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질염 걸려?”… ‘男 1만 5500명’에게 질염이란?

[박효순의 건강직설]

질은 여성에게만 있는 인체 기관이므로 여성이 아닌 남성이 질염에 걸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심평원 통계에 무슨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것일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심평원)이 운영하는 ‘HIRA빅데이터개방포털’에 보면, 국민관심질병통계 241가지 중에서 질염 항목이 나온다(표 참조).

2021년 내역을 들어가 보면, 총환자 수가 179만 2명이고 내원 일수는 371만 1764일이다. 그런데 항목이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되어 있다. 여성이 177만 4534명이고 남성이 1만 5468명이다. 남녀별로 입원과 외래로 숫자를 구분해 놓았는데, 더했을 때 소계와 맞지 않으며, 다른 질환 통계에서도 이 부분에 큰 차이가 나는 경우까지 있다.

질염은 질 분비물, 냄새, 작열감, 소양감, 성교통, 배뇨통 등의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질의 감염 또는 염증 상태를 말한다. 질은 여성에게만 있는 인체 기관이므로 여성이 아닌 남성이 질염에 걸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심평원 통계에 무슨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것일까?

비뇨기과와 산부인과 전문의들도 통계 수치를 본 뒤에 ‘이 무슨 금시초문이냐’면서 ‘남자가 질염? 혹시 트렌스젠더?’ 등의 의문부호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홍보팀은 관련 부서에 의뢰해 자세한 답변을 보내왔다. 우선 입원+외래 환자 수와 소계 환자 수의 불일치 이유는, 동일인이 동일 상병으로 외래진료와 입원진료를 모두 받았을 경우 소계는 1인으로 집계가 되지만 입원과 외래로 범주를 나누었을 때는 입원 1인, 외래 1인으로 집계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자가 질염이라고 된 부분은? 심평원에 따르면, 질염 남성 통계치의 유형은 ‘질염이 아닌 임균 감염’이라고 보면 된다. 하나의 상병코드에 여러 세부 질병 명칭이 존재하는데, 질염이라는 명칭에 따른 코드는 하나이지만 이 상병코드에는 요도염과 방광염 등의 통계도 집계되기 때문에 ‘남성 질염’ 통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좀 더 자세히 부연해 보자. 질염으로 정의된 상병코드는 20개다. 이중 A540(임균성 외음질염)은 다시 ‘요도 주위 또는 부속선에 농양이 없는 하부 비뇨생식관의 임균 감염, 임균성 방광염, 임균성 외음질염, 임균성 요도염, 임균성 자궁경부염) 다섯 가지 질병으로 세분되어 있다. 그렇다면 심평원은 왜 이런 식으로 통계를 산출할까? 심평원의 상병 분류체계는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나니 아직도 이해는 완전히 되지 않지만 결론적으로 심평원이 잘못된 통계를 낸 것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심평원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보건의료데이터를 국민에게 개방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좀 더 친절하고 세심한 서비스를 위해 논란이 생길 만한 부분에서는 약간의 설명과 각주를 달아 이해를 도모하면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질병의 양상이 과거와 달리 복잡해지고 세분화하고 있으므로 통계청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심평원 자체적인 분류 방식을 개발하면 어떨까.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자체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HIRA 빅데이터개방포털 국민관심질병통계 중 질염 항목 [자료=HIRA 빅데이터개방포털]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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