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처럼 사람 무는 '모래 파리' 감염 피부병, 미국 풍토병 됐다
모래 파리로 인한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미국 남부에서 토착화
미국에 없던 전염병이 미국 남부 지역의 풍토병이 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8일~22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열대의학 및 위생학회(ASTMH) 연례 회의에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표를 토대로 건강의학 포털 ‘웹엠디(WebMD)'가 20일 보도한 내용이다.
문제의 질병은 모기처럼 사람을 물고 피를 빠는 모래파리(sand fly)에게 물리면 피부궤양을 일으키는 ‘피부 리슈만편모충증(cutaneous leishmaniasis)이다. CDC 연구진은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해외 여행 이력이 없는 86명에게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진단을 내렸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도구를 사용해 감염 환자의 조직 샘플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이 독특한 버전의 질병을 앓고 있으며, 이는 지역 파리 개체군에 의해 전염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CDC 국립 신종동물원성 감염센터의 매리 캠브 연구원은 "이전에는 소수의 사례보고를 바탕으로 지역 전파에 대한 징후만 보였다면 이제 처음으로 상대적으로 큰 클러스터에서 뚜렷한 유전자 지문이 확보돼 미국 일부 지역에서 피부 리슈만편모충증이 토착화했다고 판단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감염의 대부분은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서 발생했지만, 리슈만편모충증을 전염시킬 수 있는 모래파리는 미국 남부를 비롯한 전역에서 발견된다“고 말했다.
모래파리에 물릴 위험은 해질녘과 곤충이 먹이를 먹는 밤에 가장 높다. CDC에 따르면 피부 리슈만편모충증은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감염 후 생기는 피부궤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변할 수 있다. 경계가 솟아오르고 중앙 분화구가 있는 개방성 궤양이나 딱지나 비늘로 덮이는 궤양이 될 수 있다.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궤양은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지속되더라도 결국 치유됩니다. 그 결과 흉터가 남을 수 있습니다.
리슈만편모충증은 2종류가 있다. 도노바니 리슈만편모충(Leishmania donovani)에 감염되면 피부 리슈만편모충증이 발생하고, 인판툼 리슈만편몬충(Leishmania infantum)에 감염되면 내부 장기를 공격하는 내장 리슈만편모충증에 걸리게 된다.
과학자들은 더 치명적 증상을 지닌 내장 리슈만편모충증이 미국에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공중보건학회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내장 리슈만편모충증은 치명률이 7%나 돼 전 세계적으로 매년 2만~3만 명이 사망케 하고 있다
내장 리슈만편모충의 주요 숙주는 개다. 미국 아이오와대의 신종 전염병 센터 소장이자 수의사인 크리스틴 피터슨 교수는 한 매 미국에 수입되는 개가 100만마리에 달하며 그 중에는 내장 리슈만면모충이 서식하는 지역에서 수입되는 개도 많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자생하는 모래파리가 이들 개의 피를 빨아 인판툼 리슈만편모충에 감염되면 인간에게도 전파할 수 있게 된다. 피터슨 교수는 ”인판툼 리슈만편모충은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열대 기생충의 하나이므로 미국 내 유입을 막기 위한 검역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올해 7월 피부 리슈만편모충증 환자가 2년만에 발견됐다. 멕시코와 갈라파고스제도 등 중남미 지역을 여행하면서 감염된 채 귀국한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리슈만편모충증은 인플루엔자,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등과 같은 4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지만 다행히 모래파리가 자생하지 않기에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사이에서만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