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이 부위’ 잘 살피면…치매 20년 전 진단 가능

기억 학습 담당 뇌 부위 ‘해마’ 신진대사 높아졌다면, 치매 초기 징후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부위가 ‘해마'(빨간색)다. 단면이 바다 생물 해마와 닮았다고해서 붙인 이름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기억력과 학습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 ‘해마’가 바짝 마른 호두처럼 쪼그라든다. 이 ‘해마’의 신진대사 증가가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징후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는 단기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쥐의 뇌 부위 ‘해마(Hippocampus)’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하는 병리학적 과정의 초기 단계는 해마 부위의 신진대사가 높아지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진대사가 높아지면 열량(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진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페르 닐손 부교수(신경생물학)는 “세포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의 대사 증가가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지표라는 것을 밝혀냈다. 해마 부위 및 미토콘드리아의 신진대사를 잘 살피면 알츠하이머병 발생을 약 20년 전에도 미리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을 늦추는 치료제가 출시되기 시작하면 이 병을 일찍 발견하는 것이 특히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의 시냅스에 나타나는 변화를 전자현미경과 기타 기술을 이용해 관찰 연구했다. 시냅스는 뇌 신경세포의 접합부로 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 지점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뇌의 ‘해마’ 부위가 바짝 마른 호두처럼 쪼그라든다. 기억력, 판단력, 언어력, 시공간 파악 능력(지남력), 학습 능력 등이 뚝 떨어진다. 신체 능력이 낮아져 일상 생활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 결과 단백질을 분해하고 그 성분을 대사하는 ‘자가포식소체(Atophagosome)’라는 소포제가 시냅스에 쌓여, 제 기능을 하는 단백질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진대사 변화는 뇌에 뚜렷한 특정 물질(불용성 플라크)이 쌓이기 전에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에너지 균형의 변화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영상에서 관찰된 것과 일치한다. 이번 연구 결과로 그런 변화를 더 빨리 알아챌 수 있게 됐다.

연구팀에 의하면 젊은 생쥐의 신진대사가 높아지면 세포 재활용 시스템(자가포식 과정)이 붕괴되고 시냅스에 변화가 생긴다. 이를 발견한 연구팀은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의 신진대사는 감소하고 시냅스 기능이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알츠하이머병을 더 오래 앓은 늙은 생쥐에서도 이런 현상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여러 단계에서 어떤 유전자가 해마 세포에서 활성화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RNA 시퀀싱 기술을 이용했고,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단계 중 하나가 미토콘드리아 대사의 증가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앞으로 미토콘드리아와 자가포식(오토파지)이 알츠하이머병에서 하는 역할을 밝혀낼 계획이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와 자가포식 기능을 안정화하는 새로운 분자가 질병을 지연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생쥐 실험을 계속할 방침이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과 단백질 대사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Mitochondrial hypermetabolism precedes impaired autophagy and synaptic disorganization in App knock-in Alzheimer mouse models)는 국제학술지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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