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전쟁터…男 우울증 위험 5배 높이는 것?

'고령-고학력-고소득' 남성 직장인 대상 정신건강 대책도 필요

우리 사회에서 고령-고학력-고소득 남성이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과 우울증 위험에 가장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사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우울증 발병 위험이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의 경우 ‘고령-고학력-고소득’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며, 이로 인한 정신적 타격을 심하게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와 일산차병원 정슬아·김민경 교수팀은 2020년~2022년 사이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직장인 마음건강 증진 서비스인 ‘심케어’를 이용한 우리나라 19-65세 노동자 1만2344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우울 척도 검사와 직장 내 괴롭힘(따돌림이나 언어 폭력 등) 경험을 물었으며, 그 결과를 성별에 따라 분석했다. 남성은 7981명, 여성은 4363명이었다.

조사 결과 이전 연구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직장 내 괴롭힘과 우울증 발병은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할만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은 남성들의 우울증 유병률을 5.23배나 높였다. 여성의 경우는 3.24배였다. 조사 결과 여성은 18.6%(812명)가, 남성에선 10.6%(843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이들의 특징은 성별에 따라 확연히 달랐다. 여성의 경우, 미혼이면서 주당 근무시간이 더 길고 월급이 더 낮을 때 직장 내 괴롭힘이 더 잦았고, 연령과 학력 수준, 근속연수에선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남성은 나이가 많고 근속연수가 높아질수록, 그리고 고학력-고소득 계층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혼이며, 근무시간 역시 더 긴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는) 남성의 경우 (직장 내에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 괴롭힘을 당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이런 경향은 직업적 성공과 경력 발전이 직장내 대인 관계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남성의 경우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힘들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징병제와 가부장적 사회 시스템 탓에 남성들은 괴롭힘을 인정하는 것이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탓이다. 다시 말하면 괴롭힘을 당했다고 토로한 남성의 경우 강도높은 정도의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을 수 있다는 추론이다.

조성준 교수는 “직장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교육과 사회적 인식 증진, 성별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군인이나 간호사와 같이 성별 쏠림 현상이 심한 직업군과 조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후속 연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를 우울증 발병에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구체적 요인에 대한 분석과 치료의 효과를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논문은 국제 학술지 «뇌과학(brain sciences)»에 게재됐으며, 다음 링크(https://www.mdpi.com/2076-3425/13/10/1486)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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