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번 이상 휴대폰 사용…男정자 수 적다는데

사용할 때 나오는 열, 전자기파가 원인으로 추정

휴대폰을 사용중인 남성
휴대폰을 자주 사용하는 남성은 정자 농도와 정자 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휴대폰을 자주 사용하는 남성은 잘 사용하지 않는 남성에 비해 정자 농도(정액 1㎖ 당 정자 수)가 낮고 정자 수가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제네바대 유전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에 20번 이상 휴대폰을 사용하는 남성은 일주일에 한 번 이하로 사용하는 남성에 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건강한 남성 생식력 최소치보다 정자 농도가 낮은 확률이 3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휴대폰을 자주 사용하는 남성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남성에 비해 WHO 생식력 기준보다 정자 수가 낮을 가능성이 21% 더 높았다.

연구팀은 2005~2018년 사이에 군대 징병소 6곳에서 모집된 18~22세의 스위스 남성 2900명을 대상으로 추적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자들은 휴대폰 사용을 포함해 생활 방식과 건강에 대한 자세한 설문지를 작성했다. 또한 신체검사의 일환으로 정자 샘플을 제공했다.

연구 결과 하루에 20번 이상 휴대폰을 사용하는 남성의 평균 정자 농도는 밀리미터(㎖) 당 4450만 마리인 반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남성은 평균 정자 농도가 ㎖ 당 5650만 마리로 나타났다.

또한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는 남성은 평균 정자 수가 약 1억2000만 마리인 반면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남성은 1억5400만 마리였다. 전반적으로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는 남성은 정자 농도가 ㎖ 당 1500만 마리로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았는데, 이는 WHO 기준에 따르면 남성이 임신을 시키는데 1년 이상 더 걸릴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휴대폰 사용이 임신율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지는 않았으며 휴대폰과 남성 불임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도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리타 라흐반 박사는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휴대폰을 자주 사용하는 남성에게서 정자 농도가 낮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는 남성들의 평균 정자 농도가 WHO의 남성 불임 수치인 ㎖ 당 1500만 마리보다 2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라흐반 박사는 “따라서 남성이 휴대폰 사용으로 불임이 될 위험은 낮다”며 “정자는 10주마다 고환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남성들은 정자 저장고를 꽤 자주 새롭게 채운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폰 사용은 정자의 모양이나 이동 능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휴대폰이 정액의 질을 해칠 수 있는 몇 가지 가능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열이다.

미국 마이애미대 헬스시스템의 란지스 라마사미 박사(남성 생식 의학)는 “휴대폰을 고환 근처의 바지 주머니에 보관하면 휴대폰이 작동할 때 약간의 온도 상승이 잠재적으로 정자 생산과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며 “그러나 휴대폰 위치와 정자의 질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직접적인 효과를 뒷받침하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라흐반 박사도 “이번 연구에서는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는 것과 정액의 질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휴대폰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가 고환 기능과 정자 생산을 조절하는 뇌하수체-시상사부-생식선 축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마사미 박사는 “세포 대사의 방해, DNA 손상, 산화 스트레스, 열작용을 포함해 이러한 잠재적인 부작용들을 설명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하지만 이러한 연구의 대부분은 설치류 모델을 기반으로 하거나 신체 외부의 인간 정액을 조사했기 때문에 반드시 실제 인간 노출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Association between self-reported mobile phone use and the semen quality of young men)는 ‘출산과 불임 저널(the journal Fertility and Sterility)’에 실렸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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