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만 조심?…우리 몸 ‘이곳 털’에도 흡혈충 ‘득실’

끈질기게 인체 피부에 기생…전염 잘 돼 온 가족 같이 치료해야

사람의 머리에 기생하여 피를 빨아 먹는 머릿니는 가려움증이 주요 증상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 출몰하는 빈대들이 그간 빈대 박멸에 사용한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을 보여 방역 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질병청)은 6일 “전 세계적으로 빈대 발생이 증가하고 있고, 빈대가 살충제에 저항성을 보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업체 관계자는 “작년에도 빈대 관련 신고로 많은 숙박업소를 관리했다”면서 “실제 빈대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예방 차원에서 방역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빈대가 올해 갑자기 국내에 출현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질병청은 해충 방역업체들이 숙박업소 등에서 채취한 빈대 견본을 받아 종류와 특성을 분석하고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빈대 신고가 이어지자 정부는 7일부터 ‘전국 빈대 합동 상황판’을 운영하기로 했다. 기존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현황 파악으로는 급속한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 빈대 의심신고 건수 및 사실 여부, 대처 상황 등을 시설·단계·지역별로 파악해 보고해 달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국민의 ‘빈대 스트레스’가 확산하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빈대뿐 아니라 인체 피부 기생충인 머릿니, 옴진드기, 사면발니 같은 기생충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옴진드기 감염 환자, 연간 3만명…전신에 연고 발라야

50대 후반의 직장인 A씨는 목 부위와 복부에 볼펜 자국 정도의 약간 돌출된 적갈색 점 같은 것이 생기면서 가렵고 따가운 증상에 시달렸다. 피부과 전문의 진료를 통해 검사를 받아보니 피부 기생충의 하나인 옴(진드기 감염의 일종)으로 확진됐다.

옴은 옴진드기의 피부 기생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피부질환이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옴은 대부분 감염된 가족이나 간병인과의 밀접한 신체적 접촉이나, 몸 밖으로 배출된 옴진드기가 오염된 의복·수건·이불 등이 전파 경로”라고 설명했다.

옴진드기는 주로 피부 각질층 내에 굴을 만들게 되는데, 심한 가려움증(특히 야간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홍반성 구진(피부 표면에 돋아나는 작은 병변)들은 주로 환자의 하복부, 넓적다리 안쪽, 겨드랑이 부위에 나타난다. 가려움이나 따가움 등 특징적인 증상과 함께 피부에 굴이 발견되면 옴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대한피부과학회에 따르면, 옴 환자는 국내에서 매년 3만명 이상 발생한다. 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 환자 증가, 옴에 관한 경계심 부족 등이 겹쳐 집단발생은 증가하는 추세다.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로 ‘감마벤젠 헥사클로라이드’ 또는 ‘5% 퍼메트린 연고’ 등이 있다. 약제를 얼굴 아래부터 발끝까지 가려운 부위뿐 아니라 전신에 골고루 발라야 한다. 보통 이틀 동안 자기 전에 도포한 후 아침에 씻어낸다. 일주일 뒤 효과를 판정한다. 가족에서 옴 환자가 발생한다면 증상에 상관없이 가족을 모두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환자를 격리하고 사용한 수건이나 이불은 삶아서 처리해야 한다.

머릿니 초등생 유병률 1% 내외…번지는 건 순식간

사람의 머리에 기생하여 피를 빨아 먹는 머릿니는 가려움증이 주요 증상이다. 머리끼리 서로 닿거나 베개 등 머리와 관련된 용품을 같이 사용하면 쉽게 전염된다. 서캐(알)는 0.3~0.8㎜로 두피에 가까운 머리카락에 붙어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메디체크연구소가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 초등학생 총 5만1508명(남학생 2만6532명, 여학생 2만4976명)을 대상으로 국내 머릿니 발생 추이를 조사한 결과, 2011~2012년 2.8%에서 2019년 0.8%로 유병률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성별로는 남학생 1.4%, 여학생 3.0%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상당히 높다. 메디체크연구소는 “머릿니 감염은 과거보다 많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집단생활을 하는 국내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들에게 순식간 번질 수 있는 건강 및 위생 문제로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머릿니는 성충은 갈색 계통으로 크기가 3~4㎜에 달한다.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이 감염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가족 중 머릿니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온 가족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서로 옮지 않도록 모두 확인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머릿니를 없애는 약의 살충 성분은 독성이 커서 사용 시 특히 주의해야 한다. 머리를 감으면서 사용하는 샴푸형은 눈이나 귀, 코, 입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피부에 흘러내린 것까지 세심하게 닦아내야 한다. 천연 훈증제를 사용한 경우는 선풍기나 헤어드라이어 바람으로 머릿결을 날려주며 죽은 머릿니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한 번 치료 후 7~8일 후 다시 반복한다. 머릿니와 서캐를 완전히 없애려면 약물치료 후에도 촘촘한 참빗으로 2~3주간 하루 한두 차례 머리를 빗어 내리는 것이 좋다.

사면발니, 성 접촉이 주원인…음모 밀면 치료 도움

사면발니는 주로 성 접촉으로 감염되고 공중목욕탕이나 숙박시설 등에서도 감염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음부 털에 붙어 있는 서캐나 털의 기저부에 단단히 밀착해 있는 성충을 발견하여 진단한다. 대부분 음모에 기생하지만, 눈썹이나 겨드랑이털, 가슴털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음모를 제거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비뇨의학과 전문의 이윤수 원장은 “불결하거나 떳떳하지 못한 잠자리를 한 후에는 사면발니가 옮았는지 상당 기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다른 성병과 함께 나타나는 사례가 많으며, 성병 예방을 위해 콘돔을 사용해도 감염을 막을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음모 부위의 피부에 달라붙어 흡혈하여 번식하는 사면발니에 감염되면 따갑고 때론 뻐근하며, 얼얼한 통증이나 가려움으로 고생하게 된다. 성충의 크기는 0.8~1.5㎜ 정도로 매우 작고 투명하여 눈으로는 쉽게 발견이 안 되지만 혈액을 빨아먹고 난 직후에는 검은색으로 변하므로 색출이 비교적 쉽다. 암컷은 수컷보다 0.2~0.3㎜ 정도 몸집이 크며, 수십 개, 많으면 100여 개까지 알을 낳는다. 알은 음모 아랫부위에 붙어 있다 일주일 내외면 부화한다.

몸에서 사면발니가 발견되면 침구류나 의복, 수건 등을 통해서 옮을 수 있어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나 가족도 같이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모를 제거하면 사면발니 치료와 예방 모두에 도움이 된다. 치료는 로션이나 연고 형태의 전문 약제를 바른 후 수 시간 후 물로 씻어낸다. 7~10일 후 한 차례 더 치료하면 보다 완벽한 박멸 효과가 나타난다. 사면발니가 없어진 후에도 일부에서 가성 통증이나 기어다니는 느낌 등 정신적인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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