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소수자 청년 절반 이상, ‘벽장’ 속에 숨어 있다?

커뮤니티 참여율 낮고 무성애·보수적 정치 성향 높아

은둔형 벽장과 억압형 벽장 유형은 개방형 벽장 유형보다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덜 공개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커밍아웃이란 동성애자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말한다. 성정체성을 비밀로 남겨두도록 사회적으로 강요하는 ‘벽장’을 열고 나간다는 뜻이다.

국내 청년(34세 이하 성인) 성소수자들은 ‘은둔형 벽장’ 유형이 10명 중 6명(60.1%)으로 가장 많으며, ‘개방형 벽장’ 유형(20.1%)과 억압형 벽장 유형(19.8%)이 나머지 반반씩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방형 벽장 유형은 은둔형이나 억압형 유형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하고 대부분 상황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를 꺼리지 않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은둔형 벽장과 억압형 벽장 유형은 개방형 벽장 유형보다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덜 공개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은둔형 벽장 유형에서는 실제 커밍아웃은 거의 안 하지만 여러 상황에서 정체성을 드러내기를 꺼린다는 응답이 억압형 벽장 유형보다 적었다. 즉 억압형 벽장 유형이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압박을 크게 느끼는 집단이다.

개방형 벽장 유형은 높은 수준의 커뮤니티 연결, 커뮤니티 참여 등을 특징으로 하며 차별 경험도 높게 보고했다. 반면 은둔형 벽장 유형은 무성애자(무성욕자)의 비율이 다소 높았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정치적 성향이며, 성소수자 커뮤니티 연결감 및 참여 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이었다. 억압형 벽장 유형의 청년 성소수자들은 커뮤니티 연결감 및 참여 수준 등은 다른 두 유형의 중간 정도였지만 사회변화에 대한 인식 수준이나 차별 경험의 수준은 개방형 벽장 유형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는 한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의 청년 성소수자 3911명이 참여한 ‘2021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주저자인 정성조(중앙대 사회학박사 수료) 씨와 이희영(뉴욕주립대 알바니 사회학 박사과정) 씨가 공동으로 수행했다. 가족, 학교 친구, 직장 동료 등 다양한 대상으로 커밍아웃을 고민하고 실행하거나 하지 않기를 결심했던 경험이 있는 2227명을 최종 대상으로 했으며 조사 기간은 2021년 8월 11일부터 9월 7일까지다.

연구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은 개방형 벽장 유형이 은둔형이나 억압형 벽장 유형보다 높았다. 이념적 성향은 은둔형 벽장 유형이 개방형이나 억압형 벽장 유형보다 보수적인 편으로 드러났다. 억압형 벽장 유형은 은둔형 벽장 유형보다 교육 수준이 높았다. 월평균 소득은 개방형 벽장 유형이 다른 두 유형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30대 초반(21.8%)에 비해 20대 초반(43.0%)과 20대 후반(35.2%)의 비중이 다소 높았다. 시스젠더(타고난 생물학적 성별과 자신이 느끼는 젠더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여성과 남성은 각각 40.6%와 43.2%를 차지했다. 남녀 통틀어 논바이너리(퀴어젠더,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으로 뚜렷하게 구분하는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가 12.4%, 트랜스젠더(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스스로 정체화한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가 3.7%를 차지했다. 종교는 무교(72.3%)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번 연구 내용은 한국사회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저널 ≪한국사회학≫ 제57집 제4호(2023년)에 실렸다. 지난해 7월 열린 ‘성소수자 대학원생·신진연구자 네트워크 월례발표회’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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