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뇌경색도 위험?… 환자 30% 치매 유발 물질 쌓였다

뇌의 인지기능 영역 손상 없어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

뇌졸중의 일종인 뇌경색이 알츠하이머 치매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뇌졸중의 일종인 뇌경색이 알츠하이머 치매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벼운 정도의 뇌경색(작은 뇌경색)을 경험한 환자의 약 30%에서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Aβ) 단백질’의 축적을 확인한 것이다.

최근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김치경 교수, 핵의학과 어재선 교수팀은 ‘작은 크기 뇌경색'(소경색 또는 라쿤)으로 발생하는 인지기능 저하 후유증의 유발 원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뇌경색은 뇌 혈관이 막혀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뇌조직의 일부가 괴사하는 질환이다. 이 때 뇌 속의 가느다란 혈관이 막혀 버리며 손상 부위가 아주 작은 경우를 작은 크기 뇌경색으로 부른다. 뇌경색의 대표적인 후유 장애는 인지기능 저하인데, 대체로 뇌경색으로 손상이 발생한 뇌의 변 부위가 크거나 인지기능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 손상했기 때문이다.

반면, 작은 크기 뇌경색 환자 중에선 인지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뇌 손상이 없음에도 인지기능 저하 후유증이 발생하기도 해 그간 치료 현장에서 예후 예측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뇌 손상이 없음에도 인지기능 저하 후유증이 발생한 원인을 추측할 수 있는 근거를 확인했다. 바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었다.

연구팀은 작은 크기의 급성 뇌경색으로 입원한 50세 이상 환자 37명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여러 정밀 검사를 진행해 인지기능 저하 후유증 발생 상황을 추적했다. 뇌경색 발생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선 신경심리검사와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1년 후에는 간이인지기능검사와 임상치매척도 검사를 시행했다.

분석 결과, 37명의 환자 중 11명(29.7%)에게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이 확인됐고, 이들 11명 중 7명의 환자(63.6%)에게서 뇌경색 후 인지기능 저하 후유증이 발생했다.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이 작은 크기 뇌경색 후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유의미한 관련성을 확인한 것이다.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과 인지기능 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로의 발전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이들 환자의 나쁜 예후를 예측하고 예방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강성훈 교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 정도가 알츠하이머 치매뿐 아니라 작은 크기 뇌경색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라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향후 베타-아밀로이드 항체 약물(아두카누맙, 도나네맙 등)을 작은 크기 뇌경색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후유증을 방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알츠하이머병 관련 유명 해외 학술지인 ‘Alzheimer’s Research & Therapy'(알츠하이머 연구·이론)에 ‘Independent effect of Aβ burden on cognitive impairment in patients with small subcortical infarction'(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이 작은 크기 뇌경색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에 미치는 독립적 영향)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논문은 해당 링크(https://alzres.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3195-023-01307-5)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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