일 공개된다.

유한양행은 면역항암제 ‘YH32367’과 ‘YH41723’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 YH32367은 암유전자로 불리는 HER2(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형)가 발현된 종양에 결합해 면역세포의 항암 작용을 강화하는 치료제다. 한국과 호주에서 임상 1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YH41723은 유한양행이 이번에 최초로 공개하는 면역항암제로 PD-L1·TIGIT를 이중 표적으로 삼는다. 암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단백질 PD-L1과 TIGIT는 암세포가 T 면역세포를 회피하도록 유도하는데, YH41723는 이를 억제해 면역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유한양행과 이뮨온시아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HK이노엔은 비소세포폐암 유전자(L858R)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4세대 표적항암제 ‘IN-119873’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 IN-119873은 EGFR의 돌연변이를 겨냥하는 티로신 키나제 저해제(TKI)다. EGFR은 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관여하는 수용체다. EGFR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종양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세포의 신호전달과 성장 등을 담당하는 효소인 티로신 키나아제를 막아 암세포가 커지는 것을 억제한다.

특히 IN-119873은 암세포의 에너지원인 아데노신3인산(ATP) 결합 부위를 공략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EGFR의 알로스테릭(단백질 자리 중 하나) 결합부위를 공략한다. 이에 따라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HK이노엔 측 설명이다. HK이노엔 신약연구소장 김봉태 상무는 “AACR에서 국내 및 해외 기업, 전문가를 대상으로 EGFR-TKI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동시에 협력 기회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성제약은 자체 개발한 광과민제 ‘포노젠’을 처음 선보인다. 포노젠은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분해야 할 때 암세포에 달라붙어 표적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회사는 이번 학회에서 포노젠을 활용한 ‘복막암 전이의 진단 정밀도 향상’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포노젠을 사용해 복강경 검사의 진단 정확도를 평가한 결과, 이전보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크게 향상됐다는 내용이다. 동성제약은 “포노젠이 복막암 진단·관리에 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인 접근법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AACR에서 실력을 뽐낸다. 티움바이오는 면역항암제 ‘TU2218’의 전임상 결과를 공개한다. TU2218은 체내에서 면역항암제 활성을 방해하는 ‘형질전환성장인자(TGF-ß)’와 ‘혈관내피생성인자(VEGF)’의 경로를 동시에 차단해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극대화하는 이중 저해제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 MSD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투여했을 때의 효능을 알아보기 위한 임상 1b상을 진행하고 있다. 초록에 따르면 TU2218과 간암 치료제인 ‘렌바티닙’, 항 PD-1 항체를 병용투여한 그룹에서 종양성장억제율은 99%, 병의 징후가 감소하는 완전관해율은 67%로 나타났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새로운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ABL112’와 ‘ABL407’의 비임상 데이터를 발표한다. 두 면역항암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가 적용된 파이프라인이다. ABL112는 TIGIT을, ABL407은 종양관련 세포에서 과발현해 면역반응을 부정적으로 조절하는 단백질 ‘LILRB4’를 표적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AACR은 항암제 분야를 연구하는 기업들이 꼭 가려고 하는 학회”라며 “당장 기술이전 계약까지 체결한다기 보다는 그간의 연구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전하고 눈도장을 찍는 자리”라고 말했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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