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다친 사람의 뼈 연골 힘줄…피부세포로 재생?

‘뱀 다리’ 만들 수도...피부세포→사지세포 바꿔, 사지절단 환자의 재생치료 가능성 열어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와 각종 산업재해로 팔다리를 잃는 사람이 많다. 세포 기술을 이용해 사지 절단 환자를 재생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각종 사고와 병으로 팔다리가 잘린 환자의 뼈 근육 연골 힘줄을 피부세포로 만들어 재생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일본 규슈대 공동 연구팀은 피부의 섬유아세포를 ‘사지 전구세포’(팔다리가 되기 전의 세포)로 바꿔, 사지 절단 환자를 재생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피부·결합조직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세포인 섬유아세포를 사지 전구세포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세포로 전환하거나 재프로그램할 수 있는 새로운 단백질(Lin41)을 찾아냈다.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특수 단백질은 세 가지(Prdm16, Zbtb16, Lin28a)뿐이었다. 이들 특수 단백질은 배양된 사지 전구세포가 더 빨리 성장하고 증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의 제1 저자인 규슈대 유지 아츠타 박사(과학대학원)는 “배아에서 사지가 발달하는 동안 사지의 싹에 해당하는 ‘사지 전구세포’는 뼈, 근육, 연골, 힘줄 등을 생성한다. 이런 세포를 쉽게 만들고 접근하는 방법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사지가 절단된 사람의 사지를 재생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향한 디딤돌이다. 언젠가는 뱀에게도 다리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약 6000만 명이 팔다리를 잃은 채 살고 있다. 사지 절단은 산업재해, 교통사고, 지진 등 자연재해에 의한 외상과 종양, 감염, 선천적 결함 등으로 발생한다. 팔다리가 손상된 사람 가운데 합성재료와 금속 보철물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다. 과학자들은 이들 환자를 재생 치료나 자연 조직 대체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 중이다.

현재 사지 전구세포는 배아에서 직접 얻는 게 일반적이나, 인간 배아는 윤리적 문제를 낳는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배아와 비슷한 상태로 재프로그래밍한 뒤 특정 조직 유형으로 유도하는 성체 세포를 이용하면 사지 전구세포를 만들 수도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방법은 섬유아세포를 사지 전구세포로 직접 재프로그래밍하고,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프로세스를 간소화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가 암에 걸리는 등 문제에 대한 우려도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생쥐와 닭 배아의 초기 ‘사지 싹’에서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다른 조직에 비해 초기 사지 싹에서 더 많이 발현되는 유전자(대부분 전사인자) 18개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인간 세포에 적용해 치료용으로 활용하고, 진화 과정에서 사지를 잃은 조상을 둔 뱀에도 적용해볼 예정이다. 연구팀은 “사지 조직이 없는 종에서도 사지 조직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팔다리가 없는 뱀을 연구하면 발달 생물학의 새로운 경로와 지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 결과(Direct reprogramming of non-limb fibroblasts to cells with properties of limb progenitors)는 국제학술지 ≪발달 세포(Developmental Cell)≫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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