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암 새 치료법 나왔다… “사망 위험 절반으로”

항체-약물복합체(ADC)와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요법, 생존기간 2배↑

암 표적 항체를 사용해 종양에 독성 화학물질을 전달하는 ‘항체-약물 복합체(ADC)’와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 처방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진행성 방광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절반 이상 줄였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진행성 방광암 환자의 사망위험을 절반 이상 줄인 새로운 치료법이 나왔다. 지난달 20일~24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들에서 열린 ‘2023 유럽종양학회’에서 발표된 영국 연구진의 발표문을 토대로《네이처》가 2일 보도한 내용이다.

과학 학술회의에서 기립박수가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러나 22일 영국 성 바르톨로뮤 병원(바츠 병원)의 토마스 파울스 암연구소장은 방광암 환자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의 임상3상 결과를 발표하는 동안 두 차례나 기립박수를 받았다.

첫 번째 기립 박수는 암 표적 항체를 사용해 종양에 독성 화학물질을 전달하는 ‘항체-약물 복합체(ADC)’와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 처방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진행성 방광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절반 이상 줄였다고 발표하면서 나왔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생존율이 거의 변하지 않았던 이 암에 대한 전례 없는 결과였다. 파울스 소장은 이러한 반응에 놀랐고, 프레젠테이션이 끝날 때까지 비틀거리며 발표를 마쳤는데, 이때 또 한 번의 박수를 받았다.

ADC 치료법의 유망한 데이터를 발표한 사람은 파울스 소장뿐만이 아니었다. 유방암 및 기타 유형의 종양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얻은 추가 데이터도 이 치료법에 대한 기대를 배가시켰다.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의 펀다 메릭-번스탐 연구원은 “지금은 정말 흥미로운 시기“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파울스 소장이 이끄는 연구진이 개발한 방광암 병용 치료법, 즉 엔포투맙 베도틴이란 ADC 치료제에 면역관문억제제인 펨브롤리주맙을 병용하는 칵테일 요법은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그 승인의 근거가 된 데이터는 약 120명만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나온 것이어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서 어떻게 효과가 있을지는 불분명했다.

엔포투맙 베도틴은 암 세포에서 더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는 넥틴-4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로 구성돼 있다. 이 항체에는 세포 분열을 방해하는 화학 물질이 부착돼 있다. 또 펨브롤리주맙은 면역 체계를 방해하는 단백질을 차단해 신체가 종양에 대해 더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의 화학요법은 분열세포를 표적으로 화학물질을 몸 전체에 투여하기 때문에 암세포 외의 다른 조직도 손상시킨다. 반면 ADC 치료법은 다른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종양에만 타격을 가한다. 이미 다양한 형태의 암에 대한 여러 ADC가 시판되고 있지만 연구진은 이를 설계하고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파울스 소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항암치료 이력이 없는 진행성 방광암 환자 886명을 대상으로 2가지 치료법을 무작위 선정해 적용해 치료 효과 및 안정성을 비교했다. 하나는 엔포투맙 베도틴와 펨브롤리주맙을 병용한 ADC치료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카보플라틴과 시스플라틴 등 백금 기반 항암제를 사용하는 표준화학요법이었다.

임상 결과 ADC 병용요법은 암의 진행하거나 사망할 위험을 55%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병용요법은 기존 화학요법에 비해 진행성 방광암 환자의 치료 후 생존 기간 중앙값을 약 16개월에서 31.5개월로 거의 2배 가까이 늘렸다.

몇 개월의 생존 기간 연장이 종종 획기적인 성과로 여겨지는 암 연구에서는 이러한 큰 이점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특히 진행성 방광암의 경우, 수십 년 동안의 연구에서도 생존 기간을 크게 개선하는 데 지속적으로 실패했다. 파울스는 “우리는 대형 홈런을 쳤다”라고 표현했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프린세스 마가렛 암 센터의 릴리안 시우 연구원은 이 유망한 결과가 방광암을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ADC가 펨브롤리주맙과 같은 면역 증강제와 결합하면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파울스는 다른 종류의 암에 대한 다른 접합체 임상시험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서 발표된 다른 연구 결과들은 진행성 유방암에서 ADC의 사용을 확대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줬다. 한 그룹은 ‘데이터포타맙 데룩스테칸’이라는 ADC가 종양 성장을 늦춰 종양이 다시 확장되기 시작하기 전에 기존 화학요법을 받은 환자보다 2개월 더 오래 지속되었다고 보고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종양 단백질 HER2를 표적으로 하는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이라는 ADC가 진행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을 개선했으며, 심지어 종양에서 낮은 수준의 HER2를 생성하는 환자도 생존율이 늘어났다.

이러한 각각의 성공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치료법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메릭-번스탐 연구원은 말했다. 그는 약물의 사용을 암의 초기 단계로 전환하면 그 효능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ADC는 더 안전한 형태의 화학 요법을 위해 개발됐지만 신경 및 폐 손상 가능성을 포함하여 자체적으로 위험을 초래하는 부작용도 따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우 연구원은 앞으로의 연구는 독성이 훨씬 덜한 ADC를 개발하고 어떤 약물을 안전하게 함께 사용할 수 있는지 조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건필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