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씹힐 정도의 돼지고기…덜 익혀 먹다간

삼겹살이든 돈가스든 덜 익은 돼지는 주의해야

덜 익은 돼지고기는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판 위 지글지글 익어가는 돼지고기를 보고 있으면 군침이 절로 돈다. 냄새의 유혹에 못 이기고 다 굽기도 전에 젓가락질이라도 하면 주변에선 말리곤 한다. 덜 익은 돼지고기 앞에선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단 이유에서다. 돼지고기는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소고기 등과 달리 바싹 익혀야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돼지고기는 제대로 익혀야…바이러스 감염 시 ‘E형 간염 바이러스’ 걸릴 수도

삼겹살이든 돈가스든 돼지고기를 먹을 땐 제대로 익혀 먹어야 한다. 덜 익은 돼지고기는 바이러스, 기생충 등으로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따르면 덜 익힌 돼지고기는 E형 간염 바이러스의 원인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덜 익힌 돼지고기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동일하다. 2017년 영국에서도 유럽의 E형 간염 바이러스 원인으로 돼지고기 가공식품을 꼽았다.

E형 간염 바이러스는 입을 통해 음식물로 감염되는 것으로, 대부분 무증상이나 가벼운 증상이 나타난다. 2~8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구토, 발열, 식욕 저하, 황달, 관절통, 피로 등이 발생한다. 약 1%는 급성 간부전으로 진행돼 자칫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급성 간부전은 과거 간경변증이 없던 사람의 간도 손상시키고 혈액응고 장애, 의식 흐려짐, 자제력 약화, 혼수 상태 등을 이끈다.

감염 위험 낮지만 기생충 주의해야…77도 이상에서 충분히 익혀야 안전해

덜 익은 돼지고기는 기생충 감염의 문제도 있다. 물론 축산업의 발달로 돼지고기로 인한 기생충 감염은 과거보다 많이 줄었고, 감염 위험이 적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사료가 아닌 다양한 음식을 먹고 자란 돼지의 근육에는 ‘유구조충(갈고리 촌충)’이라는 기생충이 존재할 수 있다.

유구조충은 머리에 갈고리가 있어 갈고리 촌충이라고도 불리며, 덜 익힌 돼지고기를 통해 사람의 소장에 들어가 기생한다. 유구조충이 장에서 소장 벽을 뚫고 혈액으로 들어가 중추신경계를 감염시키는 신경낭미충증도 유발한다. 신경낭미충증에 걸리면 뇌신경이 마비되고 두통과 발작 등 증상이 발생한다.

실제 2020년 국내에서도 20년 동안 돼지고기를 익혀 먹지 않아 유구조충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 사람은 신경낭미충증에 걸려 결국 시력이 저하됐다. 이 외에도 오른쪽 신체 부위의 통증, 온도, 진동에 대한 감각이 저하했고, 왼쪽 뇌에선 혹이 발견됐다. 2주간 약물 치료와 두개골을 열어 낭종 절제술을 받았지만 시력은 수술 후에도 완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돼지고기를 안전하게 먹으려면 완전히 익도록 가열, 조리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돼지의 기생충은 중심온도 77도 이상에서 사멸한다. 섭취 또는 조리 전 손을 깨끗이 씻는 것도 중요하다. 비누를 사용해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서 손가락 사이사이, 손톱 밑 등을 씻으면 된다.

    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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