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경련요법, 중증 우울증에 효과적”…원리는?

신경세포 켜고 끄는 데 도움 주는 뇌파의 ‘불규칙 활동’ 증가시켜

전기경련요법의 성공률은 놀랍다. 양극성장애, 조현병, 중증 우울증과 같은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를 최대 80%까지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과거 전기충격요법으로 불렸던 전기경련요법(ECT)이 어떻게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기분전환을 가져오는지 그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개 정신의학(Translational Psychiatry)》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UCSD)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UCSD의 시드니 스미스 박사과정 연구원은 “거의 한 세기 전에 전기경련요법이 처음 개발된 이래로 과학자와 의사를 당혹스럽게 했던 퍼즐이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중 우울증 치료에 가장 효과적임에도 수십 년 동안 대중매체에서 혐오스럽게 묘사된 전기경련요법의 낙인을 제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여전히 전기경련요법을 사용한다는 사실에 놀라지만 현대적 시술은 고도로 제어된 전기 용량을 사용하고 마취하에 이뤄져 영화와 TV에서 묘사된 것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제 전기경련요법의 성공률은 놀랍다. 양극성장애, 조현병, 중증 우울증과 같은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를 최대 80%까지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몇 가지 단점도 있다. EEG는 여러 번의 외래 환자 방문이 필요하며 치료 후 부작용에는 일시적인 혼란과 인지 문제가 포함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책임자 중 한 명인 UCSD의 브래들리 보이텍 교수(인지과학)는 “전기경련요법이 대중화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약을 복용하는 것이 더 쉽고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약물이 효과가 없는 사람에게는 EEG가 생명을 구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뇌파 검사(EEG)를 사용해 중증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뇌 기능을 검사했다. 그 결과 전기경련치료 후 환자들의 뇌에서 ‘불규칙 활동(aperiodic activity)’이 증가하는 것을 관찰했다.

스미스 연구원은 “불규칙 활동은 뇌의 배경 소음 취급을 받아왔다”면서 “그러나 이제 우리는 불규칙 활동이 실제로 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전기경련치료가 우울증 환자의그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불규칙 활동이 한때 생각했던 것처럼 배경 소음이 아니라 정신 상태의 변화에 따라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불규칙 활동은 또한 특정 신경 과정을 억제해 결과적으로 뇌의 활동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자석을 통해 발작을 유도하는 자기 발작 요법이라는 다른 형태의 치료를 받는 사람의 뇌파를 살펴봤을 때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스미스 연구원은 “전기경련치료 또는 자기발작치료를 받는 사람의 뇌파 검사에서 정기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뇌의 전기 활동이 느려지는 패턴”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설명되지 못하던 이 패턴은 비주기적 활동의 억제 효과로 설명 가능해지며 또한 이 두 가지 형태의 치료가 뇌에 유사한 효과를 유발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ECT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가능한 설명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정신 질환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연구진은 불규칙적 활동이 약물을 포함한 다른 정신과 치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탐구하고 있다. 보이텍 교수는 “이러한 치료를 받는 동안 뇌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헤치는 것이 과학자로서 우리의 임무”라며 “이러한 질문에 계속 답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398-023-02634-9)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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