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의사 40%가 전공의…병원에서 사라졌을 땐?

입원·수술환자 관리 역할 중대...의존도 줄이려면 '전문의 고용' 늘려야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관계자들이 전공의 사직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사진=뉴스1]
의대 증원을 놓고 전국 대학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나겠다고 예고했다. 당장 예정된 수술이 줄줄이 미뤄지고 입원 가능한 환자가 줄어들면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련병원 221곳에서 근무하는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는 1만3000여 명 수준이다.

이 중 국내 최대 상급종합병원인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전공의 수는 2745명이다. 이들 병원의 의사 인력 전체는 7042명으로, 전공의 비율은 전체의 39% 수준이다. 병원별로는 △서울대병원 46.2% △세브란스병원 40.2% △삼성서울병원 38.0% △서울아산병원 34.5% △서울성모병원 33.8% 순이다.

전공의란?…전문의 되기 위한 훈련 과정

전공의란 의대 과정을 마친 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대학원 과정을 밟는 의사들이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련체계는 의대 6년과 수련의(인턴) 1년, 전공의(레지던트) 3~4년으로 이뤄져있다.

의대에서 예과 4년과 본과 2년 등 총 6년을 공부한 후 국가고시를 거쳐 일반 의사면허를 얻는다. 이는 전문 진료과가 없는 일반 의원을 개원할 수 있는 일반의다.

이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려면 수련의와 전공의를 거쳐야 한다. 수련병원에서 1년 동안 전공과목을 정하지 않은 채 병원 내 모든 전문진료과를 돌며 전공을 선택하고 이후 4년간 특정 진료과목을 수련한다. 4년의 전공의 수련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전문의가 된다.

따라서, 전공의는 임상의사로서 자격은 있지만, 전문과 진료를 위해선 교수의 감독 아래 의료 행위를 실시한다.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곁에서 도우며 배우는 동시에 실질적으로 환자를 가까이에서 돌보는 일도 맡는다.

전공의가 업무를 많이 맡고 있는 부분은 입원과 수술환자 관리다. 회진을 함께 하며 환자의 상태를 관리하고 병동 내 응급상황에 대응하거나 야간 당직 등 업무도 분담한다. 입원과 퇴원, 치료기록을 챙기는 등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까지의 과정에도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 동의서를 설명하고 서명을 받고, 수술 전 준비과정과 수술도 보조한다.

빅5 병원의 의사 및 전공의 현황 [출처=보건복지부]
입원·수술환자 관리 역할 중대…의존도 줄이려면 ‘전문의 고용’ 늘려야 

문제는 국내 병원에서 그동안 저임금 의사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전공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점이다. 전공의가 단체로 사직서를 낼 경우 당장 의료대란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서 전공의 1명당 배정되는 입원환자수는 대략 15~30여 명 수준이다. 실제 대한전공의협의회의 ‘2022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에서 45.9%가 11~30명의 입원환자를 담당했다.(11~20명 29.9%, 21~30명 16.0%) 30명대와 40명대의 입원환자를 담당한 전공의 비율도 각각 4.4%와 3.9%였다.

특히 당직일 때는 36.7%가 하루 평균 50명 이상의 입원환자를 맡았다. 3.3%의 전공의가 하루 201명 이상의 환자를 돌본 경우도 있다. 이런 탓에 법정시간인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한다는 전공의의 비율(4주 평균)도 52.0%에 달했고, 최대 160시간 이상을 근무한 전공의도 2명이 존재했다.

실제로 의료계는 교수나 전문의 대비 저임금인 전공의를 대거 채용해 과도하게 업무를 맡고 있는 병원의 구조 자체의 개선을 요구해 왔다. 정부 역시 이에 공감해 의대 증원과 함께 추진하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서 의료기관을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포함하기도 했다. 다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재원이나 세부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대중 교수는 “전공의는 교육과 훈련을 받는 학생이면서도 진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부재시에 굉장히 많은 병원 일이 마비된다”면서 “전공의는 기본적으로 입원·수술환자를 관리하고 교수와 간호사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김 교수는 “전공의 의존도를 줄이려면 그 역할을 대신할 입원 전담 전문의 등을 지금의 2~3배 이상 고용해야 하는데, (정부) 재정 투입 방안의 구체성이 매우 떨어진다”면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가 실현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의사들이 더욱 반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전임 회장은 “최근 10년간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의료비 비중은 크게 증가한 반면, 의사 인력 충원은 부족해 전공의 의존도가 갈수록 올라갔다”면서 “이 때문에 현 상황에서 대형병원 운영 차질 우려가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강 전 회장은 “영국 등에서도 장기간 전공의 파업이 진행됐지만, 국내보다 의료 차질 우려가 덜한 것은 생각해 볼 지점”이라면서 “1970~198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도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지만, 이제는 전문의 중심 제도가 정착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강 전 회장은 지난해 전공의 노동환경 개선과 의료기관 의존도 제고 등의 내용을 담은 전공의법 제정을 적극 추진한 바 있다.

의대 증원, ‘제대로 된 의학교육 보장+의사인력 수요 효율화 노력’ 필요

이와 관련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허대석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장은 과거 ‘호스피탈리스트’라는 통합 (입원) 전문의 제도를 대안으로 제안한 바 있다.

당시 허 단장에 따르면, 과거 미국과 유럽에서도 야간과 주말 당직을 인턴이나 레지던트와 같은 젊은 의사들에게 의존하여 운영한 제도적 결함 때문에 환자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했다. 따라서, 제도적으로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전공의에게 의존해 병원을 운영하던 경영 방식이 불가능해져 도입한 제도가 ‘호스피탈리스트’다.

허 단장은 “현재 방대하게 세분화한 전문 진료과 체계가 의료 인력 부족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면서 “호스피탈리스트는 환자를 중심으로 필수의료 과목을 다시 통합해 수련·진료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의사 인력 수요를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 단장은 “이런 점을 참고해 입원 전담 전문의 등의 의료인력 제도를 고도화하는 한편, 의대 증원과 관련해선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을 전제하겠다고 보장하는 등 의료계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예고한 집단 사직서 제출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 및 보호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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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4-02-21 10:52:28

      정부도 의사협회도 조금씩 양보하여 타협점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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