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식, 기다림 줄어드나?...간 '작은' 사람도 기증 가능성↑
기존 이식술 한계 극복...오른쪽 간 2/3 크기로도 효과 동일
간 이식이 필요한 중증 간질환 환자들의 절실한 기다림이 향후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최근 국내 의료진이 보다 작은 크기의 간을 이식해도 기존과 거의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타고난 간의 크기가 작아 환자에게 간을 기증할 수 없던 이들도 향후 생명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최기홍 교수팀은 오른편 간 앞 혹은 뒷부분만 활용해 기존보다 작은 크기의 간을 환자에게 이식해도 생존율과 합병증에서 기존 이식 수술(우엽 간이식술)의 결과와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생체 간이식수술은 간 오른편인 우엽을 이식하는 '우엽 간이식'과 그 반대편의 좌엽을 이식하는 '좌엽 간이식'이 널리 시행된다.
이외에도, 간 우엽 전체가 아닌 우엽의 앞 부분(우전구역)이나 뒷부분(우후구역)을 이식하는 '비정형 간이식술'(널리 시행하지 않는 간 이식술)도 가능하다. 이때 환자에게 이식하는 기증자의 간 크기는 일반적인 우엽 간이식술과 비교해 3분의2 수준이라, 수술의 이점도 크다.
다만, 이 방법은 아직 수술 결과와 안전성 등이 규명되지 않아 잘 활용되지 않았다. 기증자의 간을 해부학적 구조에 맞춰 부분적으로 잘라 이식하기에 수술 난이도가 높고 그만큼 합병증 발생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2016~2021년까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생체 간이식을 받은 환자 497명을 대상으로 수술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추적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간이식(우엽·좌엽 간이식)을 받은 환자 A군(487명, 97.9%)과 비정형 수술(우전·우후구역)을 받은 환자 B군(10명, 2.01%)으로 나눠 수술 경과를 확인했다.
B군 10명이 비정형 수술을 받은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기증자가 수여자 한 사람당 1명밖에 없던 상황이었고, 해당 기증자는 우엽 전체를 절제할 수 없던 상황"이라며 "기증자 안전을 최대한 고려해,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우엽을 절제해 수술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B군의 생존율은 90.0%로 A군(87.7%)보다 높았다. 앞서 우전구역과 우후구역이 기존 이식 부위보다 구조가 복잡해 합병증이 대폭 증가할 것이란 의료진의 예상과는 달리 A군과 B군의 합병증 발생률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체중, 간 무게 등 생체적 조건으로 인해 우·좌엽 간이식과 같은 일반적 간이식을 시행하지 못하고, 우엽의 앞 혹은 뒷부분만 활용하더라도 안전한 이식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최기홍 교수는 "간 이식은 기증자의 간의 35%는 남아야 하고, 수여자는 몸무게의 0.8%에 해당하는 양을 받아야 해, 조건이 까다로워 기증자가 있어도 수술을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과거에 못했던 수술을 할 수 있는 등 그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장기 대기자 중에는 결국 기증 받지 못하고 죽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며 "기증자의 이식 가능성이 확대돼 간 이식율도 늘어 환자의 대기시간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간이식은 간이 제 기능을 못하는 말기 간 질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다. 뇌사 기증자의 간을 이식하는 뇌사자 간이식과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일부 떼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이 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간이식 사례 1452건 중 76.4%가 생체 간이식이었다.
이와 관련해 간 이식 대기자에 비해 뇌사 장기 기증자 수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뇌사자 간 이식 수술 대기자는 약 6000명에 이르는데, 실제 수술은 연간 450건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가족을 중심으로 한 생체 간 이식이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