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기억’ 이용하면…난치성 폐암도 거뜬히 치료?

유전자 억제제 치료한 뒤에도 살아남은 비소세포폐암의 ‘기억 세포’ 제거…치료 효과 확↑

비소세포폐암은 가장 흔한 폐암 유형이다. 전체 암 사망의 7%를 차지한다. 비소세포 폐암의 일종인 폐선암은 특정 유전자(KRAS) 돌연변이에 의해 생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정 유전자(KRAS) 억제제로 치료한 뒤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비소세포폐암 세포는 자신이 태어났던 건강한 세포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이런 옛 기억을 지닌 특정 세포를 없애면 난치성 비소세포폐암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SK)’ 탐멜라 연구소는 약물 내성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유전자 조작 생쥐, 환자의 종양 세포를 이식한 생쥐 등 모델에서 연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투오마스 탐멜라 박사(암생물학)는 “일부 폐암 세포의 옛날에 대한 기억을 잘활용하면 특정 유전자(KRAS) 억제제라는 새로운 유형의 폐암 치료제의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소세포폐암은 가장 흔한 폐암 유형이다. 전체 암 사망의 7%를 차지한다. 연구팀은 비소세포 폐암의 일종인 폐선암에 대해 심층 조사했다. 폐선암은 주로 KRAS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생긴다.

연구의 공동 제1 저자인 주쉬안 쪼어 리 연구원(박사과정)은 “암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KRAS) 단백질은 오랜 기간 치료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초의 KRAS 억제제를 승인했고, 임상시험 중인 약물도 꽤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억제제가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암 환자가 약물에 대한 내성으로 재발한다. 연구팀은 “특정 유전자(KRAS) 억제제 치료와 함께 옛 기억을 갖고 있는 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없애면 폐암의 재발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폐암 사망의 7%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중 폐선암 ‘완벽 치료’ 길 열었다

건강한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KRAS)는 세포 성장과 분열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세포가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KRAS 억제제는 이를 막아 종양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약물에 잘 듣지 않은 일부 암세포를 남겨둘 수 있다. 암은 약물 효과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폐에서는 ‘폐포’라는 공기주머니를 통해 산소가 들어오고 이산화탄소가 나간다. 폐포의 내벽은 폐포 1형(AT1)과 폐포 2형(AT2)이라는 두 가지 유형의 세포로 이뤄져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폐에서는 ‘폐포’라는 공기주머니를 통해 산소가 들어오고 이산화탄소가 나간다. 폐포의 내벽은 폐포 1형(AT1)과 폐포 2형(AT2)이라는 두 가지 유형의 세포로 이뤄져 있다. AT1 세포는 길고 얇고 표면이 넓어 폐와 혈류 사이의 가스 교환을 원활하게 한다. AT2 세포는 폐의 건강과 기능에 중요한 화합물을 분비하고 분열시켜 ‘대체 AT1 세포’를 만들어 폐를 유지하고 복구하는 데 도움을 준다. 탐멜라 박사는 “대체 AT1 세포는 일용직으로 일하는 줄기세포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폐암 세포는 일반적으로 AT2 세포에서 생긴다. 이 AT2 세포가 줄기세포 역할을 할 때 분화되는 AT1 세포의 일부 ‘기억된’ 특성을 폐암 세포가 갖게 되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특성을 가진 폐암 세포를 ‘AT1 유사 세포’라고 한다.

연구팀은 약물 내성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유전자 조작 생쥐 모델, 환자 유래 종양을 이식한 생쥐, 환자의 종양 검체를 사용해 남겨진 암세포를 집중 연구했다. 그 결과 KRAS 억제제로 치료한 뒤에도 여전히 살아 남아있는 암세포가 바로 ‘AT1 유사 세포’라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이 세포가 암의 폭발적인 성장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 결과를 임상에 적용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탐멜라 박사는 “약리학의 발전 덕분에 특정 세포 유형에 결합해 세포를 죽이도록 분자를 설계할 수 있으며, 이것이 키메라항원반응 T세포(CAR T 세포) 치료제와 항체약물접합체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념증명 실험을 마쳤으니 다음 단계는 이 ‘AT1 유사 세포’에 고유한 표면 단백질을 찾은 뒤 여기에 결합해 세포를 죽일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Alveolar differentiation drives resistance to KRAS inhibition in lung adenocarcinoma)는 미국암연구협회(AACR)가 발행하는 ≪암 디스커버리(Cancer Discovery)≫ 저널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