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우리 아이, 고추 안 큰다”
'소아·청소년 비만과 음경 크기' 규명한 첫 연구
소아비만, 특히 사춘기 때 비만이 음경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른 정상 체중 아이들보다 고추 크기가 작다는 얘기다. 음경과 고환, 체모 등 제2차 성징이 급속도로 나타나는 사춘기에 음경 성장이 느리다면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재민 양산부산대병원 교수팀(비뇨의학과)은 병원에 찾아온 1499명 소아·청소년(2~18세)를 진료하며 이런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BMI(Body Mass Index, 체질량지수)를 기준으로 과체중·비만군(群, 648명)과 정상군(851명)으로 나눠 음경 크기를 비교해보니, 이들의 차이가 사춘기 전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사춘기가 시작되는 10~12세부터는 그 차이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평상시엔 평균 0.24cm, 발기할 때엔 0.18cm 차이가 났다. 최대로는 3cm 넘게 차이가 났다. 정 교수는 “사춘기가 진행할수록 더 심각하게 차이를 보였고, 끝내는 음경의 크기가 과체중·비만군에서 상대적으로 더 작은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길이는 물론 둘레 크기도 차이가 났다. 그는 “이런 차이는 사춘기 내내 지속하였다”라고도 했다. 다만, 고환 크기는 별 차이가 없었다.
정 교수는 이런 관찰 결과를 토대로 ‘소아비만과 음경, 고환 크기 상관관계’를 규명한 연구 결과(Investigating the Relationship Between BMI and Penile Parameters, Testicular Volume, and Their Clinical Implications)를 최근 발표했다.
국내에서 1000명이 넘는 소아·청소년을 모아 음경 크기를 연결해 조사한 것은 드물다. 1987년 서울대병원 최황 교수가 1071명 소아·청소년 음경 크기의 정상 범위를 연구한 결과를 내놓은 이후 거의 40년 만이다. 여기에 '비만'이란 변수까지 더 넣어 새로운 결과를 내놓은 것.
국내 소아·청소년 음경 크기 연구는 거의 40년 만의 일
그런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이 논문은 이달 초 열린 ‘대한비뇨의학회 국제학술대회’(KUA 2023, 서울 코엑스)에서 우수연제발표상(Best Presentation Award)도 받았다.
정 교수는 “작은 음경과 사춘기 지연 등으로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면서 “병적 원인 때문으로 판단되는 사례 대다수는 소아 비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잠복음경(일명 ‘자라고추’). 복부 비만 때문에 음경이 아랫배 또는 치골의 지방 더미에 묻혀 잘 보이지 않거나 작게 보이는 경우다. 물론, 선천적으로 음경 주변 근육 문제로 생기기도 한다지만 후천적으로 생기는 건 주로 비만 때문이다.
살을 빼면 나아지는 예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도 안 되면 호르몬 요법을 쓰거나 수술로 교정해야만 한다. 치골 부위 지방을 제거한 후 음경을 앞으로 당기고 음경 피부를 치골막에 고정하는 것이다.
소아 비만이 청소년 비만, 성인 비만으로... 음경 저성장에다 온갖 만성질환까지
그동안 “어렸을 때 살이 많아야 나중에 키가 큰다”는 속설이 있었다. 소아 비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은 이유다.
하지만 소아 비만은 어린 나이에도 벌써 고혈압, 고지혈증, 자가면역질환, 우울증, 당뇨병 같은 간단치 않은 병들을 불러온다. 어렸을 때 생긴 이런 병은 만성화돼 아이를 평생 고생시킬 수도 있다.
그는 “소아 비만은 청소년 비만과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특히 청소년 비만은 적절한 시기에 관리하지 않으면 사춘기 시기의 음경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정재민 교수는 병원에서 소아비뇨생식기클리닉 소속으로 경남 양산의 '부산대어린이병원' 병원장도 맡고 있다. 학계에선 '대한소아비뇨의학회' 회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