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뛰는 심장의 근육 분자…신비한 ‘500나노미터’ 첫 촬영

'분자 단위' 심장 구조와 기능 최초 규명... 獨 막스플랑크연구소-英 킹스칼리지 등 참여

국제 공동 연구팀이 최초로 3차원 이미지 촬영에 성공한 분자 단위의 심장근육 모습. [자료=«Nature»]
60년 이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심장근육의 분자 구조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와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등이 10여 년 동안 연구를 이어온 끝에 500nm(나노미터) 크기의 심장근육을 3D 이미지로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들 연구팀은 해당 내용을 담은 논문을 이달 초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재했다.

심장은 수십억 개의 근육으로 이뤄져 있지만, 지금까지 심장근육의 구체적인 구조나 기능 과정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전자 저온 단층 촬영 기술과 초고해상도 형광 현미경을 이용해 최초로 이에 대한 고해상도 3차원 이미지와 영상 촬영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영하 175도의 온도로 급속 냉동한 포유류의 심장 근육 샘플을 100nm의 얇은 두께로 자른 후, 전자 현미경으로 한 장씩 여러 각도에서 촬영했다. 이후 초고해도상도 형광 현미경으로 정밀하게 분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다시 3차원 이미지로 재구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통해 연구진은 심장근육 역시 기본적인 근육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분자 단위에선 미오신 단백질의 배열이나 위치가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규명했다. 

특히 연구진은 심장근육의 굵은잔섬유 속 500nm 길이의 미오신 가닥(미오신 필라멘트)을 완전하게 재구성했다. 이 결과, 연구진은 미오신 필라멘트가 약 2000개의 분자로 이뤄졌으며, 미오신 머리 부분(crown)의 모양에 따라 이를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심장근육이 예상보다 더욱 복잡한 과정으로 수축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심장근육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욱 많은 근육 조절 신호를 감지하고 처리해 근육 마디마디의 수축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잔섬유(filament)란 근육을 구성하는 원통 막대 모양의 단백질 덩어리다. 분자 단위에서 굵은잔섬유의 미오신 머리 부분과 가는잔섬유의 액틴 단백질 부분이 서로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근육의 수축-이완 작용으로 이어진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미국 켄터키대 의대 심혈관의학과 케네스 캠벨 박사는 “분자 단위에서 심장근육의 단백질이 어떻게 배열하고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수준의 정보를 제공한다”면서 “이를 통해 당초 예상보다 더욱 정확하게 심장근육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학계는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해 심근경색이나 심장 비대증 등 이전까지 약물로는 치료할 수 없었던 각종 심장질환에 작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제를 새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해당 연구진은 심장 전체의 분자 단위 구조를 규명하고 이미지화하는 것을 목표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691-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 자료의 a~c는 심장근육의 굵은잔섬유 모습을 더욱 세밀하게 이미지화한 모습이다. 아래 자료는 미오신 머리 부분의 형태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심장근육의 굵은잔섬유 가닥을 분류한 모습이다. [자료=«Nature»]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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