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입고 ‘허벅지 사이 틈’ 뽐내…마른 몸 인증, 무슨 유행?

마른 몸매 동경하는 어린 아이들, 섭식장애 위험 높아질 수 있어

다리와 무릎을 붙이고 섰을 때 허벅지 사이에 틈이 생기는 몸매를 뽐내는 사진이 SNS에서 폭발적으로 늘면서 마른 몸매를 원하는 여성들의 욕구를 자극했다. *사진은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0년대 SNS에서는 ‘Thigh gaps(허벅지 사이 틈)’가 유행했다. 다리와 무릎을 붙이고 섰을 때 허벅지 사이에 틈이 생기는 몸매 상태를 말한다. 그 열풍이 ‘레깅스 레그(legging legs)’로 다시 돌아왔다. 허벅지가 붙지 않은 것이 마른 몸의 상징이라 여겨지는 모양새다. 이런 인증 사진이 SNS에서 폭발적으로 늘면서 날씬한 몸매를 원하는 여성들의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문제는 어린 10대들이 이 몸매를 동경하면서 섭식장애 위험을 부추긴다는 것.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에 의하면, 최근 틱톡에서는 #legginglegs라는 태그의 조회수가 33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Z세대와 알파세대(2010년부터 2020년대 중반 출생한 세대)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청소년을 비롯해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몸에 꼭 붙는 레깅스를 입고 허벅지 사이에 간격이 생기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허벅지가 안 붙어야 다리가 날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이런 열풍에 휩쓸려 나타났던 심리적 영향을 기억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이런 유행이 섭식장애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양전문가인 캐서린 코포드는 짧은 영상을 통해 “2000년대 ‘Thigh gaps’을 재포장한 ‘레깅스 레그’가 온라인을 강타하고 있다”며 “내가 고등학교 때 알던 많은 여자 아이들이 허벅지 사이에 틈을 만들려다 섭식장애에 걸렸다”고 전했다.

레깅스를 입으면 허벅지 사이에 틈이 생기는 ‘레깅스 레그’가 어린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섀넌 콜이라는 여성 또한 61만 1000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에서 “이런 ‘역겨운’ 행동이 영상을 보는 어린 소녀들에게 섭식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며 ‘레깅스 레그’를 부추기거나 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용자들도 “15세 밖에 안 된 아이들이 ‘레깅스 다리’를 갖지 못해 레깅스를 못 입겠다고 하는 게 이해가 되느냐”, “살면서 들어본 것 중 가장 멍청한 말이다”라며 비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6~10세가 되면 여자아이들이 체중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하고, 14세가 되면 70%에 달하는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하며,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약 12%가 섭식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섭식장애란 음식 섭취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으로 거식증, 폭식증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도 섭십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섭식장애로 진료받은 인원은 2018년 8321명에서 2022년 1만 2477명으로 49.9% 증가했다. 우려스러운 건 최근 아동기 및 청소년의 섭식장애 사례가 급증하고 있단 점이다.

10∙20대 여성 사이에서는 ‘거식증 옹호’를 의미하는 ‘프로아나(찬성을 의미하는 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anorexia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마르고 앙상한 몸을 갖기 위해 거식증도 마다하지 않는단 것이다.

물론 모든 섭식장애의 원인이 다이어트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날씬함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쉽게 미디어를 접하는 어린 세대에게 마른 몸이 곧 예쁜 몸이라는 잘못된 인식은 충분히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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