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무서워하는 병 vs 실제 가장 무서운 병은?

한국인 최대 공포 질환 '췌장암'...실제론 고령화 여파 여실

한국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과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병은 어떤 것일까? 이를 엿볼 수 있는 방법으론 ‘질병부담(Burden of Disease) 연구’가 있다.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과 실제로 가장 무서운 병 사이의 간극은 얼마나 될까?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은  지난 17일 열린 고려대 안암병원 신관 개관 심포지엄에서 한국인의 ‘질병부담(Burden of Disease)’과 관련한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고려대 의대는 앞서 2002년부터 2007년, 2012년, 2016년 당시의 연구 결과를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7일 고려대 안암병원 신관 개관 심포지엄에서 2020년 기준 한국인의 질병부담 연구 결과를 발표 중인 고려대 윤석준 보건전문대학원장(왼쪽)과 좌장인 한승범 고려대 안암병원장. 사진=최지현 기자.

한국인 최대 공포 질환 ‘췌장암’…조현병엔 과도한 두려움

2020년 기준으로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이 평소 가장 무섭게 생각하는 질병은 췌장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 질병부담 인식은 0~1 사이에서 지표화됐다. 1에 가까울수록 응답자가 중병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췌장암은 0.919점으로 전체 질환 중 가장 점수가 높았다. 여전히 치료가 쉽지 않고 생존 기대율이 낮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각종 암종에서는 뇌암과 신경계 종양(0.875점), 대장암(0.814점) 등이 뒤를 이었다.

정신질환 중에서는 조현병이 0.695점으로 상당히 상위권을 기록한 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은 주요 질환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이끈 고려대 윤석준 보건전문대학원장(의대 예방의학과)은 “서구권에서 조현병은 (질병부담에서) 중간 이하의 낮은 정도를 기록하기에 상당히 특이할만한 지점”이라면서 “치료 예후가 좋음에도 사회적 편견과 과거 정신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의료 이용량이 적고 사회적으로 배척하는 문화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만성질환에 대한 질병부담 인식도 낮았다. 간경변이 0.640점으로 상위권을 기록했고 당뇨병은 0.513점으로 중간 정도를, 요통은 0.303점으로 낮은 정도의 부담감 인식을 기록했다. 과거 상위권을 차지했던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은 이젠 질병부담 인식이 강한 주요 질환에서 빠졌다. 사회 환경 변화로 발병률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0년 한국인의 중증질병 인식. 오른쪽 1에 가까울수록 발병 후 장애 정도가 높은 중증 질환이라는 의미다. [자료=윤석준 원장]
당뇨-요통, 전체 질병부담의 18%…고령화 여파 여실

다만, 실제 질병부담을 측정하자 결론은 다소 달랐다. 질병부담은 조기사망부담(YLL, 조기사망으로 인한 수명 손실)과 상병부담(YLD, 질환과 장애로 인해 건강할 수 있는 상태를 상실한 기간)의 합산치인 장애보정생존년수(DALY)로 측정하며, 10만 명당 인년으로 표시한다. 이 경우 당뇨, 요통과 같은 만성질환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으며, 전체 313개 질환 중 상위 5개 질환이 전체 질병부담의 28.8%를 차지했다.

이에 따르면, 당뇨가 10만 명당 2558인년으로 전체의 10.1%, 요통 1750인년으로 6.9%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2016년 당시의 1, 2위 순위와 동일했다. 또한,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839인년)와 관절염(674인년), 낙상 사고(640인년)도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이들 질환은 고령화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질환이란 공통점이 있다. 실제 2008년 대비 당뇨는 54.2%, 요통은 75.9%, 치매는 313.4%나 질병부담이 급증했다.

뒤를 이어 심혈관 질환과 정신질환의 질병부담도 상당했다. 급성 뇌졸중은 1077인년으로 전체의 4.2%, 급성 심근경색은 982명으로 3.9%를 차지했다. 뇌출혈 등의 비급성 뇌졸중은 357인년 수준이었다.

정신질환에선 주요 우울장애(759인년), 자해(515인년), 공포·불안장애(318인년)와 과로·스트레스 상황(230인년) 등이 상위 30위에 포함했다. 특히 우울장애와 공포·불안장애의 질병부담은 2008년 대비 각각 98.4%와 73%씩 급등했다. 반면, 중증 질환으로 인식이 높았던 조현병(325인년)은 30위권엔 포함했지만, 일반적인 우려보단 실제 질병부담은 낮았으며 2008년과 비교해도 질병부담이 5.6% 줄었다.

의외로 치명적인 질환?… 자해-과로사 등도 상위권 눈길

사망부담만 따졌을 때는 순위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이는 기대여명보다 조기에 사망해 손실이 발생하는 10만 명당 생존년수(YLL)로 계산한다. 이에 따르면, 10만 명당 488인년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자해와 10만 명당 153인년을 기록한 과로사의 수치가 눈에 띈다.

뒤를 이어선 심혈관 질환과 암 질환의 조기사망 위험도가 높았다. 급성 심근경색과 급성 뇌졸중은 각각 347인년과 150인년을 기록했고, 뇌출혈 등 비급성 뇌졸중은 233인년으로 나타났다. 암종에선 기관지·폐암이 254인년으로 가장 치명적이었으며, 뒤를 이어 간암(188인년), 대장암(141인년), 위암(129인년), 유방암(79인년) 순이었다.

윤 원장은 “연구 결과, 2008~2020년까지 한국인의 조기사망 가능성은 크게 줄었으나 상병부담이 꾸준히 증가해 전체적인 질병 부담은 19.8%나 늘었다”면서 “이 중에서도 상위 5개 질환이 전체의 30% 가까이를 차지하기에 만성질환 관리와 예방 시스템 구축 등으로 의료자원을 집중해서 투자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신체 건강은 상당히 개선했지만, 마음건강은 후퇴하고 있는 점도 또다른 특징”이라면서 “소득 수준별로는 하위 20%의 질병부담이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고 수도권 외 지방의 조기 사망률도 10년 동안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격차 문제도 심화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한국인의 질병부담 정도가 높은 상위 30개 질환(왼쪽)과 2008년 대비 질환별 질병부담 정도 변화. [자료=윤석준 원장]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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