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물에 발 닿았다가...자주색 반점 생겨, 무슨 일?
많은 양의 한랭글로불린이 혈액에 존재하는 ‘한랭글로불린혈증’
# 30대 직장인 김씨는 휴가를 맞아 강원도로 향했다. 김씨가 강원도로 떠난 날은 대관령 지역에 대설이 내리던 날씨. 최근들어 날이 풀렸던 지라 옷을 두껍게 입지 않았던 김씨는, 오랜만에 보는 눈에 심취해 얆은 옷과 천 운동화에도 불구하고, 눈 속에서 인생샷 남기는데 집중했다. 만족스러운 사진으로 집에 돌아왔지만, 그날 이후 발에는 자주색 반점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김씨가 진단받은 병명은 ‘한랭글로불린혈증’ 난생처음 듣는 생소한 질환에 김씨는 당황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한랭글로불린은 혈액 내 존재하는 비정상 면역글로불린으로 낮은 온도에서 응집되어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며, 정상 체온이 되면 다시 용해된다. 응집된 덩어리는 작은 혈관을 막으면서 혈액 순환을 방해해 피부, 관절, 신경, 신장과 간에 손상이 생긴다. 이 때 많은 양의 한랭글로불린이 혈액에 존재하는 것을 ‘한랭글로불린혈증’이라 한다.
차가운 온도에 노출된 부위에 발진이나 자주색 반점, 관절통, 레이노 현상이 나타나면 한랭글로불린혈증을 의심할 수 있다. 레이노 현상(Raynaud phenomenon)이란, 갑작스러운 추위나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손가락이 창백해지고 점차 푸르스름해지면서 저리고 아픈 느낌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랭글로불린혈증의 증상은 관절염이 흔하며, 대개 양측에 대칭성으로 발생하지만 만성적인 관절 변형은 드물다. 말초 신경염도 동반되며, 환자의 70% 이상에서 기저막의 비후를 동반한 증식성 사구체신염이 관찰되기도 한다.
현재 한랭글로불린혈증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이나 C형 관염과 연관이 있다고 추측할 뿐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추위의 노출을 피하는 것이 시작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쓴다. 혈장 교환술이 때로는 효과적이기도 하다.
치료보다는 예방에 힘쓰는 것이 더욱더 중요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직접적인 추위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추운 날씨에는 슬리퍼를 신지 않는 등 옷차림에 신경 써야 한다. 만약 갑자기 추위에 노출되었다면 갑자기 더운 곳에 들어가기 보다는 신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서서히 온도에 적응한다. 평소 비타민이 들어있는 과일을 꾸준히 섭취하여 면역력을 높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