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던 신호 뒤엉켜…마약, 뇌를 어떻게 망가뜨리나

약물이 들어온 순간...뇌의 네트워크 길 잃어

마약은 우리의 뇌 곳곳을 망가뜨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일 마약범죄로 세상이 시끄럽다. 배우 유아인에 이어 이선균이 마약 투약 의혹을 받고있으며, 인기가수 지드래곤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마약이 위험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약을 찾는 사람들은 계속 생겨난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약중독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과연 마약은 어떻게 우리의 뇌를 망칠까?

약물이 들어온 순간, 뇌의 네트워크는 길을 잃는다

뇌는 흔히 복잡한 컴퓨터에 비유된다. 무려 1000억개가 넘는 신경세포(뉴런)가 복잡한 회로와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각 뉴런은 정보의 흐름을 조절하는 스위치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들은 인간이 가늠하기 힘든 속도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뇌를 비롯한 몸의 각 부분의 기능을 조절한다.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상세하게 들여다 보면 상호작용은 꽤 복잡하다. 뇌는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각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은 물론 신체 여러 부분의 기능의 정상적 기능 수행까지, 인간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요소를 관장하는 탓이다.

뇌 속에는 여러 회로들이 상호작용하며 함께 일한다. 마치 조직의 한 팀과 같다. 각각의 뇌 회로는 특정한 역할을 맡는다. 네트워크 속 뉴런들은 서로 간에 신호를 주고 받을 뿐만아니라 뇌의 다른 부분, 척수, 말초신경계와도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뉴런이 이처럼 다른 뉴런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과 소통하기 위해 방출하는 것이 바로 신경전달물질이다. 이 물질은 시냅스라고 불리는 연결고리를 통해 옮겨진다. 이런 전달은 일방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라는 말처럼 뉴런들은 세포 간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한다.

약물이 무서운 점은 뇌의 의사소통 과정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마리화나와 헤로인과 같은 약물은 화학 구조는 원래 우리 몸 속에 있는 신경전달물질과 유사하다. 외부적 자극으로 뉴런을 활성화하게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이들이 뉴런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비정상적이다. 뇌 속 정교했던 전달체계와 의사소통은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다. 정교한 뇌 네트워크는 길을 잃게 된다.

점점 더 많은 쾌락이 필요한 이유 

특히 약물은 ‘보상회로’라고도 불리는 기본적 신경체계를 망가뜨린다. 뇌 기저핵 부위에 위치한 보상회로는 식사, 성관계, 운동 등 건강한 활동과 관련된 쾌락 효과를 조절한다. 긍정적인 형태의 동기 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습관과 일과 형성도 관할한다. 마약은 이 회로를 과도하게 활성화한다. 보상회로를 조절하는 중요한 물질이 바로 ‘도파민’이다.

기쁨과 보상을 경험했을 때 나오는 도파민은 행복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식사, 사교활동, 성관계 등 인간들을 기쁘게 만드는 경험들을 했을 때 나온다. 보상회로는 도파민이 분비됐던 사실을 기억하고, 추후에 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다시 분출된다. 예전에 먹었던 맛있는 음식을 또 먹고 싶고, 즐거웠던 모임에 다시 가고 싶고, 좋아하는 이성과 계속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는 것은 모두 도파민 덕분이다. 운동, 학업 등에서 성취를 이뤘을 때 분비되기도 하기 때문에 잘 활용할 경우 자기계발에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마약이 도파민을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결국 넘쳐나는 도파민을 받은 뇌를 이를 조절하기 위해 나선다. 수용체를 숨겨버리는 것이다. 약물이 들어와도 제대로 흡수를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웬만한 도파민의 양으로는 쾌락을 느낄 수 없다. 예전에 물 1리터만 넣어도 가득차던 그릇이 이제는 2리터의 물은 넣어야 넘치는 것과 같다. 약물을 오래할 수록 내성이 생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불행한 것은 높아진 도파민 수치에 익숙해진 뇌는 약물이외의 어떤 것에서도 즐거움을 느끼기가 힘들어진다.

마약은 확장편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부위는 불안, 과민성, 불안과 같은 스트레스를 주는 감정과 관련이 있다. 편도체는 약물 사용이 증가할 경우 점점 더 민감해진다. 작은 자극에서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이다. 때문에 마약을 한 사람들은 또 다시 약물을 복욕해 스트레스를 완화하려고 한다. 단약을 할 경우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것 역시 확장편도체의 변화 탓이다.

이밖에도 생각하고, 계획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을 내리고, 충동을 제어하는 ​​능력을 가진 전두엽 피질 역시 마약의 영향을 받는다. 전두엽 피질 회로와 기저핵 및 확장편도체 회로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마약 복욕자는 충동 조절 능력마저 더 떨어지게 된다.

일부 약물은 심박수, 호흡, 수면 등 생명에 중요한 기본 기능을 제어하는 ​​뇌간과 같은 뇌의 다른 부분도 방해한다. 과다 복용이 호흡 곤란과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이유다.

약물 사용을 중단한다고 해서 뇌가 즉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약물에는 뉴런을 아예 없앨 수 있는 독성 효과가 있으며, 사라진 세포 대부분은 대체되지 않는다. 뇌의 뉴런 사이의 연결 변화는 영구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일부는 몇 달 동안 지속된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수년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장기간 지속되는 뇌 변화로 인해 중독자가 마약을 끊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이것은 결국 강렬한 갈망을 만들어내며, 다시 마약 투약을 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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