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에 공포 영화 어때요?…운동할 때와 비슷한 행복감

인위적인 두려움과 긴장 속에서 불안감 해소, 안도감 느낄 수 있어

공포 영화를 보면 오히려 불안감이 사라지고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들어 다양한 분장을 한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축제로 변하기는 했지만 공포스러운 복장을 하거나 으스스하게 공간을 장식하는 할로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평소 같은 일상을 보내거나 거리로 나가 할로윈 분위기를 느끼려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집에서 공포 영화를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여전히 ‘할로윈’ 하면 귀신이나, 좀비 등 무서운 존재가 떠오르는 때문이다.

‘공포’는 우리에게 달갑지 않은 손님이면서 또 가까이에서 ‘즐기고픈’ 묘한 존재다. 연신 비명을 지르면서도 공포 영화만 골라 본다거나 스릴 넘치는 롤러코스터를 즐기고 으스스한 분위기의 살인 현장을 연출해놓은 ‘방탈출’을 즐긴다. 도대체 우리는 왜 공포를 느끼려고 하는 걸까.

미국 건강정보매체 ‘베리웰헬스(VeryWell Health)’는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공포를 즐기는 것이 유산소 운동을 할 때와 비슷한 행복감을 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안전하고 통제된 상황에서 긴장과 공포를 경험하는 것이 오히려 내면에 쌓인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덴마크 오르후스대 레크리에이션 공포연구소 소속 콜탄 스크리브너 박사는 논문에서 “영화 등을 통해 느끼는 공포는 평소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살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예측 가능한 공포와 불안감을 경험하고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현실에서 느끼는 불안과 달리 공포 소설, 영화 등에서 느끼는 불안은 통제가 아주 쉽고 시간도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통제된 상황에서의 갑작스러운 스트레스 반응은 심리적으로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헤롤드 홍 미국 뉴워터스 리커버리 정신과 전문의는 “이러한 급성 스트레스 반응으로 느끼는 스릴이 우리가 살아있음을 몸소 체감하고 처해진 환경에 더욱 몰입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라고 설명했다.

공포 영화를 시청하면 뇌의 일부가 눈으로 보는 위협을 현실로 인식해 우리 몸에서 투쟁-도피 반응이 일어난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분비되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혈압이 높아질 뿐 아니라 호흡도 가빠진다. 다급한 상황에서 도망가거나 맞대응을 할 수 있도록 근육이 긴장되기도 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뇌에서는 스트레스와 고통을 줄이고 기분을 좋게 하는 엔도르핀과 도파민을 방출한다. 우리가 극도의 공포 속에서도 즐거움과 묘한 쾌감을 느끼는 이유다. 영화가 끝나면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 남았다는 보상감과 안도감이 밀려온다.

공포를 공포로 극복하는 ‘치료’ 효과도 기대해 볼 만 하다. 라이언 술탄 미국 컬럼비아대 임상 정신과 조교수는 “거미를 무서워하는 사람에게 거대 거미 영화를 보게 하면 실제 거미를 봤을 때 훨씬 쉽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물론, 영화 등으로 느낀 공포감이 너무 커 스트레스나 불안감으로 인해 악몽 등에 시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아 큰 문제는 없다는 설명이다.

    김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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