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이재태, 이하 보의연)은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2012∼2022년 10년간 66세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약 330만명을 대상으로 약물 복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노인 환자에게 사용하였을 때 임상적 위험이 이익보다 많은 이른바 ‘노인 부적절 약물’을 1종 이상 복용하는 이들의 비중이 무려 53.7%였다. 1인당 평균 복용량은 2.4개였다.
복용하고 있는 약의 종류도 많았다. 조사대상 중 35.4%는 5개 이상의 약물을 한 해 90일 이상 복용하고 있으며, 8.8%는 10개 이상의 약물을 동시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시와 같은 대도시보다 군이나 구 단위의 소도시에 거주하는 사람, 건강보험 가입자보다는 의료급여 대상자, 동반질환이 많고 입원 또는 응급실 방문이 많거나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했던 이들 일수록 복용하는 약의 종류도 많았으며, 부적절 약물을 처방받은 경우가 빈번했다.
노인 부적절 약물을 복용 중인 66세 인구는 2012년 약 13만8000명에서 2021년 24만8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5종 이상의 다약제를 복용하는 인구도 크게 늘었는데, 2012년 8만 명에서 2021년에는 16만명으로 2배 이상 빠르게 늘었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각종 약물 처방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약물이나 노인 부적절 약물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잘못된 약 처방은 노인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에서 2016년 국가 건강검진을 받은 66세 성인 65만여명을 5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망 위험도가 25%,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46% 상승했다.
특히 부적절 약물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장애 발생 위험도는 증가했다. 노인 부적절 약물을 1~2종복용했을 때는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필요한 3등급 이상 장기요양 등급을 받을 위험성이 31% 증가했다. 3종 이상 사용했을 때는 무려 81%로 뛰어올랐다.
연구책임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김선욱 교수는 “70~80대 노인뿐만 아니라, 이제 막 노인에 접어든 66세 성인들 중 상당수가 다약제 및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람들이 향후 사망하거나 일상 생활에 주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높은 장기요양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 이번 연구 결과의 핵심”이라며 “안전한 약물사용을 위해 노인의 약물 처방 및 사용 패턴을 이해하고 전체 약물의 개수와 부적절 약물을 줄이기 위해 의료계, 시민,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