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자는 노인, 귀 나빠진다?
8시간 넘게 자면 6시간 이하보다 1.5배 높아져
국내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노인성 난청 질환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인성 난청과 수면시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대 의대 가정의학과(양산부산대병원 가정의학 진료실)·의학교육과 연구팀이 대한가정의학회가 발간하는 영문학술지 온라인판에 게재한(2023년 3월 20일) 연구논문에 따르면, 중등도 및 중증의 노인성 난청 발생률은 수면시간과 연관성이 뚜렷했다. 수면 지속 시간이 6시간 이하인 경우와 비교했을 때 수면시간이 7시간, 8시간, 8시간 초과의 경우 노인성 난청 유병률이 각각 24%, 27%, 47%나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런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긴 수면시간이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높일 수 있으며,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는 청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상자들의 41.1%가 일상적인 소음에 노출돼 있었다. 고혈압 유병률은 46.8%, 당뇨병 유병률은 13.9%였다.
노인성 난청은 주로 귓속 신경세포가 퇴행성 변화를 일으켜 생긴다. 이외에도 소음에 장기간 노출된 적이 있거나, 영양 부족 등 환경적 요인과 가족력 같은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양측에 고주파(고음) 영역에 경도 혹은 중등도의 청력 감소가 나타나고, 소리의 방향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남성은 여성보다 노인성 난청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남성이 상대적으로 직업적 소음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2025년에 인구의 20%가 65세를 넘어가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든다. 이비인후과 중에서 귀 질환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들의 학술단체인 대한이과학회는 이러한 인구 고령화에 따라 국내 난청 인구가 2026년 300만명, 2050년 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21년 난청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74만 2242명으로 2017년 54만 8913명보다 크게 많다.
청력 나빠지면 보청기 착용 적극 고려해야
노인성 난청 환자들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본인도 정확한 발음을 구분하지 못하여 괴로울 뿐 아니라 대화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정서적으로 우울증이 생길 수 있고 의기소침해지기 쉽다. 소화불량, 위장장애, 고혈압, 심장박동 증가, 권태 등 여러 가지 증상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이과학회는 "눈이 나쁘면 안경을 착용하듯, 청력이 나쁘면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유용한 해결 방법"이라며 "노인성 난청도 조기에 발견하여 일찍 보청기를 착용하면 일상생활에 좀 더 잘 적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국내 실정은 아직 어둡다. 65세 이상 노인 중에 중등도 난청으로 보청기가 필요하지만 60㏈ 이상의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해 보청기 급여 지원을 받지 못한 인구가 13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이다. 난청에는 중이염 등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보청기를 착용하기 전에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와 검사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크고 작은 소음으로 인해 청력 손실을 입는 소음성 난청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소음성 난청의 가장 흔한 증상은 주변이 시끄러우면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초기에는 고음이 잘 들리지 않는다. 이 단계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은 느끼지 않으나 증상이 심해지면서 자신의 말소리가 커지고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자꾸 되묻게 되고, 여기서 더 심해지면 이명과 어지러움과 같은 귀 관련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돌발성 난청은 응급처치가 필요한 질환의 하나로, 확실한 원인 없이 수 시간 또는 2~3일 이내에 갑자기 발생한다. 대부분 한쪽 귀에 발생하며, 때로는 이명이나 현기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많은 경우 회복은 되나 일부에서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한쪽 귀의 청력 손실을 감지하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육체적, 정신적 긴장 상태에서 흔히 발생한다.
청신경 손상 회복 어려워…원인 제거 중요
보청기는 양쪽으로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노인성 난청은 대부분 양쪽 귀 청력이 동시에 나빠지기 때문이다. 조용한 환경에서는 한쪽만 착용해도 상황이 개선되지만, 조금만 시끄러워져도 한쪽만 착용한 경우와 양쪽을 착용한 경우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난청은 소리의 전달경로 중 어떤 부위에 이상이 생겨 전달이 차단되면서 발생하므로 치료 역시 그 원인을 없애는 데 방점이 찍힌다. 외이(外耳)의 경우 외이도염으로 인해 외이도가 좁아졌거나 선천적인 기형으로 막혔을 때 청력이 떨어진다. 중이(中耳)의 질환으로는 급·만성 중이염, 외상, 기형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막이 뚫리거나 이소골(소리를 증폭해 내이에 전달하는 기관)의 연결이 차단되었을 때 난청이 유발될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내이(內耳)는 선천적으로 청신경 계통에 이상이 있을 때를 비롯해 나이가 듦에 따라 청력이 약해졌거나 직업적으로 오랜 기간 소음에 노출됐을 때 난청이 된다. 달팽이관을 비롯한 청신경이 손상되면 치료가 어렵다.
다음은 이과학회가 권고하는 ‘난청을 예방하는 생활수칙’이다. 하나, 시끄러운 곳에 가능하면 가지 않는다. 둘, 과도한 소음에 오랫동안 노출되지 않는다. 셋, 귀를 함부로 파지 않는다. 넷, 독감·감기에 안 걸리게 조심한다. 다섯, 중이염을 조심하고 잘 치료한다. 여섯, 항생제 장기투여에 유의한다. 일곱,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려면 볼륨을 50% 이하로 한다. 여덟, 30분 이상 음악을 들으면 5~10분간은 쉰다. 아홉, 이어폰을 달고 사는 습관을 버린다. 열, 1년에 한 번은 병원에서 청각 검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