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레드 와인 마실 때 머리가 아픈 이유는?

페놀성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인 케르세틴이 범인

레드 와인 두통은 전날 밤 과음한 다음 날 아침에 나타나는 숙취의 일환으로 발생하는 두통과 다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레드 와인을 많이 마시면 빠르고 강력한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이 두통의 유력한 원인을 지목하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사이언틱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레드 와인 두통은 전날 밤 과음한 다음 날 아침에 나타나는 숙취의 일환으로 발생하는 두통과 다르다. 오랜 시간 술을 마신 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한두 잔만 마신 후 30분 만에 나타날 수 있다.

로마시대 과학자들부터 이 두통의 원인을 추적해왔다. 타닌, 아황산염, 페놀성 플라보노이드, 생물성 아민 같은 레드 와인의 여러 성분이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지금까지 누가 범인인지는 특정되지 못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UC데이비스)의 앤드루 워터하우스 교수와 동료들은 페놀성 플라보노이드에 주목했다. 적포도 씨와 껍질에서 추출되는 화합물로 레드 와인의 색, 맛, 식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다. 플라보노이드의 성분은 화이트 와인보다 레드 와인에 최대 10배까지 더 많다. 연구진은 이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인 특정 플라바놀 성분이 두통의 주된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발견했다.

와인을 마시면 알코올은 두 단계에 걸쳐 아세테이트로 대사된다. 첫 단계는 에탄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전환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아세테이트로 전환하는 것이다. 간의 특정 효소가 이러한 각 과정을 조율한다.

연구진은 레드 와인에 함유된 12가지 이상의 화합물에 대해 실험실 검사를 실시했다. 한 가지가 눈에 띄었다. 주로 레드 와인에서만 발견되는 케르세틴이라는 플라바놀은 체내에서 다양한 물질로 전환된다. 그중 하나인 케르세틴 글루쿠로나이드(quercetin glucuronide)는 특히 아세트알데히드를 아세테이트로 전환하는 효소를 잘 차단한다.

이것이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중요한 효소가 억제되면 독성 아세트알데히드가 혈류에 축적된다. 그 수치가 높아지면 ​​두통, 메스꺼움, 안면 홍조 및 발한을 유발한다. 실제로 알코올중독 치료제인 ‘디설피람’이라는 약물은 동일한 효소를 차단해 술을 마셨을 때 동일한 증상을 유발해 환자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연구진에 따르면 예민한 사람은 소량의 케르세틴이 함유된 레드 와인을 마시면 두통이 더 잘 발생한다. 특히 편두통에 취약한 사람은 더욱 그렇다. 왜 특정 사람에게서 레드 와인의 두통이 더 발생하는지 그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해당 효소를 차단 효과가 더 뛰어나서 일 수도 있고, 단순히 독성 아세트알데히드에 더 취약해서 일 수도 있다.

연구진은 케르세틴 함량이 다른 레드 와인의 두통 유발 효과에 대한 임상 시험을 통해 이 이론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 결과는 향후 사람들이 레드 와인의 두통을 겪지 않게 해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포도는 햇빛에 반응해 케르세틴을 생성한다. 강렬한 햇빛에 많이 노출되는 미국 나파 밸리 포도에서 추출된 레드 와인은 구대륙 레드 와인보다 5배 더 많은 케르세틴을 함유할 수 있다. 발효, 정제 과정 및 숙성 중 피부 접촉도 퀘르세틴 수치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의 일원인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두통센터의 모리스 레빈 소장은 “우리는 마침내 이 수천 년 된 미스터리를 해명하기 위한 제대로 된 단서를 찾아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레드 와인을 마시는 사람은 두통을 유발할 가능성이 적은 와인을 선택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와인 제조업체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케르세틴 함유량이 적은 레드 와인을 제조하면 두통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3-46203-y)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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