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가 男보다 2배 높아”…매일 겪지만 진단 어려운 ‘이 병’은?

생각보다 흔하지만 진단 어려운 만성피로증후군…국내에서만 매년 2만 5000명

만성피로증후군 가능성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며, 50~69세 사이에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가 그 이후에는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위험이 약 2배 더 높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이하 CDC)가 발표한 새로운 데이터에 의하면, 미국 성인 약 330만 명이 만성피로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연구에서 제시한 85만 6000명~250만 명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 추정치는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5만여 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설문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근육통성뇌척수염이라고도 불리는 만성피로증후군은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수면 장애, 근골격계 통증 등을 동반하는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심한 피로감이 주된 증상인 복합적 질환이다.

CDC의 만성바이러스질환 분과장인 엘리자베스 엉거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근육통성뇌척수염/만성피로증후군(ME/CFS)은 모든 연령, 성별, 인종에 영향을 미치며 미국 경제에 연간 180억~510억 달러 가량의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번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만성피로증후군 가능성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며, 50~69세 사이에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가 그 이후에는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인 성인(1.5%)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지만 비히스패닉계 흑인 성인(1.2%), 히스패닉계(0.8%), 아시아계(0.7%)에도 영향을 미치며, 여성은 남성에 비해 위험이 약 2배 더 높았다.

또한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거주 지역이 대도시에 가까울수록 발병률이 감소했다. 일부 초기 보고서에서 시사하는 것처럼 중산층 및 상류층 백인 여성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결과다.

수수께끼 같은 만성피로증후군, 오해 질환도 많아 

CDC에 의하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의 약 90%가 진단을 받지 못했다. 만성피로증후군이 증가한 것은 부분적으로 지속적인 피로, 인지 문제, 두통, 수면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 코로나장기후유증(롱코비드)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두 가지 질환을 비교한 연구는 후각 및 미각 감소, 발진, 탈모가 코로나후유증에서 더 많이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증상은 두 질환이 거의 동일하다고 보고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여러 가지 면에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로 인해 오인되는 경우도 많고,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심각하지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잦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의 뇌 구조 차이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미국 캘리포니아 스탠포드 헬스케어 영상의학과 부교수인 마이클 자이네 박사는 “확실히 많은 환자들이 묵살되거나 무시당하는 경험을 해왔으며,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이를 모두 심리적인 문제로 싸잡아 취급했다”며 “실제로 존재하는 증후군이지만,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만성피로증후군을 확인할 수 있는 혈액검사나 스캔검사는 없지만, CDC는 해당 질환에 대한 의료 전문가와 대중의 지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수면 장애, 근골격계 통증 등을 동반하는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심한 피로감이 주된 증상인 복합적 질환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6개월 이상 피로, 관절통도 포함돼 

CDC의 세부 진단 기준에 따르면, 만성피로증후군의 증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는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피로 △수면 후에도 풀리지 않는 피로 △근육통 또는 관절통 △어지러움 △인지장애 △신체적, 정신적 활동 후 증상 악화 등이 있다.

정확한 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 메이오클리닉은 감염(라임병이나 감염성단핵구증과 같은 질환으로 인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외상, 신체가 음식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를 비롯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이네 박사는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은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진행하고, 수면무호흡증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이 유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질환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DC는 심호흡과 근육이완이나 마사지, 스트레칭, 요가, 태극권과 같은 운동 요법을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권고하지만, 이에 대해 자이네 박사는 아직까지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나 확립된 치료법은 없다고 말했다.

“항염증제와 항정신성 약물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나와 같은 연구자들이 이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개입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 뇌섬엽과 시상영역 활성저하

만성피로증후군은 전체 인구의 약 1%가 가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만 매년 2만 5000명 정도의 새로운 환자가 진단받는 질환이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과 병태가 불분명하고 공인된 치료법이 없는 난치성 질환이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대전대 한의과대학·대전한방병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이 일본 국립신경정신연구센터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의 뇌영역별 특성 및 병태맵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자가면역학 리뷰(Autoimmunity Review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만성피로증후군 환자 1529명(남성 277명·여성 1252명)과 일반인 1715명(남성 469명·여성 1246명)을 대상으로 뇌 영상기법(MRI·MRS·PET·EEG 등)을 활용한 65개 임상연구를 토대로 인구학적 특성 및 뇌 병변 영역과 병태생리학적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환자 뇌의 전두엽에서 구조적 변화와 비이상적 신호전달이 흔하게 관찰됐고 뇌섬엽과 시상영역의 활성저하가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뇌 대사물질 및 뇌파 변화가 뇌 염증 소견을 반영하며, 이러한 뇌 병변 영역이 환자의 극심한 피로, 인지장애, 수면장애, 기립성 조절장애 등의 증상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으로 보였다.

연구진은 이 결과에 대해 “이번 연구로 해당 질환에 대한 병인·병태를 한 발 더 이해하도록 조금이나마 기여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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