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 한 명이 아홉 생명 살린다”
뇌사는 그 당사자와 가족에겐 큰 불행이다.
하지만 그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없을 때, 장기를 기증한다는 건 사회적으로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어서다.
이론적으론 눈의 각막 둘, 폐 둘, 심장 하나, 간 하나, 췌장 하나, 콩팥 둘 등 모두 아홉 명 만성질환자에게 건강을 되찾을 기회를 준다. 바로 그게 장기 기능의 특별한 가치다.
더 나아가 피부나 다른 장기, 뼈 등 나머지 신체조직 기증까지 합하면 총 99명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고들 한다. 이들 환자 가정의 회복에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에도 크게 이바지한다.
예를 들어 만성 신부전증의 경우, 우리나라 환자만 26만 명(2020년)을 넘는다. 이들의 치료를 위해 들어간 진료비는 2조2000억 원 이상. 연평균 7.3%씩 늘고 있다.
실제로 환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그보다 훨씬 많다. 만성 신부전 환자는 매달 12~15번 정도 혈액 투석을 받는데 한 번 할 때마다 17~18만 원 정도가 든다. 한 달이면 250만 원, 1년이면 3000만 원에 육박한다.
이 비용만 전국적으로 매년 7조8천억원씩 들어간다. 신장을 이식 받아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면 이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청소년들은 장기 기증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한국장기기증협회(회장 강치영)가 지난 9월 우리나라 청소년(15~19세) 1000명에게 물었더니, ‘동의한다’가 36.2%, ‘동의하지 않는다’가 19.4% 나왔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도 44.4% 나왔다.
만일 가족 중에 뇌사자가 생겼다면 어떨까? 그때도 ‘동의한다’는 비율이 39.0%로 조금 더 높게 나왔다. 그 외 ‘동의하지 않는다’는 19.1%, ‘잘 모르겠다’는 41.9%. 거의 비슷한 분포다.
같은 질문을 일본 청소년 500명(보호자 포함)에게도 해봤다. 그랬더니 자기 몸의 장기 기증에 대해 일본 아이들은 ‘동의한다’가 48.0%가 나왔다. 우리나라 청소년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가족 뇌사자의 장기 기증에 대해선 ‘동의한다’가 28.8%에 불과했다. 일본 청소년이 자기 자신과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나라 청소년의 그것과 크게 다른 것이다.
강치영 회장은 9일 오후 부산시교육청 국제회의실에서 연 '제2회 아시아 장기 기증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이런 한일 청소년들의 인식 차를 발표했다.
그는 “한일 양국 청소년 모두 50% 이상(한국 55.2%, 일본 53.2%)이 장기 기증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장기 기증에 대한 동의 여부는 서로 조금씩 달랐고, ‘잘 모르겠다’는 유보하는 태도가 아직은 모두 높았다”고 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장기기증학회 김순은 회장(서울대 명예교수, 전 지방분권위원장)이 좌장을 맡았고, 고메야마 쥰코 대표(일본 장기기증자 모임), 김홍석 소장(부산사회문화연구소), 김희진 교수(부산대)가 토론자로 나왔다.
한편, 한국장기기증협회는 이날 저녁 부산 서면 롯데호텔에서 장기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유가족을 예우하는 ‘제3회 장기기증자 유가족 초청 힐링의 밤’도 개최했다.
여기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장기 기증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나눔”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는 ‘장기 기증 활성화를 통한 다시 사는 세상, 건강한 부산’ 사업을 계속 벌여나갈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