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복지부 고발…법조계 “섣부른 소송, 원고 인정 안돼”

의대 증원 실행 방향만으론 처분 대상 안돼...ILO 개입도 어려울 듯

(왼쪽부터) 임무영 법률사무소 임무영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이민 의원 [사진=신현영TV 유튜브 캡쳐]
지난 5일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보건복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 소송(입학정원 증원 처분과 후속 처분에 대한 취소)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도 제출했다.

그러나 의료법 전문 변호사들은 해당 소송을 두고 교수들이 피해 당사자(원고)로서의 근거가 부족하고,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소송 각하(무효)’를 주장했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주최로 열린 ‘의료대란 관련 법적쟁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최근 의료대란 속 각종 법률적 쟁점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이민 의원 △임무영 법률사무소 임무영 변호사 △한국의료법학회 김소윤 회장 등이 참여했다.

“교수들의 소송…원고 자격 인정 못 받을 듯”

의대 교수들이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한 것에 대해 패널로 참석한 두 변호사 모두 ‘원고적격이 안될 것’이란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의대 증원으로 피해를 보았다는 이해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임 변호사는 “행정소송 전에는 원고적격이라고 원고를 엄격하게 심사한다. 법률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은 원고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다”며 “의대 교수는 의대 정원이 증원된다고 해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의대생은 원고 자격이 될 수도 있다”며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학습환경이 파괴돼 양질의 교육을 못 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 의원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려면 원고적격과 더불어 행정 소송에 어떤 것이 처분 대상이 되는지가 쟁점”이라며 “정부 공권력의 행사와 이에 대한 거부는 처분성을 엄격하는 보는 경향이 강하고, 정책적 판단이라 처분을 인정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 정지 가처분 신청…”정부는 아직 시작도 안 한 정책”

소송을 제기한 의대 교수협의회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우려’,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를 들어 의대 증원 집행 정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의대 증원이 정책적 판단인 점을 들어 행정 소송 처분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의료계가 행정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에 대해 임 변호사는 ‘섣부른 소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의대 입학정원을 늘린다는 정책적 방향을 밝힌 것뿐”이라며 “집행정지 처분이 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없다. 의료계에선 처음부터 목적물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계는 대상이 되는 처분이 있다고 전제 하에 섣불리 신청한 것”이라며 “만약 가처분을 하려면 정부에서 의대 정원을 어느 학교에 몇 명씩 증원한다는 정책을 발표하고 정식 공문으로 행정 행위를 했을 때나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공의의 ILO 개입 요청…”정부 손 들어줄 듯” 

지난 13일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이 국제노동기구(ILO)에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강제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규정, 개입을 요청했다. 자발적이지 않은 모든 노동을 금지하는 ILO 제29호 협약에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는 제29호 협약에 국민 생존과 안녕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경우 강제 노동 적용이 제외된다 ‘예외 조항’을 들며 반박한 바 있다.

해당 논란에 임 변호사는 “ILO협약 제 2조를 보면 강제 근로에 해당되지 않는 5가지 예외 사항이 규정돼 있다”며 “그중에 긴급한 경우는 강제근로에 적용을 제외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ILO 협약에 위배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공의들은 정부가 ‘파업 참가에 대한 처벌로 강제 노동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ILO 조항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파업에 따른 처벌이 징역형을 통한 노역 의무가 아니고, 면허 정지나 취소 등 행정처분이라면 협약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 그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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