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사람들 모이면 티나”…편견에 맞서 비만환자 머리 맞댄다

비만환자단체 결성, 내년 상반기 행정등록 목표... 덴마크 등 국외 비만환자 단체와도 교류 강화 예정

국내 첫 비만환자단체 결성을 준비 중인 같이건강 김유현 대표의 모습과 비만환자 자조모임 모습(최하단). [사진=같이건강 김유현 대표]
국내 첫 비만환자단체가 결성된다. 비만과 비만치료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 플랫폼이자 예비사회적기업인 같이건강의 김유현 대표가 선두에 섰다. 김 대표는 비만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이로 인한 부정확한 치료 정보가 만연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국내에도 비만환자단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모이면 티나는 비만환자 모임…단체 통한 돌파구 

같이건강은 김 대표를 중심으로 2013년 시작된 비만 환자 모임이다. 처음엔 김 대표가 본인의 경험을 담아 비만과 체중 관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블로그와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던 것에서 시작했다. 이후 ‘비만자조(自助)모임’으로 발전했다. 미국의 알코올중독자 모임인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A)과 유사한 방식이다.

정확한 체중관리·비만치료 정보를 공유하고 비만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으로 얻은 마음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공유하며 서로의 비만 치료 과정을 지원하고 응원한다. 지금까지 총 47회의 모임을 진행했다.

비만환자 자조모임을 환자단체로 확대하려는 계획은 6개월 정도 전부터 시작했다. 외부 활동에 제약이 큰 고도비만 환자나 사회적 편견을 두려워하는 비만 환자 상당수가 대면 모임 참석을 주저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비만환자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있으면 외형적으로 티가 나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초리를 두려워하며 모임 참석을 꺼리거나 1~2차례 참석 후 나오지 않는 회원들도 많았다”면서 “때문에 온라인 모임 확대를 추진하던 중 ‘환자단체’로 모임을 정식화한다면 더욱 활동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비만,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중심으로 의료·제약계의 다양한 교류 활동을 지원하는 주한덴마크대사관과도 연결돼 다양한 협력 활동을 진행 중이다.

목표는 내년 상반기 안에 환자단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필요한 행정 절차 등록을 마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환자단체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과 소비자기본법에 기반해 비영리민간단체와 소비자단체로 관련 활동을 시작한다. 환자단체를 규정하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활동 내용과 단체 규모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보건복지부나 행정안전부의 소관 비영리민간단체 등록과 지원 등이 가능하다.

1300개 중 비만환자 단체는 0개…덴마크 비만환자단체 “많은 변화 만들어내”  

국내에선 13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환자단체가 활동 중이다. 그런데, 1300개 단체 중에서도 비만 환자들의 모임은 지금껏 전무한 상황이다. 국내 성인 비만율이 32.5%에 달하는데도 말이다. 단순계산으로도 우리나라의 비만 환자는 1678만 명에 달한다. 특히, 성인 남성에선 절반에 가까운 40.2%가, 소아·청소년 중에서도 20%가량이 비만이다.

이는 비만에 대한 저조한 질병 인식과 개인의 자기관리 부족 등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편견이 적절한 비만 치료의 확산뿐 아니라 비만 환자의 교류 확대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김 대표는 어렸을 때도 소아비만이 있어 “살면서 항상 다이어트를 했지만, 날씬한 적은 없었다”면서 현재도 장기적인 비만치료를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환자나 대중뿐 아니라 전문가 사이에서도 비만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심각하다”면서 “국내에선 여전히 에너지 섭취 과다에 따른 영양 불균형이 비만을 유발한다고 교육 중이며, 비만 치료는 성형·미용 전문 병원에서 ‘저체중을 만들기 위한 약물 치료’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비만이 질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회적 낙인을 해소할 때 건강한 비만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한 번에 체중을 확 줄이기 위한 극단적이고 완벽주의적 다이어트가 아닌 단기적인 체중 감량에 실패했더라도 꾸준히 하는 ‘비만 치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비만환자단체의 궁극적인 목표를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지난 5일 주한덴마크대사관이 개최한 ‘한-덴마크 비만환자단체 웨비나’에 참여해 덴마크 비만환자단체의 역사와 활동 현황을 듣고 향후 계획에 대한 조언을 얻기도 했다.

이날 웨비나에서 덴마크 비만환자단체인 ‘비만증협회'(Adipositasforeningen)의 퍼 닐슨(Per Nielsen) 회장 역시 “이제 막 환자단체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어려움도 많고 낙담할 수도 있지만, 큰 산을 오르는 것과 같은 ‘먼 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15년 전 출범 초기 덴마크에서도 비만 질환 교육과 사회적 낙인 문제를 대중이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독려했다. 닐슨 회장은 향후에도 서로의 활동 정보를 공유하며 다양한 협력과 지원을 이어가겠다고도 약속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주한덴마크대사관 측도 환자단체 역할 강화와 활동범위 확대를 기대했다. 덴마크 란디 멍크 보건의료참사관은 “환자단체는 대중에 대한 인식 제고 활동과 법률·정책 감시 외에도 기관, 대학, 병원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 기업의 치료법과 치료제 연구 활성화까지도 기여할 수 있다”면서 “두 환자 단체의 협력으로 양국에서 비만이 사회적 편견이 아닌 질병으로 인식되어 비만 환자를 위한 보건의료 환경이 개선되고 관련 정책이 도입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주한덴마크대사관은 지난 수년간 만성질환, 고령화, 난임, 정신건강, 고령화 등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이해당사자와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환자의 삶의 질 향상 제고를 위해 양국 환자단체의 교류를 적극 지원 중이다. 최근에는 지난 7월 국내 주요 만성질환 환자단체와 함께 ‘환자단체 간담회’를 개최했고, 내년 상반기 중 ‘한국-덴마크 만성질환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 환경 협력’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5일 한-덴마크 비만 환자 단체 웨비나에서 국내 비만환자 활동과 관련해 조언 중인 덴마크 ‘비만증협회'(Adipositasforeningen) 퍼 닐슨(Per Nielsen) 회장. [사진=주한덴마크대사관]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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