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컷건강]고독사 50대 가장 많아…5명 중 3명 술 취해 사망

고독사 인구 사회학적 특징...50대 가장 많고 발견까지 평균 26일 걸려

부산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 나주영 교수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법의부검 자료 664건을 조사해 128건의 고독사를 확인했다. [그래픽=코메디닷컴DB]
한컷건강 한줄평 : 혼밥혼술혼살혼죽 시대, 혼자 밥먹고 혼자 술마시고 혼자 외롭게 살다 혼자 쓸쓸히 죽어가는 것을 일컬음

59세 박모씨와 46세 김모씨는 각기 다른 시간에 다른 곳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습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술병이 가득한 집안에서 홀로 쓰러진 채 죽어 있었던 것이지요. 박모씨는 알코올의존증 및 저혈당쇼크로 수면 중 사망, 김씨는 알코올의존증에 의한 합병으로 사망으로 추정됐습니다. 둘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술에 취한 채 세상을 등졌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한 ‘고독사 위험집단 데이터 분석 기반 예방 및 발굴 지원 방안 연구’(최현수 외 5명) 보고서에 실린 고독사 사례들입니다. 부산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 나주영 교수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법의부검 자료 664건을 조사해 128건의 고독사를 확인했습니다. 모두 사망 3일 이후 발견된 사례들로 전체 사망자의 평균 알코올농도는 0.074%였습니다.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 없이 홀로 사망에 이르는 고독사와 알코올의존성은 상당한 관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자의 병명이나 이웃·가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 사망자 69명 중 21명(30.4%)이 알코올의존성이 있었습니다. 고독사 사망자들의 혈중알코올농도는 10명 중 6명 이상에서 음주운전 단속 기준인 0.03% 이상이었습니다. 고독사 사망자 128명 중 62.5%에 해당하는 80명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망 이후에는 부패 등으로 체내에서 알코올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적용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홀로 살고 있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유가 알코올 관련 장애로 확인된 사람은 모두 43명(31.3%)이었고, 이들의 평균 혈중알코올농도는 0.1%로 나타났습니다. 면허취소 수치인 0.08%를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고독사한 43명 중 10명은 주로 알코올과 관련된 질환에 의한 사인이었습니다. 간경변증, 식도정맥류 파열, 급성알코올중독, 뇌실질내출혈 등이 확인됐습니다.

고독사 사망자의 84.4%는 남성이었습니다. 연령별로는 50대(39.8%)가 가장 많았고, 60대(23.4%), 40대(21.9%)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혼자 있었지만 기혼 여부를 살펴보면 결혼 후 이혼이나 별거 중인 경우가 55%였고, 미혼은 40%였습니다. 혼자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했고 이후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6.6일이었습니다. 시신 발견 및 신고자는 이웃이나 건물 관리인, 임대인이 50.9%로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사회복지 공무원 등이 발견한 비율은 7.8%에 불과했습니다. 사회의 무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에 이어 고독사 사회…예방 대책 갈길은 멀기만 해 

고독사는 가족·친척·사회에서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음에 이르러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된 경우를 말합니다. 법률·행정·의학용어가 아닌 사회 통념상 만들어진 단어이지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령화, 핵가족화, 개인주의화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양상이 심상치 않습니다. 과거 저소득 독거노인에게 집중됐던 고독사는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청·중·장년층들에게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에 이어 ‘고독사 사회’에까지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정부는 2027년까지 고독사 사망자를 20%까지 감축하는 내용의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고독사 사망자 통계는 아직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심장질환 등 사망 원인별로 사망자 통계는 집계할 수 있지만 의료적으로 ‘고독’이라는 사인은 없기 때문이죠. 게다가 고독사와 관련된 여러 요인들, 특히 알코올 장애에 대한 사회적 대책에서 유기적인 협조도 필요하지만 제도적 장치는 미비합니다.

홀로 쓰러져 가는 사람들. 사회에서 소외받은 채 술을 친구 삼아, 한 잔 두 잔 한 병 두 병 자신도 모르게 술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 날이 마지막 잔을 기울일 날인지는 알지 못한 채 술에 취해 영원히 잠드는 사람들, 그들의 고독사. 우리는 이들의 죽음 앞에서 무엇을 기릴 수 있을까요. 혼자 외롭게 살다 혼자 쓸쓸히 죽어간다는 ‘혼살혼죽’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이지만 고독사는 더 이상 개인적 죽음에만 머무를 수 없습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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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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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4-01-20 09:32:55

      참 안타깝습니다.사회복지정책이 손톱밑의 가시를 찾아서 확인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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