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도둑 맞았다"...코로나 걸린 후 자주 아픈 이유 있었네
코로나19, 홍역 등의 바이러스가 면역력 훔쳐 다른 감염에 걸리기 쉽게 만들어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다면 이후 몇 달 동안은 적어도 동일한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코로나19가 완치된 뒤 한동안은 독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까?
이에 대해 《미국의학협회저널 의학 뉴스와 관점(JAMA Medical News and Perspectives)》에 실린 논문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강화될 수 있지만, 다른 질병에 걸리기 더 취약해질 수도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 이론은 코로나19와 최근 급증하는 호흡기 질환 사이에 연관성을 설명한다.
해당 이론의 핵심은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인 SARS-CoV-2가 면역력을 훔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부 사람들을 다른 감염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면역력 도둑질(immunity theft)’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실제 학술지 《가정의학 및 지역사회 건강(Family Medicine and Community Health)》에 발표된 연구는 ‘면역력 도둑질’을 뒷받침해 준다. 연구진은 5세 이하 어린이 170만 명을 포함한 미국 내 환자 6140만 명의 전자 건강 기록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어린이는 이전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없는 어린이에 비해 감기와 폐렴 등을 유발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감염될 위험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뉴욕 버팔로대의 교수이자 전염병 전문가인 토마스 루소 박사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면역 체계가 정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예는 중환자에게서 볼 수 있다. 그들은 정말 아프게 만들 수 있는 슈퍼 감염에 걸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면역력 도둑질’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 노출 부족으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되는 것을 의미하는 ‘면역 빚지기(immunity debt)’와는 다른 개념이다. 면역 빚지기는 코로나19 봉쇄 조치 이후 독감 및 RSV 환자가 급증한 사례를 설명할 때 주로 사용된다.
밴더빌트대 의과대의 전염병 전문가이자 교수인 윌리엄 샤프너 박사는 ‘야후 라이프 (Yahoo llife)’와의 인터뷰에서 “면역력 도둑질이 사실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몇 가지 데이터가 있다”며 “심각한 전염성 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경우 일정 기간 동안 다른 감염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예비 데이터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건강 상태에서도 면역력 도둑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염병 전문의인 패트릭 잭슨 박사는 “홍역에 걸린 사람은 이후 일정 기간 동안 다른 감염에 대한 면역 보호 기능을 상실한다”며 “홍역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오래 지속되는 면역 기억을 제공하는 면역 세포를 감염시켜 이를 소멸시킨다”고 설명했다.
샤프너 박사도 “홍역 감염은 분명히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홍역에 걸린 후 몇 달 동안 다른 전염병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은 독감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루소 박사는 말했다. 그는 “독감을 앓고 나면 일정 기간 동안 증상이 호전됐다가 박테리아에 의한 슈퍼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독감 감염이 면역 반응을 억제해 개인을 더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