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바이러스로 치명적 뇌질환이? 발병률 급증한 이유

홍역 환자 늘면서 몇 년 뒤 아급성경화범뇌염 환자 확산 우려

홍역 바이러스가 처음에는 호흡기에 모여 있지만, 질병이 끝난 후 몇 년이 지나면 몸 전체로 천천히 이동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지만 자녀에 대한 백신 접종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드물지만 감염 이후 체내에 잠복하던 홍역 바이러스가 뇌로 이동하게 되면 치명적 뇌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플로스 병원체(PLOS Pathogens)》에 발표된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메이요 클리닉의 바이러스학자인 로베르토 카타네오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어린 시절 홍역에 걸리고 한참 세월이 지난 뒤 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해 ‘아급성경화범뇌염(subacute sclerosing panencephalitis․SSPE)‘이라는 치명적 질병이 발생해 숨진 15명의 뇌를 분석했다. 홍역 환자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이 병에 걸리면 발작, 기억력 장애 및 이동성 문제가 발생하고 근육이 불규칙하게 경련을 일으키는 간대성근경련증(myoclonus)을 보여 병상에 누워서 지내다가 숨지게 된다.

연구진은 홍역 바이러스가 처음에는 호흡기에 모여 있지만, 질병이 끝난 후 몇 년이 지나면 몸 전체로 천천히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가 뇌로 이동해 돌연변이를 일으키기까지 약 10년이 걸리는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홍역 바이러스의 게놈이 일단 뇌에 침투하면 위험한 방식으로 변화하기 시작해 뇌 전체로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타네요 박사는 “두 개의 특정 게놈이 뇌의 전두엽 피질로 침투하기 시작하면 바이러스 확산을 촉진해 전체 뇌에 정착하도록 함께 작용하는 특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미국 홍역 백신 접종률이 극도로 높았을 때 SSPE는 큰 위협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어린이가 백신 접종을 놓치면서 발병률이 18%나 급증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도 백신 접종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 2022년 사례와 비교해 43% 증가했다.

연구 공동 저자인 아이리스 유사프 메이요 클리닉 생명과학대학원 연구원은 “아급성경화범뇌염 사례도 앞으로 몇 년 후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끔찍한 질병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카타네오 박사는 “우리 연구는 바이러스 RNA가 어떻게 변이되어 인간의 장기, 이 경우에는 뇌에 퍼졌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면서 현대적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기술로 SSPE에 대한 연구가 축적되면 항바이러스제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journals.plos.org/plospathogens/article?id=10.1371/journal.ppat.1011817)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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