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공장 공장장’ 해보세요”…98% 정확도로 음주 측정

음주 전후 ‘혀 꼬임 표현’ 발음 내용의 음정과 주파수 분석 결과

알코올 섭취 전후의 음정과 주파수 변화를 감지하면 음주 운전 측정 등 다용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발음하기 어려운 표현을 소리 내 읽게 하는 것으로 알코올중독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알코올 및 약물 연구 저널(Journal of Studies on Alcohol and Drugs)》11월호에 게재된 미국과 캐나다 연구진의 발표문을 토대로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스탠포드대의 브라이언 수폴레토 교수(응급의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21세 이상의 성인 18명을 대상으로 정확히 발음하기 어려운 혀 꼬임 표현(tongue-twister)을 낭송하게 하고 이를 녹음했다. 한국어로 치면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와 ‘검창철 철창살은 쌍철창살이 아니고 외철창살이다’ 같은 표현을 말한다.

그런 다음 각 참가자에게 술에 취하기에 충분한 양의 알코올을 체중 기준으로 투여했다. 그리고 알코올 섭취 후 최대 7시간까지 매시간마다 또 다른 혀 꼬임 표현을 낭송하게 하고 이를 녹음했다. 연구진은 이와 더불어 참가자들이 술을 마시기 전과 그 후 30분마다, 그리고 음주 후 7시간이 지날 때까지 참가자들의 호흡 알코올 수치를 측정했다.

수폴레토 교수는 “혀 꼬임 표현은 일상적인 산문을 말할 때 감지되지 않을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음성 스트레스 테스트”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녹음된 발음을 1초 단위로 나눠 음의 높낮이 및 주파수의 특징을 분석했다. 그런 다음 해당 호흡 알코올 농도가 포함된 데이터의 하위 집합으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학습시킨 다음 나머지 음성 데이터를 분석하게 했다.

그 결과 AI는 98%의 정확도로 음주 상태 여부를 맞췄다. 여기서 음주 상태란 미국의 법적 운전 혈중 알코올 농도인 0.08% 이상을 말한다.

수폴레토 교수는 알코올 섭취 전후의 음정과 주파수 변화를 감지하는 이 기술이 다용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스쿨버스 운전자나 중장비 운전자와 같은 직종 종사자들이 ‘음성 챌린지’를 통과하지 못하면 시동을 걸 수 없도록 하는 자동차 점화 잠금 장치에 적용할 수 있다. 또 술집을 찾는 손님이 알코올 중독자인지 아닌지를 선별하는데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 연구는 백인 참가자만 대상으로 했고 음량과 같이 알코올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말의 다른 특징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수폴레토 교수는 “피해 예방 메시지로 활용할 때 타이밍에 대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음주 한도를 상기시켜 주는 것이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상당히 취한 상태에서는 취하면 그러한 개입의 효과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

논문을 검토한 영국 글래스고대의 공페트라 마이어 교수(공중보건학)는 이번 연구가 소규모로 진행됐고 엄격하게 통제된 조건 하에 이뤄졌음을 지적하며 “흥미로운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먼저 더 크고 다양한 샘플에서 검증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혀 꼬임 표현을 발음하게 하는 것이 가벼운 음주자와 술고래의 음주량을 동일하게 식별해낼 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그는 지적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jsad.com/doi/epdf/10.15288/jsad.22-00375?role=tab)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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