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사회의 질병”…뉴욕, 외로움 명예대사 임명

친구·가족 방문 적은 노인, 조기 사망할 확률 높아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 겸 작가 그리고 성 치료사(sex therapist)로 유명한 루스 웨스트하이머(95)가 뉴욕 주의 ‘외로움 명예대사’로 지정됐다.  [사진=루스 웨스트하이머 트위터]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 겸 작가 그리고 성 치료사(sex therapist)로 유명한 루스 웨스트하이머(95)가 뉴욕 주(州)의 ‘외로움 명예대사’로 위촉됐다. 이는 역사상 최초의 직책이며 고독과 고립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단행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9일 웨스트하이머가 뉴욕 주지사 캐시 호철(65)에 의해 외로움 명예대사로 임명됐다. 웨스트하이머는 심혈관 질환, 우울증, 조기 사망과 같은 신체적 건강과 더불어 정신 건강과 관련된 사회적 고립을 겪고 있는 뉴욕 시민들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웨스트하이머는 “외로움 대사라는 자리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밤낮으로 일할 것을 약속한다”며 “뉴욕 사람들이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성 심리 치료사이자 37권 이상의 책을 쓴 웨스트하이머는 1980년대와 90년대 텔레비전과 라디오에 출연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독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나치가 집권 하자 부모를 잃고 프랑스로 망명했다. 그런 뒤 제 2차 세계대전에도 출전했으며 종전 후 미국으로 넘어가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 대학에서 ‘성 치료’를 강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현재 뉴욕은 성인 5명 중 1명 이상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매년 발생하는 총기사고와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정신이상자 중 많은 경우 사회적 고립에서 비롯된 정신 질환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뉴욕 주 측은 주지사 호철을 중심으로 ‘고령 친화적인 지역 사회 만들기’, ‘정신 건강관리 시스템 구축’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노년층을 중심으로 그들이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 모든 주 최초로 ‘고령화 마스터 플랜’을 만들 것을 약속했다.

해당 계획의 초석이 바로 웨스트하이머의 외로움 대사 선정이다. 뉴욕 주 조사에 따르면 45세 이상 뉴욕 시민의 3분의 1 이상이 외로움을 경험하고 65세 성인의 4분의 1이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드러났다. 여기서 사회적 고립은 사회적 연결망이 부족한 것이고, 외로움은 혼자 있다는 느낌을 말한다.

그간 많은 연구에서 사회적 고립은 인지 기능 저하, 불안 및 면역력 악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에 따르면 이번 웨스트하이머의 대사 임명을 두고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다”며 “이를 위해 그의 대사 임명은 정책적 지원을 약속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주의 고령화 대책실장 그레그 올슨은 “수십 년 동안 대중은 웨스트하이머를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진 권위자로 여겨 왔다”며 “그는 우리가 누구고, 복잡한 세상에서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설득력 있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연령대의 뉴요커와 연결하고 우리의 가장 큰 공중 보건 문제 중 하나인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는데 웨스트하이머는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이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글래스코 대학의 연구팀은 45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을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연구가 시작될 때 평균 나이가 57세였고, 약 12년 간 추적을 진행했다.  그 기간 동안 총 3만3135명이 사망했다.

연구 중, 그들은 가까운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자주 외로움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당시의 미국 기대수명은 76.1세였다.

그 결과 한 달에 1회 미만으로 친구와 가족의 방문을 받았다고 보고한 사람들은 향후 12년 동안 사망할 가능성이 대조군에 비해 더 높았다.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이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사람은 매일 방문했던 사람에 비해 사망 위험이 39%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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