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할 수 있는 ‘간’ 조건?…과학적 기준 있다

서울아산병원, 안전한 간 기증 위한 조건 입증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김기훈 교수(오른쪽 첫 번째) 의료진이 복강경 간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사진=서울아산병원]
간 이식은 말기 간질환 환자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과거에는 뇌사자의 장기 기증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가족이나 친지, 친구 등으로부터 생체 간을 기증받아 생명을 선물받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생체 간 기증의 경우 완전히 배를 열어 수술하기보단 내시경을 활용한 수술(복강경 간절제술)이 더 선호된다. 흉터와 통증이 적기 때문이다. 다만, 의료진은 환자와 기증자 모두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수술하기 위해 기증자의 건강 상태를 엄격하게 확인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김기훈·김상훈 교수팀은 2010~2018년 생체 간을 기증한 543명의 복강경 간제술 결과를 분석해 안전한 수술을 위한 기증자 선별 기준을 제시했다.

해당 기준은 △비만도 △이식간 무게(700g 이하, 수혜자 체중 대비 간 무게 비율 1.0 초과, 기증자의 잔여 간 비율 35% 초과) △수술 시간(400분 미만) △혈관과 담도, 담관, 간정맥 등의 해부학적 구조 등이었다.

우선, 기증자의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을 넘는 비만 상태면, 간문맥 손상, 출혈 등이 발생해 복강경수술 도중 개복수술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았다. 개복수술 전환 비율은 전체 수술 중 1.7%에 해당했다.

수술 시간이 400분 미만이고 기증자가 나눠주는 간의 무게 역시 중요했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식한 간의 무게는 700g 이하일 때 안전했다. 해당 무게 안에서 기증받는 환자(수혜자)의 체중 대비 간의 무게 비율이 1.0을 초과하면서 기증자의 잔여 간 비율이 35%를 초과해야 한다.

아울러, 기증자의 수술 부위 혈관과 담도, 담관 구조가 복잡하고 연결(재건)해야 할 간정맥의 수가 많아도 수술 후 합병증을 불러왔다.

복강경 간절제술 후 합병증 발생률은 △상처 부위 감염, 간문맥 혈전 등 경미한 합병증이 4.8% △담관 협착, 담즙 누출 등 주요 합병증이 4.4% △담도 협착, 담즙종 등의 담도 합병증 발생률은 3.5% 수준이었다.

실제 서울아산병원에서 해당 기준을 도입한 후 복강경 간절제술을 받은 간 이식 기증자에게선 단 1건의 합병증도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 김기훈 교수팀은 지난 2008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순수 복강경 수술을 통해 간 이식 기증자의 간을 절제하는 데 성공한 후 지난해까지 총 364건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김기훈 교수는 “생체 간이식 전 적합하고 안전한 기증자를 선택하는 데 양질의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 기반의 연구를 진행했다”면서 “이와 같은 기증자 선별 기준을 신중하게 지켜야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기증자들도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외과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애날스 오브 서저리(Annals of Surgery)»에 최근 게재됐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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