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년 자연방사선 한번에 쬐면?… 국내연구팀 DNA 변화 첫 규명

KAIST-동남권원자력의학원-서울대 의대 공동연구

방사선 항암치료 모습. 사진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기를 이용한 항암치료 과정. [사진=세브란스병원]
국내 연구팀이 방사선 치료가 세포에 일으키는 세밀한 변화를 밝혀냈다. 방사선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파괴한다. 다만 고에너지 물질인 탓에 암 세포 외 다른 세포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많은 암환자들이 방사서 치료를 받고는 있지만, 의·과학계는 지금까지 실제 방사선이 인체 세포에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의 종류를 명확히 파악하지는 못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와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서울대 의대 연구진은 방사선이 만들어낸 돌연변이의 종류를 처음으로 분석해 해당 내용을 국제 학술지 «셀 지노믹스(Cell Genomics)»의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했다.

연구진은 방사선이 만들어낸 돌연변이를 유전체 서열분석 기술을 통해 규명했다. 먼저, 생쥐와 사람의 다양한 장기(위, 소장, 대장, 간, 유방, 폐, 췌장, 나팔관 등)에서 얻은 세포에 방사선을 조사했다. 이후 돌연변이 유전자를 검출하기 위해 총 200개의 세포에 각각 오가노이드 세포 배양 기술을 적용했다.

이 결과, 각 세포는 1Gy(그레이)의 방사선을 받을 때 14개 내외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만들어냈다. 1Gy는 우리나라에서 320년 동안 자연방사선에 노출된 양과 같다. 국내의 연간 평균 자연방사선량은 3.08mSV(시버트)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방사선이 유전자를 손상시키는 방식(변이 패턴)도 규명했다. 주로 염색체 끝부분에서 △짧은 염기 결손(유전자 전달 물질의 일부 상실) △소수의 염색체 역위(염색체 순서가 반대로 뒤바뀜)와 △전위(염색체 순서 위치의 변화) △다양한 복잡 구조변이 등의 손상이 발생했다. 이는 다른 원인에 의한 유전자 돌연변이와는 구분되는 방식이었다. 또한, 서로 다른 세포 종류에도 방사선은 모두 비슷한 정도의 돌연변이를 만들었다.

논문은 “분석량의 한계로 이번 결과 외에도 더 많은 돌연변이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향후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한 세포를 추적한다면 방사선 치료 후 재발하는 암세포에 대한 실마리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는 “방사선이 분자 수준에서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규명했다”면서 “방사선이 우리 세포의 DNA를 얼마나,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첫 규명”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 김경수·장지현 교수는 “이번 연구로 방사선이 인체 DNA 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는 도구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손태건 박사는 “앞으로도 초저선량과 초고선량의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면,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사선 치료 기술을 발전시킬 있다”고 기대했다.

한편, 논문 전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666979X24000260?via%3Dihub)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림1~2. 연구 방법과 결과를 묘사한 모식도. 그림3은 방사선에 의해 발생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종류를 그림으로 나타냄. [자료=KAIST]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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