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졌네, 살 빠졌어?”…이런 말이 ‘먹토’ 부른다

섭식장애, 비만에 대한 불안감이 원인...외모 언급 자제, 칭찬도 안돼

섭식장애
거식증, 폭식증 등의 섭식장애는 외모에 대한 관심, 비만에 대한 불안감 등 심리적 원인으로 인한 심각한 질환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채널A 예능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출연한 브브걸 멤버 민영은 지난해 무리하게 체중을 감량했고 활동이 끝난 후에도 불안함에 먹고 토하기를 반복했다고 고백해 주목을 받았다. 일명 ‘먹토’라고 부르는 먹고 토하기는 살이 찌는 것에 대한 공포로 인한 섭식장애 증상으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심리적 불안감이 원인인 만큼 주변 사람들도 이를 자극할 수 있는 말은 되도록 자제해야 한다.

좋은 의도라도 ‘외모’ 언급은 피해야

“섭식장애가 있다고? 그렇게 마르진 않았는데?”
“오늘 너무 예쁘다, 살 빠진 거 아냐?”
“으, 나 오늘 너무 뚱뚱해보이는 것 같아!”

미국 건강정보매체 ‘에브리데이헬스(Everyday Health)’는 섭식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외모와 관련된 말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섭식장애는 체중 증가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원인이기 때문에 외모를 떠올릴 수 있는 말은 그것이 칭찬이든,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하는 말이든 불안함을 증폭시키는 버튼이 될 수 있다.

섭식장애가 있으면 마른 체형일 것이라 생각해 덩치가 있는 사람의 섭식장애 고백에 무의식적으로 놀라 반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정상 체질량지수(BMI)이거나 다소 높은 BMI를 가진 사람도 섭식장애로 인한 영양실조 상태일 수 있다. 섭식장애를 겪는 사람 중 저체중인 경우는 6% 정도에 불과하다. 잘못된 인식 때문에 무심코 던진 반문이 역시 자신은 ‘뚱뚱하다’라는 생각을 키워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좋은 의도로 예쁘다는 칭찬을 건넸다고 해도 섭식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날카로운 공격이 될 수 있다. 예쁘다는 말을 날씬함과 동일시하고 살이 찌면 못나질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이 더 커질 수 있다. 외모에 대한 칭찬보다는 차라리 진심을 담아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혹은 “당신을 만나서 정말 너무 기쁘네요” 처럼 단순한 인사를 건네는 게 좋다.

본인을 향한 말이 아니더라도 뚱뚱하다는 표현과 걱정이 담긴 말을 들으면 살이 찌면 못났다는 인식이 한층 강해지고 자신이 그런 상태이거나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가 커질 수 있다.

심리적 불안감이 원인, 괜한 조언은 삼가야

“△△ 다이어트 식단 효과 있다는데, 해 봤어요?”

간혹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본인이 해봤다거나 혹은 어디서 들은 이야기로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이에게 다이어트 식단을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 이 역시 의도는 좋을지 몰라도 섭식장애 환자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섭식장애는 단순히 식단이나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요인이 큰 정신 질환의 일종으로 치료를 위해서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여성만의 질환 아냐, 편견은 버려야

“남자한테 무슨 섭식 장애가 있어?”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들으면 흔히 여성을 떠올리다 보니 섭식장애도 여성만의 질환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인식 때문에 많은 남성과 소년들이 자신의 증상이 섭식장애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심지어 의료 전문가들 중에도 남성이 섭식장애를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해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계속 고통받고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성별에 대한 편견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도 증가 추세, 전문적인 치료 필요

앞에서 언급했듯 섭식장애는 심리적 원인으로 음식을 제대로 섭취할 수 없는 상태로 거식증과 폭식증이 대표적이다. 거식증은 살이 찌는 것에 대한 공포로 비만이 아님에도 스스로 뚱뚱하다고 여기고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거나 식사 후 인위적으로 구토를 반복하는 증상이며 폭식증은 순간 자제력을 잃고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난 후 의도적으로 이를 다시 토하거나 설사 등으로 내보내는 경우를 말한다. 두 증상이 섞여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보통 섭식장애를 겪으면 먹고 토하기를 반복해 체중이 줄고 쉽게 초조하고 우울해져 심하면 자살 및 자해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오래 증상이 지속되면 영양 부족으로 뇌 위축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감정 조절 이상,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같은 증상도 나타날 수 있어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심각한 저체중이거나 합병증이 있으면 입원 치료를 하고 심각한 경우 위나 소장에 직접 관을 삽입해 영양분을 공급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섭식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2018년 8,321명에서 2022년 1만2,477명으로 49.9% 급증했다. 2018~2022년 섭식장애 진료를 받은 사람은 총 5만 213명, 이 중 여성이 4만604명, 남성이 9,609명으로 여성 비중이 높았다. ‘미국 신경성 식욕부진증 및 관련 장애 협회(ANAD)’는 미국의 경우 인구의 약 9%가 일생에 한 번은 섭식장애를 겪는다고 추정했다.

    김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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