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 격감시킨 1등공신 학회… “난청 위험 귀담아주세요”

[Voice of Academy 5-학회열전] 대한이과학회

매년 9월 9일은 귀의 날이디. 귀 모양을 닮은 9를 선택해 귀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대한이과학회 주관으로 귀 건강 심포지엄 등이 열린다. 사진의 귀의 날 포스터. [사진=대한이과학회]
9월 9일은 ‘귀의 날’이다. 1962년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사람의 귀에 맑고 환한 열쇠를 달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정했고, 2001년부터 대한이과학회가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올해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어지럼증, 난청 등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9가 귀를 닮아서 양쪽 귀를 형상화한 9월 9일이 귀의 날로 정해졌어요. 일본에서는 3월 3일이 귀의 날인데 숫자 3이 귀와 닮았다고 여기고, 귀의 발음 ‘미미(みみ)’가 숫자 3 ‘미(み)’ 발음이 겹쳐서 그렇게 정해졌다고 합니다.”

1990년 출범…30년새 국제적 위상 확보

대한이과학회(회장 최재영 연세대 교수)는 9를 닮은 귀와 관련한 병의 연구, 교육 등을 책임지는 학회로 해외 의학자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세계 학계에 기여하고 있다. 이 학회가 지난 11월 국내에서 세 번째로 주관한 아시아태평양인공와우학회에서는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1200여 명의 전문의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 학회는 1990년 창립 때 ‘인류 귀건강을 위해 헌신한다’는 미션을 내세웠다. 당시 많은 이가 ‘우리 국민도 치료하기 벅찬데 인류 건강이라니…’하며 한쪽 귀로 흘렸다. 하지만 30주년 슬로건을 ‘귀와 함께 30년, 귀를 열어 세계로’로 정했을 때엔 세계적 위상에 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과학회는 1980년대에 미국 연수를 갔던 서울대 김종선 교수, 연세대 김희남 교수 등이 국립보건원(NIH)의 임종재 박사, 미네소타 대의 전성균 교수 등의 영향을 받아 설립했다. 1990년 6월 1일 서울 르네상스 호텔에서 두 교수와 박찬일 충남대 교수, 박철원 한양대 교수 등 11명을 발기인으로 해서 42명의 의학자가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열고 닻을 올렸다.

이에 앞서 1947년 조선이비인후과학회가 창립돼 대한이비인후과학회로 발전했고, 1966년 대한청각학회가 창립돼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귀 질환 전반에 걸친 연구의 필요성에 따라 이과학회가 출범한 것.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서 여섯 번 부회장을 하며 실질적으로 학회를 이끌다가 제12대 회장(1961~63)과 제1대 이사장(1975~76)을 맡았고, 초대 청각학회장으로 취임했던 김홍기 전 서울대병원장이 김종선 교수의 부친이므로 부자가 이들 세 학회의 토대를 닦은 셈이다. 김종선 교수는 이과학회 출범 전인 1988년 국내 처음으로 인공달팽이관 이식 수술에 성공했고 국내에 신경이과학을 도입하는 등 당시에 이미 ‘귀의 달인’ 소리를 들었다.

지난 4월 서울 백범김구회관에서 열린 대한이과학회 학술대회를 마치고 최재영 회장(앞줄 오른쪽 여섯번째)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 대한이과학회는 대만이과학회와 MOU도 체결했다. [사진=대한이과학회]
노인 난청 관리 통한 치매 예방 힘써

학회는 현실에 바탕한 국제화를 추구했다. 설립 이듬해 학술대회에서 임종재, 전성균 교수 등 미국의 한인 의학자들을 초청해 본격 교류하며 세계 학회로 귀를 열었다. 2008년 이원상 회장 때 박기현 국제교류특별이사를 비롯한 임원들과 함께 일본, 대만, 중국 등의 이과학 전문가들을 설득해 ‘아태이과학심포지엄(EASO·East-Asian Symposium on Otology)’을 창립했으며 이 분야 세계 최대 학회인 폴리처학회와 아시아태평양인공와우학회, 세계중이염학회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학술지 발행에서도 실리를 바탕 삼았다. 학회는 2006년부터 《대한이비인후과학회지》에 공동 편집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고, 2017년부터 대한청각학회와 공동으로 《JAO·Journal of Audiology & Otology》를 발간하고 있다. 2018년엔 대한의학회 우수회원학회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11월  코엑스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인공와우학회에 참석한 각국 전문의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인공와우 석학들이 모여 2년마다 열리는 이번 학회에는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1200여 명의 전문의가 참석했다.

학회는 2007년부터 매년 임상이과학세미나를 개최해 이비인후과 의사들에게 최신 지식을 심어주고 있으며 2009년부터 보청기 워크숍을 개최해 왔다. 또 지난 3월부터 어지럼증, 난청 전문가 과정을 개설해 이에 대한 세부 전문가들을 배출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이 학회의 가장 큰 업적은 대한청각회와 함께 신생아 청력 검사를 정착시켜 농아 수를 격감시킨 것. 이를 위해 의료계뿐 아니라 정관계도 끊임없이 설득했다. 최근에는 노인 난청 관리를 통해 치매를 예방하는 일에 힘 쏟고 있다.

“지난달 아태인공와우학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프랭크 린 교수는 난청이 어떻게 인지장애를 일으키는지 연설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난청이 생기면 사용하는 단어 개수가 격감하며 인지장애가 진행됩니다. 또 귀가 들리지 않으면 대인관계가 위축돼 대화에 소극적이고 모임을 회피하면서 자신의 벽에 갇혀 우울증의 늪에 빠집니다. 치매 요인 중 교정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보이는 것이 난청입니다. 담배보다도 큽니다. 아직 난청의 위험이 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우리 학회의 책임이 크고, 어깨가 무겁습니다. 동료 의사들도, 시민들도 난청의 중요성에 대해 좀더 귀를 열면 좋을 텐데…, 어쨌든 학회를 이끌며 난청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재영 회장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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